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4월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었다.
케냐에는 3월 둘째 주에 첫 번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과 한국이 이미 코로나와의 엄청난 사투를 벌이고 있던 1월 2월에 나이로비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만은 이때부터도 참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는데, 현지인들은 이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 사태를 아시아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순한 전염병 정도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케냐인이 첫 번째 확진자로 밝혀지고 나라가 갑자기 뒤집어졌다.
순식간에 모든 학교와 교육 시설, 정부 기관들이 폐쇄되었다.
저녁 7시 이후에는 통금이 내려졌다.
식당이나 레스토랑 영업은 배달이나 테이크어웨이만 가능해졌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국내외 모든 항공편은 공식적으로 운항이 중단되었다.
경찰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잡아 벌금을 메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기 차 안에서 운전수가 혼자 운전하더라도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거짓말처럼 모든 케냐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하나에 1달러 가까이하는 일회용 마스크를 사는 것은 한 달 월급이 200불도 안 되는 이 곳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회용 마스크를 빨아서 반복해서 쓰거나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
그래도 놀라운 것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거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아이들과 노인들 까지도.
통금 시간 이후에 돌아다니던 사람들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폭력이 행해지기도 하고, 경찰이 쏜 총에 어린아이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뉴스에 이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 사람들은 겁에 질렸고 정부가 매주 내놓는 브리핑을 더욱더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어쩌면 코로나가 아니라 정부의 무자비한 통제와 벌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케냐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지 약 한 달 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약 40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가장 피해가 많은 업종은 관광업, 서비스업이다.
외국 관관객으로 가득 채워졌던 대부분의 호텔이 영업을 중지했고 레스토랑이나 식당들은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한 채 영업을 해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한 달 월급 200불~300불로 가족을 부양해오던 가장이 일자리를 잃으면 그 가족은 어떻게 살아나갈 수가 있는 걸까?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이들에게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당장에 먹을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들이 버티는 한 달은 우리가 버티는 한 달과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커넥트 커피의 4월 수입은 전달 대비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커넥트 커피의 직원수는 35명이다.
월급날이 다가오고 있다.
먹고 놀아도, 수입이 없어도 내야 하는 가게 월세에 전기세, 기본 재료비, 거기에다 직원 월급은 그대로 나간다
이게 한 달이 아니라 두 달, 세 달 무기한으로 길어지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직원들 월급을 20%라도 깎아 볼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고통분담을 하라고 협박을 할까?
그냥 가게 문 닫고 모두들 무급 휴가를 쓰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한 하는 건데, 이러면 직원들, 그 가족들은 어떻게 버티나?
머리가 지끈 거린다.
직원들 월급 정산 엑셀 파일을 몇 시간째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는데 가게 주인에게 이메일이 왔다.
가게 사정이 어려우니 월세를 좀 깎아줄 수 있냐는 내 메일에 대한 답장이었다.
오 마이 갓!!
가게 주인이 4월 월세를 받지 않겠단다.
야호~~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
20%, 30% 깎아 시뮬레이션해 보았던 직원 월급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으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나의 이 고민과 고뇌를 직원들은 상상조차 못 하겠지만 나는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졌다.
집주인 한 사람의 선의가 우리 회사를, 우리 직원들을, 그의 가족들을 모두 살리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며 이런 선의를 받게 되리라는 기대는 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렇게라도 케냐에서 무조건 버티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
코로나 때문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가치관도, 삶의 방식도, 세계관도.
무엇보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는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 또 모든 사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모두 같이 안전해야 하고, 모두 같이 행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We are all conn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