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Day 22
나의 편도 출퇴근 시간은 약 50분이다. 왕복으로 치면 약 100분. 하루 24시간 중 약 100분을 길에서 보낸다. 한 달 동안 회사 출근하는 일수를 20일이라고 친다면 100분*20일은 2000분, 시간 단위로 바꾸면 약 33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셈이 된다.
20대 중반,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출퇴근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시간,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흘려보내는 게 조금씩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출퇴근길 교통수단은 대중교통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출퇴근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앉아갈 수 있었다. 입사 초창기 때는 그 시간을 오로지 숙면하는 시간으로 줄곧 보내왔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출근 시간이 빠르기도 했고, 일단 차만 차면 눈을 감아버리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다 직장 연차가 차츰 쌓이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학생 때보단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외국어 공부하는 시간, 책 읽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등 이 모든 시간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시간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것임을 이때 알게 되었다.
그때서야 통근시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한 달에 33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더 이상 자는 시간으로 보내선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게 책 읽기였다.
공부나 운동은 퇴근 후에 그나마 시간을 내서 할 수 있었지만 책 읽기는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너무 두껍지 않은 책으로 며칠간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첫 책은 다 읽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막상 집어 들긴 했지만 책을 보다가 예전처럼 자는 시간도 있었고 의외로 휴대폰을 보는 시간도 있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시간을 그낭 흘러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니 스스로 뿌듯했다. 그렇게 해서 그 뒤로도 세 권 정도 책을 더 읽었다.
통근시간을 더 이상 자는 시간이 아닌 나름대로 자기 계발을 하면서 보내니 그때서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 보는 사람, 업무 보는 사람, 나처럼 책 읽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등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통근시간을 허투루쓰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 나의 출퇴근 시간은 글쓰기와 책 읽기를 번갈아 하며 보내고 있다. 가끔 피곤할 때는 자기도 하지만 예전보단 이 시간을 활용해 이것저것 꾸준히 무언가를 하며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출퇴근 시간 단축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통근시간을 단축할 수 없으니,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