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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민지 Aug 19. 2020

나는 더 이상 주니어가 아니다.

[한 달 쓰기] Day 16


이전 직장은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고, 업계에서 이미 자리 잡은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였다. 당시엔 체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회사라 판단하고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다니고 싶어 입사를 하였지만 다닌 지 한 6개월 차가 되었을 때 부서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음에 불구하고 새로운 팀으로 전보를 가게 되었다.


업무는 세일즈이긴 했지만 완전 새로운 업무를 하는 팀이었다. 회사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기존과는 다른 세일즈팀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팀장님을 제외한 연장자이자, 다닌 지 1년도 안되었지만 재직일수가 제일 긴 팀원이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업무 외에 새로 들어오는 팀원들을 맞이하고 멘토처럼 1:1로 교육을 해주는 역할도 별도로 하게 되었다.


나는 비교적 업무 습득이 빠른 편이다. 당시 팀원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이기도 했지만, 업무 툴이나 프로세스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자세하게 알고 있기도 했다. 또 평소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알려주는 걸 좋아하다 보니 신규 직원분들을 교육해줄 때에도 생각보다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 팀에 있는 동안 새로 들어오는 팀원들 약 6-7명을 맡아 교육을 해줬으며, 다행스럽게도 그분들은 중간에 낙오자 없이(?) 업무에 잘 적응하였다.


나중에 새로운 들어온 분들과 좀 더 친해져 회식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런 얘기를 듣게 되었다. 민지씨가 너무 쉽고 자세하게 알려줘서 덕분에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라고.



이때 처음으로 내가 주니어에서 벗어나고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타인에게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해주면서 알려주는 것도 일에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알게 된 것은 할 일도 물론 많지만 나도 언젠가는 선배가 된다는 것이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 누구나 선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후배를 혹은 팀원을 잘 케어하고 코칭해줄 수 있는 선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음도 함께 알게 되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직급체계가 없다. 그래서 직원 모두가 스스로 본인의 업무들을 매니징하고 있다. 업무권한이 예전 회사보다는 넓어서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후임이 없는 것에는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더 이상 주니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좀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 지금의 스타트업에 이직한 것처럼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주니어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과연 지금의 회사에서는 나의 또 어떤 업무 차별성을 찾아 더 키워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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