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이야기가 성공스토리의 시작이어야 할 텐데

by 바스락북스

단 하루 짜리 여행이든 1주일짜리 여행이든 한 달 또는 1년짜리 여행이든 짐의 종류와 무게는 거의 차이가 없다.

세면도구와 화장품, 최소 2~3일 정도 여유를 두고 빨아 입을 정도의 옷가지들, 신발 몇 켤레.

어차피 여행을 가는 것이니 최소한 가볍게, 캐리어에 넣어도 크게 구겨지지 않을 옷들, 슬리퍼와 운동화 그리고 구두 한 켤레 이 정도인 것이다.


2016년 4월 1일

남편과 나는 이렇게 조금 긴 여행을 가듯 케냐에 왔다


1인당 23kg 수하물 2개씩 총 4개. 이것이 우리가 이번의 조금 긴 여행을 위해 가져온 짐의 전부였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살림살이와 커피숍 오픈에 필요한 최소한의 아이템들로 20ft 컨테이너 하나를 채워 한국의 한 컨테이너 보관소에 맡겨 둔 채 케냐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컨테이너는 케냐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워크퍼밋을 받아야만 케냐로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이었다.


아.. 이제 막 9주가 된 손톱만 한 아이도 내 뱃속에서 우리와 함께 케냐로 날아가고 있다.

내 아이의 첫 번째 비행이 아프리카 케냐행이라니..

이 아이는 앞으로의 삶의 스케일이나 방향이 다른 아이들과는 많이 다르겠지?

나보다 훨씬 재미있는 인생을 살겠군 싶어 스르르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부부가 좀 겁이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케냐로 이민을 오고 이 곳에서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는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커피에 미쳐 있었던 남편은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커피 재배 공부를 하겠다며 케냐에서 1년간 머무르며 케냐 국립 커피 연구소인 CRF(Coffee Research Foundation)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이미 커피 로스팅, 까페 컨설팅, 생두 무역 등 커피 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커피 전문가였고 워낙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낯선 나라 낯선 땅에서 공부나 회사 생활이 아닌 사업을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남편이 케냐에 머물면서 알게 된, 커피 사업을 이미 크게 하고 있던 한국인 사업가 덕분이었다.

그분은 남편이 케냐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 우리가 케냐에서 정착하게 된다면 사업 등록이나 워크퍼밋, 집 구하는 문제 등 전반적으로 도움을 주시겠다고 약속했다.

사업이란 걸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던 나였지만 현지에 계신 분의 도움으로 이런 법적인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낯선 땅이라도 한번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도움의 조건이 그분과의 "동업"을 한다는 전제 하에 였었다는 걸 그때 나는 몰랐다.


케냐행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짜릿한 흥분과 함께 아프리카 드림을 꿈꾸었다.


우리가 시작할 커피 회사 이름은 "커넥트 커피 컴퍼니(CONNECT COFFEE COMPAY LTD)"

케냐로 향하기 전에 우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향후 3년 사업 계획까지 이미 세워두었다.


1. 케냐 나이로비에 최초의 스페셜티 커피숍인 커넥트 커피 로스터리 오픈

2. 신선한 원두 납품을 위한 로스팅 팩토리 오픈 - 케냐 나이로비 스페셜티 시장 선도

3. 커피 교육 기관(바리스타 아카데미) 설립

4. 케냐 현지 NGO 설립 후 커피 농가 지원 프로젝트, 커피 농부와 저소득층 바리스타 무료 교육 지원


케냐로 향할 때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돈은 약 1억 정도.

케냐의 사업 투자 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금액뿐이었다.

고작 한국에서 동네 커피숍 하나도 제대로 오픈할 수 없는 돈 1억을 가지고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회사를, 로스팅 공장을, NGO까지 설립하겠다고?


정말 무모하리만치 용기가 대단했다. 우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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