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Nar.
피안화가 가득한 꽃밭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꿈을 꿨다.
지옥의 꽃. 피의 꽃.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저 너머에서 피어나는 환상의 꽃 피안화.
Title In
피안화
S#1 탄생서점, 이른 낮
영주 (건조하게) 사장님, 안 오세요?
유하 (웃음기 있는 말투로) 네. 영주 씨 오늘 저 출장이 있는 바람에 그렇게 됐네요.
영주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제가 오늘 책방 지킬게요.
긴 검은색 단발의 여자, 영주가 익숙하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끊는다.
낡은 베이지색 가방에서 키를 꺼내어 문을 연다. 서점의 간판에는 '탄생 서점'이라고 쓰여 있다.
영주는 가볍게 청소를 한 뒤, OPEN이라고 써진 가판대를 서점 바깥에 세운다. 문에 달린 CLOSED 걸이도 OPEN으로 바꿔서 걸어둔다. 가게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 셋이 들어온다.
손님 1 (소심한 목소리로) 이거랑 이거 계산해주세요.
영주 네. 32,000원입니다.
손님 1 (머뭇거리며) 혹시 SF 판타지 소설은 없나요?
영주 아, 네. 아직까지는 없어요. 한번 입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손님 2 (슬금슬금 다가오며) 혹시 책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할만한 식물 사진집을 찾고 있거든요.
영주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진집은 오른쪽 코너에 있고요. 식물에 관한 사진집이 몇 권이
되는데, 이번에 신간으로 들어온 책이 있어요. 이 책 어떠세요?
(집어 올린다.) 천천히 보시고, 다른 궁금한 거 있으면 여쭤보세요.
문이 딸랑하고 열리면서 다른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영주는 손님을 보기도 하고 프런트를 지키며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은근히 북적이는 손님들.
E. 이거 좋다 저거 좋다 웅성거리는 소음. 엠비언스 노이즈.
*텀블벅으로 책을 내기 전 격주로 미리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텀블벅이 완료된 후 내용은 삭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