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8화 선물

by 김목화

2025년 2월 12일 12:16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서프라이즈 편지를 보내봐요.


눈이 많이 오는 날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바깥에 있는 나무와 풍경들이 잘보여서 아주 겨울왕국이 된 실시간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눈이 싫어요.


눈오리 만드는 것도 지겹고 눈사람도 손시려서 더이상 안만들고 이제 좀 그쳤으면 좋겠어요! 어때요 못된 어른처럼 말해봤는데, 못된 어른 같나요? 실제로도, 당신들의 출퇴근길과 비닐하우스, 축사의 안녕이 걱정됩니다.





요즘 가장 크게 드는 감정은 회의감입니다. 작업적으로 번아웃이 온 것은 아니고, 오히려 막 찍어내듯 감정을 발산한 여러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삶에 대한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더이상 얼마나 열심히 해야지 내게 보답이 주어질지, 하지만 보답이 주어져도 그것에 만족하거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할 제자신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저를 인정해주던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죽음x), 그들이 없는데 계속 지속해서 무료한 삶을 사는 제 스스로의 원동력이 전혀 생기질 않네요.


기쁜 말을 하고 싶은데 심드렁한 마음을 주체하기가 어렵네요. 얼마전에 우주티끌 작가님이라고 전시에서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분을 만났어요.


만났을때 가장 좋았던 것은 동료가 있다는 점, 그리고 시시껄렁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와하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었어요. 좀 웃기긴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이랑 함께한다는 감각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제 작업실에 다른 작가분이 오셨는데, 저와 비슷한 분야여서 너무나도 기뻤답니다. 작업얘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는 정말 소중한 존재에요.


하지만 최근에 절실히 자주 깨달은 것은, 제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미숙하고 서툴다는 부분입니다. 저도 인간관계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이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실수투성이 같은 제 모습이 싫고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다들 제 나이때쯤 하는 생각이니까 그럴수도 있지하고 넘기려고 노력해요.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웁니다. 현실은 뭐 다 그런 거겠죠.



오늘의 편지는 좀 우울하네요. 그래도 여러분들에게 힘이 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어요. 이메일 서비스를 받을때 저는 이름을 받지 않아서 어떤 사람들이 구독하고 있는지 알지를 못해요.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봐주시는 것에서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따뜻한 곳에서 몸 녹이고, 맛있는 음식 먹고! 많이 흐린 날씨이지만, 가끔 흐리지 않은 부분을 찾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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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표현으로 먹구름 뒤에 해가 든다고 말을 하잖아요.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있는데 누군가가 제자신을 알아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곁에도 누군가가 항상 서있을거에요. 이미 저도 당신을 위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오늘의 편지는 다소 감정에서 기반한 표현이 많았는데, 이가 불쾌하지 않길 바라면서 편지 마치겠습니다.


목화 드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