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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12. 2024

102호 유하민

나희야 가지 마...

와 대박...


아래층에 유하민이 이사 왔다. 처음에 몰랐다. 학교를 다녀오니 우리 아랫집에 살던 나희네에 문이 열려있고 이삿짐센터가 짐을 옮기고 있었다.


"엄마, 나희네 이사 갔어?"

"응, 그런가 봐. 엄마도 나희네 엄마랑 많이 친하진 않아서 몰랐지 뭐야! 단비야, 이제부터는 발걸음 좀 더 조심해서 걷자. 단비 너보다 언니가 문제긴 한데 나희네가 잘 이해해 주신 편이야... 알았지?"

"응 알았어. 근데 누가 이사온대?"

"하하하 그거야 엄마도 모르지?"


나희는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었는데 나랑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별로 이야기해 볼 기회는 없었다.

그래도 집 앞 놀이터에서 종종 그네를 같이 타기도 하고 '지탈' '마탈'도 같이 해서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사 가는 줄도 몰랐다. 나희는 영어를 잘해서 영어로 가끔 뭐라 뭐라 했는데 그때 이사 간다고 했으려나? 내가 그래도 언니라 너 뭐라고 했냐고 물어보지 못했는데 아 답답하다!


나희 아줌마는 우리 엄마보다 키도 크고 예쁘고 친절하셔서 마이쮸도 자주 나누어 주시곤 했는데 그렇게 말도 없이 가버리다니 우리 엄마보다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엉엉


유 하민의 이사소식은 1층 짐이 다 옮겨지고 있을 때쯤 윤슬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다가 말해줬다.

"단비야! 최악이야 1층 집 앞에 유 하민 자전거 서 있어. 봤어? 그 이야기는 너네 집 아래에 유 하민이 산다는 거야!"


유하민은 지금 우리 반이다. 나는 남자가 너무 싫은데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더더욱 싫은데 같은 동에서 오가면서 봐야 한다니! 우리 집 아래에 산다니! 아 그냥 싫다.


"꺄악! 꺄악! 너무 싫어! 너무 싫어! 어떻게? 와 진짜 대박 진짜  싫어!

8층에는 최준우 1층엔 유하민이라니 와 이거 저주 아니지?"


나의 꺄악 꺄악소리에 나랑 윤슬이 까지 가세해 집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팔다리를 최대한 격하게 흔들며 싫음을 표현했고 우리 둘 다 침대 위로 벌러덩 넘어졌다.


"너희 둘! 그만! 그만! 아휴 귀 아파 얘네들이 정말 왜 이래!"

엄마가 고래고래소리를 질렀고 내가 우리 엄마 목청을 닮아 목소리가 큰 건데 엄마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 대박사건! 유하민이 1층에 산대!"

"어머? 하민이가 이사온다고? 잘됐네! 친하게 지내면 되겠다!"


"치인하아게에 지내라고요 요요용?"

"왜 하민이 정도면 젠틀 남이지!"

"으아아아아악"

"우웨에에에엑"

"기절!"

나랑 윤슬이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싫은 표현은 다 썼다.


나는 엄마가 유 하민이 왜 젠틀 남이라고 하는지는 안다. 우리 반 반장이고 5학년 수학을 풀고 있다. 그게 전부다. 어른들 말씀에 네라고 답을 잘 하지만 엄청난 장난꾸러기 인건 어른들한테 숨기고 있다. 5월에 벼룩시장을 할 때 친구들에게 레몬즙을 먹이는 게임을 하고 게임당 100원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장난감이든 악세사리든 뭐든 물건을 가지고 왔서 팔았는데 얘만 레몬즙을 짜 가지고 와서는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고 그걸 벌칙으로 먹이는 걸 팔았다.


맙소사! 정말 맙소사다! 그런 아이다! 그런 애가 젠틀하다고? 어른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희야 보고 싶다! 어디 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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