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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민지 Aug 12. 2020

애증의 중국어.

[한 달 쓰기] Day 12


중국어가 재밌었고, 재밌으니 더 배우고 싶어 졌다.


대학생 때 교양수업으로 중국어를 배우게 되면서 중국어의 매력에 빠졌다. 발음은 어렵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부수를 다 외우기도 했었고, 읽을 줄 아는 한자들이 아직까진 많아서 그런지 중국어가 좀 더 쉽게 다가왔던 것 같다.


중국어가 재밌으니 더 배우고 싶어 졌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끝나고 중국어 학원을 등록해 더 공부를 했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갔었는데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우기 시작하니 중국인들과 프리토킹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더 열심히 배워 나중에 취업을 하게 된다면 외국어를 쓸 수 있는 곳에 가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가 아마 대학교 3학년 끝자락 무렵이었다.


원래는 휴학할 생각이 없었다. 중국어를 계속 배우니 점점 더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커져 부모님께 1년 휴학하고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선언했다. 아마 우리 부모님은 뜬금없었을 거다. 중국어를 배운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유학이라니? 처음엔 반대를 하셨다. 타국에서 혼자 지낼 딸 걱정도 되었을 거고, 곧 졸업인데 무슨 휴학이냐고.


하지만 난 이미 결심했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중국 가서 쓸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 계획표를 만들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함께 부모님 앞에 섰다. 내 얘길 다 들으신 부모님께서는 차라리 휴학 말고 대학교 다 마치고 가는 게 어떻겠냐 하셨지만 당시엔 졸업하고 나갔다가 들어오면 취업 시기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 기간을 타이트하게 잡고 다녀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미 결심했고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신 부모님은 결국 승낙하셨고 그렇게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간 중국에 다녀왔다.




그렇게 대학생 시절 열의를 보이며 중국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 한국인도 거의 사귀지 않고 현지 학생들만 만났었고 수업 끝나면 과외, 자습 정말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중국어를 쓰지 않는다. 좀 더 솔직하게 고백을 하면 현재는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


중국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또 자격증도 취득해서 나름의 결과물을 가지고 다시 한국에 들었다. 초반엔 한국에 들어와서도 중국어 학원을 다니며 계속 공부를 했었지만 점차 취업이란 핑계로 ‘취업하면 다시 공부해야지’ 하면서 조금씩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취업을 해서도 ‘회사생활에 적응해야지’ 하면서 또 중국어 공부를 등한시하게 되었다.


만약, 그때 놓지 말고 꾸준히 중국어 공부를 해왔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됐을까 싶다. 외국어 하나만 제대로 할 줄 알아도 개개인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이렇게 좀 더 나이 먹어 이직 준비를 할 때 좀 더 이점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확실한 건 분명 다시 중국어를 시작할 것이다.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지금이라도 중국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도 생각을 해봤다. 민망하지만 아직까진 글쎄다. 또 다른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0대 시절보다 더 바빠지기도 했고, 해야 할 일도 역할도 그때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하지만 확실한 건 분명 다시 중국어를 시작할 생각은 있다는 것이다.


언어를 계속 공부하는 것은 현재는 커리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나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비록 회사 업무에 쓰이지 않더라도, 당장 일상에서 쓸 일이 없더라도 꾸준히 배우고 익히는 것은 평생직장이 없어진 요즘, 그리고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장기가 되지 않을까하고. 


막상 글로 쓰고 나니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물을것이다. 

넌 왜 그토록 열심히 했던 중국어를 놓았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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