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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제이 Mar 12. 2020

조회수 5만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쌍둥이 아들들은 신이 났다



무슨 까닭인지 아침부터 브런치 알림이 끊이지 않았다. 조회수가 천씩 증가할 때마다, 누군가 라이킷을 하거나 구독을 신청할 때마다, 몇 분 간격으로 알림이 계속되었다. 난생처음 당하는 일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열세 살 쌍둥이 아들들은 신이 났다.


엄마, 브런치가 뭐야??
조회수가 3천을 돌파했다는데??
누가 라이킷을 했대, 좋아요인가??
글은 왜 썼어??
브런치가 글 쓰는 데야??
아빠한테 알려줘야지!!


핸드폰 알림에 두 녀석들 재잘거림까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게다가 브런치를 시작한 걸 남편에게 일부러 숨기고 있었는데, 남편은 글을 쓰는 일을 한다, 내 글을 보게 될까봐 창피하기도 했고, 남편 흉보는 글을 쓸지도 모르니 일단은 비밀이었던 것이다, 아빠한테 말을 한다고?? 내 말이 먹히지도 않겠지만, 말릴 새도 없이 아이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빠 있잖아,
엄마가 브런치에
코로나19사태, 한국 살고 싶다고?
글을 썼는데
그게 조회수 만을 넘었대!!


아.. 끝났다, 제목까지 정확하게 읊어주다니. 필명으로 글을 쓰니 찾기 힘들겠지? 했던 기대도 무너졌다. 그래도, 일부러 찾아볼 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니까.. 하며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의 말에 아빠가 뭐라 되물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대답에 나와 수화기 너머 남편도 빵 터졌다.


뭐, 뿌듯하겠지?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며 남편이 물었다. 조회수 많으면 뭐가 좋아?? 선물이라도 있어??


What!!!

이것은, 돈도 안 되는 일을 뭐 그리 열심히 하냐는 비아냥인가, 기왕 글을 쓸 거면 돈 버는 글을 쓰라는 압박인가!! 이 사람이 장난을 하는 건가, 진심인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브런치를 정말 모르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게 있잖아. 오마이뉴스처럼 원고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처럼 협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협찬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블로그를 해본 적은 없다) 그냥 재밌어. 뭐가 없으니 부담 없이 글을 쓸 수가 있네. 이걸 왜 이제 알았을까. 유투버들이 맨날 그러잖아,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이라고. 정말 딱 그 마음이야."


기쁨을 넘어 정신 사나움을 선사했던 브런치 알림은 1박 2일만에 끝이 났다. 준비 없이 맞이한 조회수 폭등에 아쉬움도 남는다. 아직 글도 많이 못 써서 볼 것도 없는데, 기왕이면 볼거리 많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사소한 거 하나도 맘대로 하기 힘든 게, 인생 맞나 보다. 아이들 말대로 조회수 5만은 나에게 뿌듯함을 남겼다. 브런치 초보인 나에게 보내주는 응원의 메시지 같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대미는, 소녀 같고 친구 같은, 사랑하는 숙모의 카톡이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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