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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05. 2024

2층 사는 꼬마

이층 집에 삽니다.

예림초등학교 3학년 7반 10번 김단비입니다.

2층집에 살고 있어요.


아차차! 2층집이 아니라 2층이라고 해야겠네요. 저희 집은 아파트이거든요.


5층 사시는 할머니는 2층 사는 '아가' 아니면 2층 사는 '꼬마'라고 부르셔요.

뭐 영어학원 선생님도 우리 엄마도 그렇게 불러서 익숙하긴 해요.


흠 십 년이나 살았는데 아가라니...... 좀 이상하지만요!


저를 좀 아는 동네 이모들은 저에게 인생 n회차라고 부르는데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우리 아파트 단지는 높은 아파트인데 우리 5동만

15층 짜리 건물이에요.  전 이게 정말 진짜 너무 싫어요.


왠지 우리 집 만 가난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15층인 것만 차이 나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도 한대이고

집 들어가는 곳도 엄청 좁아서 옆집에서 말하는 소리도 다 들려요.


엄마에게 우리 동만 싼 거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화냈어요.

그런 게 아니라 학교가 가까워서 그런 거라네요? 학교가 가까우면 꼭 그래야 한다나 뭐라나? 심지어 우리 집이 해도 더 잘 드는 집이라며 엄마가 무척 화가 나 보이더라고요. 그게 왜 화가 날 일인지 나는 전혀 이해가 안 되지요. 게다가 집에 해 잘 드는 게 엄청 중요한가요? 넓은 게 더 좋지 않아요?


저랑 가장 친한 친구인 윤슬이네  집은 31층까지 있는 1동에 살고 25층이에요. 그 친구네 동으로 들어가면 입구도 넓고 엘리베이터도 네 대나 있어요. 저는 처음에 다른 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라는 걸 세상에 1학년 되어서야 알았어요. 일곱 살에도 윤슬이네집을 자주 들렀는데 우리 집에서 조금 걸어야 하는 데다가 집 생긴 게 달라 같은 아파트인 줄 몰랐다니까요.

엄마는 우리 집이 이사 올 때 인테리어를 조금 해서 분위기가 다를 거라고 하며 뭔가 자랑스러워 보이는데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우리 집이 더 예뻐서 그런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일단, 5동은 엘리베이터 딱 한대라 정말 불편해요.

누군가 이사라도 하면 엘리베이터를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니까요!

게다가 우리 동에 모든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이상한 할머니도 내가 싫어하는 8층 사는 같은 반 남자아이도 피할 수가 없어요. 계단으로 오가면 좋겠지만 우리 아파트는 이상하게 계단이 아주아주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그 안이 어두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계단으로 다닐 수가 없어요.


또 집 앞에 놀이터가 있어서 주말에 친구들이 "단비야~ 놀자~"라고 크게 부르면 정말 나가기 싫어도 모르는 척을 할 수가 없다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2층이니까요!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여기에 김단비가 살고 있다는 걸 동네방네 다 알게 될 테니까요!

저는 혼자서 아이패드에 소워니 놀이터나 따니네 만들기 같은 걸 틀어두고 혼자 조용히 만들기를 하고  싶은데...... 휴... 그래서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친구들이 1층부터 새어 나가도 우리 집이 어딘지 헷갈리는 그런 곳. 예를 들면 25층 윤슬이네 같은 그런 곳이요!


층층마다 누가 사는지 알 수밖에 없는 우리 동이 우리 집이 너무 싫어요. 진짜 이사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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