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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19. 2024

201호 돼지고기가 싫은 '센'

롯데 백화점 고기가 맛있을 뿐이다.

우리 집 오늘 저녁 메뉴는 버섯밥이다. 절망......

언니가 유일하게 잘 먹는 채소가 버섯이라는 이유로 엄마는 버섯밥을 자주 한다.

그냥 버섯을 있는 대로 잔뜩 넣어 간장에 비벼 먹는 밥이다.

가끔 연근이랑 당근을 썰어 넣기도 한다. 일본식 밥이라는데 엄마가 토끼밥이라고도 하더라. 진짜 있는 말인가? 진짜 토끼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야채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삼겹살 냄새가 났다. 오예! 삼겹살파티구나! 우리 집 냄새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문을 열었다. 바로 그때! "칙칙칙~~~ 쿠쿠가 맛있는 밥을 완성했습니다. 쿠! 쿠!"하고 뻐꾸기 소리를 울렸다.


"엄마! 나는 생오이에 고추장도 줘~!!!"하고 손을 씻었다.


식탁에는 버섯밥과 생오이와 고추장 그리고 열무김치가 올라와있었다.


"으잉? 엄마 고기는?"

"무슨 고기?"

"나 분명 고기 냄새났는데?"

"옆 집인가 보지. 우리 이틀 전에 소고기 구워 먹었잖아."

"힝~! 고기인 줄 알았는데! 육즙 팡팡 롯데백화점 소고기가 맛있는데!"

"못살아 정말! 밥 먹자! 언니도 나오라고 해!"

"언니~~~~~~언니 때문에 버섯밥이야! 빨리 와!"


그때였다. 언니가 나한테 짜증을 내려는 찰 나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무슨 소리지?

우리 집에는 정적이 흘렀다.

분명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녀석이 산다는 것 외에 아는 정보가 없다.

엄마도 앞 집 아줌마랑 너무 가까이 지내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여기에 이사오기 전 16층에 살 때 앞 집 아줌마랑 안 좋았던 기억 때문일 거다.


"엄마한테 뭐 잘 못했나 보지. 얼른 우린 밥 먹자!" 엄마가 말했다.

"뭐지? 잘못했어요도 아니고 왜 살려주세요지?"

달그락달그락 숟가락질이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귀는 복도에 있었다.


"아빠! 쟤가 '나 돼지고기 따위 안 먹어! 소고기로 내놔! 이런 걸 누구 먹으라고 차린 거야?' 이랬나? 그래서 아줌마 아저씨가 화나서 '당장 나가!' 그랬나?"

나는 최대한 권위를 세워 실감 나게 말했다. 엄마는 웃겨서 뱉어 나오는 밥을 처리하기 위해 싱크대로 향했고

언니는 진짜 너 때문에 못살겠다면서도 웃고 있었다. 나는 책임감을 가지고 더 크게 외쳤다.

"롯데 백화점 소고기 가져와!"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에 앞 집 아저씨의 뭐라 뭐라 소리가 묻혀버렸지만 한편 나는 진짜로 잠깐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살려달라고 할만한 상황은 없었겠지?라는


갑자기  저 녀석의 모습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고기를 와구와구 먹던 어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냥 이유도 없이 나는 저 녀석을 앞으로 나는 '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육즙팡팡 롯데 백화점 소고기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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