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집에 삽니다.
예림초등학교 3학년 7반 10번 김단비입니다.
2층집에 살고 있어요.
아차차! 2층집이 아니라 2층이라고 해야겠네요. 저희 집은 아파트이거든요.
5층 사시는 할머니는 2층 사는 '아가' 아니면 2층 사는 '꼬마'라고 부르셔요.
뭐 영어학원 선생님도 우리 엄마도 그렇게 불러서 익숙하긴 해요.
흠 십 년이나 살았는데 아가라니...... 좀 이상하지만요!
저를 좀 아는 동네 이모들은 저에게 인생 n회차라고 부르는데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우리 아파트 단지는 높은 아파트인데 우리 5동만
15층 짜리 건물이에요. 전 이게 정말 진짜 너무 싫어요.
왠지 우리 집 만 가난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15층인 것만 차이 나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도 한대이고
집 들어가는 곳도 엄청 좁아서 옆집에서 말하는 소리도 다 들려요.
엄마에게 우리 동만 싼 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화냈어요.
그런 게 아니라 학교가 가까워서 그런 거라네요? 학교가 가까우면 꼭 그래야 한다나 뭐라나? 심지어 우리 집이 해도 더 잘 드는 집이라며 엄마가 무척 화가 나 보이더라고요. 그게 왜 화가 날 일인지 나는 전혀 이해가 안 되지요. 게다가 집에 해 잘 드는 게 엄청 중요한가요? 넓은 게 더 좋지 않아요?
저랑 가장 친한 친구인 윤슬이네 집은 31층까지 있는 1동에 살고 25층이에요. 그 친구네 동으로 들어가면 입구도 넓고 엘리베이터도 네 대나 있어요. 저는 처음에 다른 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라는 걸 세상에 1학년 되어서야 알았어요. 일곱 살에도 윤슬이네집을 자주 들렀는데 우리 집에서 조금 걸어야 하는 데다가 집 생긴 게 달라 같은 아파트인 줄 몰랐다니까요.
엄마는 우리 집이 이사 올 때 인테리어를 조금 해서 분위기가 다를 거라고 하며 뭔가 자랑스러워 보이는데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우리 집이 더 예뻐서 그런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일단, 5동은 엘리베이터 딱 한대라 정말 불편해요.
누군가 이사라도 하면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니까요!
게다가 우리 동에 모든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이상한 할머니도 내가 싫어하는 8층 사는 같은 반 남자아이도 피할 수가 없어요. 계단으로 오가면 좋겠지만 우리 아파트는 이상하게 계단이 아주아주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그 안이 어두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계단으로 다닐 수가 없어요.
또 집 앞에 놀이터가 있어서 주말에 친구들이 "단비야~ 놀자~"라고 크게 부르면 정말 나가기 싫어도 모르는 척을 할 수가 없다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2층이니까요!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여기에 김단비가 살고 있다는 걸 동네방네 다 알게 될 테니까요!
저는 혼자서 아이패드에 소워니 놀이터나 따니네 만들기 같은 걸 틀어두고 혼자 조용히 만들기를 하고 싶은데...... 휴... 그래서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친구들이 1층부터 새어 나가도 우리 집이 어딘지 헷갈리는 그런 곳. 예를 들면 25층 윤슬이네 같은 그런 곳이요!
층층마다 누가 사는지 알 수밖에 없는 우리 동이 우리 집이 너무 싫어요. 진짜 이사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