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은 2025년 2월 8일 토요일입니다. 오늘 메일링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리라 사료되는데요. 메일링은 주말, 공휴일에 쉰답니다. 메일링 신청서에 잘 적혀있어요. (하하.)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소재거리 파일을 뒤져보았는데, 그냥 제가 요즘에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민트초코, 말차를 좋아하고 커피, 술, 담배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헀는데 이건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근래 잠을 잘 자지 못했어요. 불면증이 굉장히 심합니다. 원래 월경 기간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에 비해 활동량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당연한 얘기를 길게했네요.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업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게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요새 저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작업 노트도 막 써보고 하는데,,사실 뭐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아요. 저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저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설령 듣기 좋지 않은 말일지라도, 그게 합리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무분별한 비난에 가깝기 때문에 정말 쓸데없네요.
그래서 저는 요즘에 제가 들었던 칭찬의 말들을 모아서 저의 장점을 분석해 봤어요. 참고로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애호가 같기도 하지만,, 네.
1. 동양화, 민화풍의 먹으로 한 듯한 작업물을 잘 만든다.
>틴더박스라는 브러쉬 종류가 있는데 그것을 잘 활용하면 먹의 농담을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를 주로 활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이 오네요!
2. 분위기가 좋다. 그림 속 사람들의 정확하지 않은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삐뚤뺴뚤한 선이 좋다.
->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날 것 같은 느낌’이 좋다고들 하시는데 저도 저의 러프한 선이 좋아요. 그런데 이제 만화로 표현했을 때 이러한 부분이 약간 지장을 주더라고요.
만화에서는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읽혀야 하는 부분이 큰데, 일러스트처럼 한 지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칸, 선, 글의 조화까지 따져야하니 어려워요. 막 그리는 것처럼 하면서 가독성을 신경 쓰는 그런 거랄까요.
근데 또 기성의 문법을 따라서 그림을 그리니까 저만의 매력이 반감되더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저만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어요.
제가 이렇게 저의 그림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그 이유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림을 더 잘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글을 쓸 때도 퇴고도 많이 하고 맞춤법도 신경 쓰듯이, 제가 그린 그림이 좀 더 보기 편한 형태로 담기면 좋겠어요.
사실 여러분은 이 부분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메일링 할 때에도 가독성이 좋게 하기 위해서 템플릿도 수정하고 가끔은 글 쓰는 시간만큼 메일 편집을 하기도 하거든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글자와는 성질이 달라서 계속 보고 있으면 수정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객관적인 눈을 바로 잃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완성도도 높이기가 힘들고, 저도 그림을 10년 그려왔지만,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눈을 갖는 데 되게 오래 걸렸어요. 지금도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50장 중의 1장 정도 나올까 말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성질이 급해서 두고두고 고치고 지우는 과정을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제 실력을 갈고닦아서 업로드하기보다 “야!~ 봐라~ 나 이거 그렸다~ 칭찬해 주라~” 정도의 바이브가 굉장히 강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메일링 서비스가 저의 기존 성향과 굉장히 잘 맞아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장기적으로 글이건 그림이건 그렇게까지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이러한 작업 고민이 있었고요.
이외의 저의 근황은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것입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쯤 되는 곳에서 2박 3일 정도 다녀왔어요. 집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좀 하고, 빔프로젝터가 있어서 영화를 잘 볼 수 있게 꾸며진 방에서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일단 매드맥스를 정말 제대로 보았고요. 매드맥스 세계관에 푹 빠졌습니다. 엉엉 울면서 봐서 제 모습이 좀 웃기더라고요. 퓨리오사는 아직 보지 않았고, <아비정전>, <작은 아씨들>, <드라이브 마이 카>, <아멜리아> 등등을 틀어놓거나 제대로 보거나 했네요.
막상 혼자 여행을 갔다 온 것에 대해서 큰 감흥이 있다기보다는, 너무 추워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네요. 숙소 앞에 24시간 헬스장이 있어서 헬스를 열심히 하고팠지만 운동화를 가져가지 않아서 하지 못했어요. 왜 여행갔는데 헬스장? 하실 수도 있는데, 당시 너무 과식하는 바람에 체기가 있어서 움직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추워서 산책이 불가한 상황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많이 먹고, 집에서는 소리내서 울기가 힘드니까 영화보며 엉엉 울기도 하고, 친구랑 연락도 하고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사실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다해본 것 같아요. 헬스장에서 운동했으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거기 위치가 수원의 먹자골목 근처여서 저는 술도 못먹으니 할 수 있는게 마땅히 없었거든요. 실제로 밤에는 술 취한 아저씨들이 담배 피우면서 주시하길래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바로 앞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숙소 1층 라운지에서 책도 좀 보고 만족스러웠네요.
다음에는 좀 더 돈을 벌어서 더 멀리 있는 곳에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나름대로 숙소 직원분이랑 친해져서 “라운지에 있는 책을 펴본 손님이 처음이세요.”라는 말도 들었는데, 낯선 이와 친해지는 것도 좋더라고요. 나름 어른이 된 기분이었고 재밌었어요. 다음에는 바다를 꼭 가보고 싶어요. 제가 바닷바람을 쐬는 걸 좋아하거든요.
눈도 이상하게 너무 많이 내리고, 한파에 매우 추우셨을텐데 몸 따뜻하게 이번주도 나시길 바랄게요. 요즘 감기와 장염이 동시에 생기는 제 피셜로는 바이러스성 장염이 유행한다던데 몸조심하시고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시 구절을 인용하고 싶어요.
시가 길어서 뒷부분만 인용합니다.
<느린 마음에 대하여> 유희경
(...)
알면서 나는
느린 마음이
느리게
음악을 지나쳐
검고 늙고
낯선 것들을 뚫고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다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대개의
살의처럼 느리게
흔들고 있는 손처럼
그렇지만 나는
느린마음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었다
뒷부분을 이렇게 다 가져와도 되나 싶지만, 음 아무래도 시의 맥락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좀 통째로 가져왔어요. 여러분들도 월요일 힘드실 테지만 느린 마음으로 한 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오늘따라 편지가 좀 긴데, 오랜만에 제대로 해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요. 저도 다음주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이 드네요. 아, 그리고 메일이 1단형식이 좋은지, 기존의 2단형식이 좋은지 의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덧.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메모장에 적어놨어요. 하나하나 리스트 만들어놨으니 천천히 감상하고, 어쩌면 메일로 후기를 남겨볼게요.
월요팅! 이번주 화이팅!
목화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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