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떻게 그는 그 순간에 노래할 수 있었을까?

<시편>매일 아침 큐티인으로 성경말씀을 묵상합니다.

by 지나김

In His Grace


2021127 시편 57:1-11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찬송하리이다.”(7)



George_Inness_-_Sunset_at_Montclair_(1885).jpg 조지 이네스의 Sunset at Montclair.



하루가 저물어 가는 풍경 속에, 하늘만은 마지막 힘을 다해 붉게 타오른다. 땅은 고요하지만, 빛은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 가장 깊은 색을 남긴다. 고난의 한복판에서 ‘마음을 확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장면과 닮아 있지 않을까.





다윗이 이 시를 기록한 때는 사울을 피해 차가운 굴 속에 숨어 있을 때였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둠, 목숨을 위협하는 현실, 도망자의 지친 몸.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그래서 본문의 첫 기도 역시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시작된다.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재앙들이 지나기까지 주의 날개 그늘 아래 피하리이다.”(1)


그런데 놀랍게도 이어지는 그의 기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다윗의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있다.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찬송하리이다.”


이런 고백이 가능한 순간이 있다니.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도 그는 원망보다 먼저 은혜를 구했고, 눈앞의 위기 속에서도 ‘찬양하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선언한다. 아마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쫓기던 그의 모습은 초라하고 상처 입은 얼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눈에 보이는 모습이 그러할지라도, 오늘 등장하는 동굴 속에서 찬양하는 다윗의 모습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다. 마치 죄수였던 바울이 가장 자유로워 보였던 것처럼, 숨겨진 다윗은 위기 한가운데에서 빛이 난다.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시는 방식은 언제나 이렇게 사람의 계획과는 다르구나…
사람의 계산은 예측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길은 기도 속에서만 열린다. 오늘 말씀은 다시 한번 이를 선명하게 전하고 있다.


다윗이 죽음의 위기에서 왕위까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더 강한 군대도, 뛰어난 힘도 아니었다. 차갑고 어두운 굴 속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올려드린 그 기도와 찬양, 그 연약함을 통해 붙드신 하나님의 은혜였다.


고난의 때는 내가 ‘견뎌내는 시간’이 아니라, 넘어진 나를 다시 일으켜 ‘통과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 임을 오늘 말씀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나 또한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하나님께 매달렸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지만, 나를 붙잡아 오늘까지 걸어오게 하신 주님의 은혜를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이제는 노래하고 찬송하겠습니다. 주가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한없이 받은 이 작은 딸은 오늘도 주의 영광을 위해 조용하고 평범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나는 작지만 아버지는 크시고, 내 꿈은 작으나 아버지의 계획은 위대하시기 때문입니다. 주의 옷깃에 기대어 걸어 나아갈 때, 오늘도 담대하게 서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아멘.


To His Glory


#에세이 #명화 #오늘의 생각 #시편묵상 #전환의순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