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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osophers needlework Jun 16. 2023

 나는 지금 떼창을 준비하고 있다

- 브루노 마스 슈퍼 콘서트 보러 간다

 드디어 간다. 브루노 마스가 노래하는 것을 직접 듣고 보러.

 너무나 즐겁고 설렌다.

 미세먼지 보통의 날씨마저도 반갑고 고맙다.   

  

 잠실종합운동장을 그라운드까지 꽉 채운 관중이 보는 그런 큰 공연을 내가 보러 갈 수 있게 된 것이 안 믿기고 그만큼 좋다.


 나는 취향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이 별로 없고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포기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날 아끼는 이들이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할 때 격려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하면 그걸 숙제처럼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이 내 성격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딸은 엄마는 대충 살라고 하면 그 또한 열심히 한다고 웃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 오래 묵은 숙제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숙제하듯 열심히 내 취향을 찾았다. 넌 뭘 좋아해 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뭐 먹고 싶어?’에 ‘아무거나’ 대신 ‘어죽 먹으러 천안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가장 자주 하는 일이면 좋아하는 것이겠지 싶어 내가 무슨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쓰나 분석도 해 보았다.    

  

 내가 뭘 지나가듯 말하면 그것은 엄청난 일인 거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지나치지만 딸은 잘 포착하고 내가 할 수 있게 해 주려고 한다. 어쩌다 딸이 종종 알려주는 핫한 노래들 속에서 브루노 마스 노래를 듣고 이 노래 참 좋네 했다. 딸은 바쁜 틈을 타 브루노 마스 노래를 CD에 모아 줬다. 나는 이 노래를 엄청 많이 들었다. 자주 들으니 가사가 들리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무슨 뜻인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되었다.

     

 딸은 내 생일에 정식 앨범 CD Doo-Wops & Hooligans를 선물했다. 이 앨범에는 10곡이 들어 있었다. Grenade, Just The Way You Are, Our First Time, Runaway Baby, The Lazy Song, Marry You, Talking To The Moon, Liquor Store Blues (Feat. Damian Marley), Count On Me, The Other Side (Feat. Cee Lo Green, B.o.B)     


 CD가 닳도록 들었다. 퇴근길에 한적한 곳을 지날 때 차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Grenade를 들으며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Just The Way You Are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사 참 좋네 했다. Liquor Store Blues를 내 맘대로 선술집 블루스, Get messed up today(오늘 망해)는 ‘먹고 죽자’로 번역해 들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노래들이 다 좋았다.       


 그 중 <Talking To The Moon(토킹 투 더 문, 달님에게 말하기)>을 들으며 이 가수가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울고 싶은 날 비를 맞는 대신에 이 노래를 들었다. 울고 싶지 않아도 달을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났다. 정월 대보름달을 보면서 빌어야 할 소원이 생각나지 않아 브루노 마스를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대보름달님이 소원을 이루어 주셨구나.   

   

 나는 브루노 마스 슈퍼 콘서트 보러 간다.        ♪♬↗

    

 브루노 마스 슈퍼 콘서트 이름만 들어봤지 감히 티켓을 사서 가 볼 생각은 못하였다. 딸이 ‘엄마 가 봐’해서 정신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티켓팅을 부탁하면서 6월 17일(토) 맨 앞자리라고 지정해 줬다. 티켓팅 경험이 많은 친구는 티켓 예매창 열리면 무조건 보이는 대로 잡을 거라고 말해서 그때서야 아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다.       

예매창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중

 드디어 예매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큰일을 직접 해 보게 되었다. 예매 창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대기 인원이 13만 명이 넘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래도 내가 친구들보다는 좀 앞에 있었다. 난 그날 오후까지 기다려봤지만 결국 예매창까지 가 보지도 못했다. 도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웠다고 그래도 이런 걸 같이 해 보니 즐거웠다고 하며 브루노 마스를 포기했다.      


 그 후로도 미련이 남아서 매일 한 번씩 예매창을 열어봤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회사 커뮤니티에 브루노 마스 콘서트 티켓 양도글이 올라왔다고 다급하게 전화했다. ‘전활 왜 해? 빨리 사야지!’ 비록 한 장이었지만 정말 감사했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자리였다.   

    

 난 들떠서 지냈다. 발걸음이 가볍고 통잠을 푹 잤다. 밥을 꼬박꼬박 챙겨 많이 먹었고 친구들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다. 출근하는 남편과 포옹을 나눴고 마당에 자주 나가 앉아 있었다.


남편, 딸과의 대화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건강한 일이다.

원하는 것이 있어야 기쁨이 있고 간절할수록 더욱 기쁘다.

     

나는 지금 떼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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