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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06. 2021

제주 2-자연의 멋을 찾아

국내 제주여행 2 - 따뜻한 기후와 화산 지형 엿보기

해가 바뀌었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코로나 방역 2.0단계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평범한 일상 복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빵빵 터지는 대규모 확진자 소식에 몹시 속상하다. 지난해 6월 코로나를 극복한 뉴질랜드의 '코로나 버블'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뛰어넘고 국가 정책에 잘 따라준 시민들이 있어서이다. 약 7주간의 단합된 시민들의 참여와 노력이 코로나를 이겨낸 것인데, 우리의 경우는 시민의 참여는 물론 종교단체, 요양병원, 수용시설 등의 방역 환경 개선과 지속적인 점검이 더욱 필요하다.


1월의 제주 풍경


지난 1월 24일 저녁 늦게 출발한 제주행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아오고 있었다. 제주 지사가 제주 방문객 전원 코로나 검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웠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대비를 위한  제주 공항 열 측정자들의 자세와 준비는 열심이었다. 항공기 안에서 마스크 기본에 모자와  투명 가림막까지 하고 내렸더니 체온 측정에서 삐삐 하고 걸렸다. 시원한 곳에서 10분씩  두 번 쉬었다 다시 측정하는데 체온이 널뛰기를 하여 결국 코로나 검사를 하기로 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가족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 지난 열흘 동안 카드 사용을 확인하며 나의 동선을  되돌려보았다. 얼마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까 봐 두려움이 앞섰다. 더구나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글감 사진 자료 얻으려 온 나 홀로 여행이라 순간 후회되었다.


제주 공항 선별 진료소


 안내해 준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지를 작성하고 구멍에서 두 팔이 쑥 나와 코와 입에 면봉을 밀어 넣고 1분 만에 검사가 완료되었다. 다음날 검사 결과가 안내되는 오후 3시까지 움직이지 말고 호텔에 머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단 렌터카를 찾아 함덕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고,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가문동 해안가에 주차, 차 안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던 중 음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두근거렸던 불안함을 떨쳐내고, 다시 자신감 충만, 오후 3시부터 제주의 지형과 기후를 찾아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주 자연 여행지


제주도는 15도가량 기울어진 타원형의 화산섬으로 중앙에 1950m 한라산이 우뚝 솟아있다. 동서 73㎞, 남북 41㎞, 해안선의 길이는 253㎞이며 면적은 국토의 1.8%에 해당된다. 동쪽 우도와 서쪽 비양도, 남쪽 마라도와 가파도를 비롯, 몇몇 작은 섬이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해 바다에 위치한 제주도는 겨울에도 따뜻한 아열대 습윤 기후 지역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 또한 많은 곳이다. 게다가 한라산 높이에 따라 기후가 달라지고, 기후에 따라  다양한 식물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4월 중순에는 하루에 1년의 날씨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해안가에서 초여름 날씨에 반팔 셔츠, 다음날 성판악에서 한라산에 올라가는데  한겨울 세찬 눈보라를 맞았던 경험이 있다. 제주의 날씨 또한 하루 중에 참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산간 지역에서 비를 맞고 안갯속을 헤매다 해안가로 내려오면 하얀 구름에 쾌청한 날씨였고, 서부 애월에서 비를 맞고 서귀포에 이르면  햇빛이  환하게 빛나다가 순식간에 검은 구름이 밀려오기도 했다.


먹구름 몰려오는 제주 날씨
 물폭탄으로 잠겨버린 도로-제주 경제신문


2019년 9월  22일, 안덕에 있는 수풍석 박물관을 둘러볼 참이었는데 태풍 '타파'의 접근으로 곳곳에 강풍과 폭우가 내리는 험한 날씨가 나타났다. 삐삐~~ 재난 안내와 함께 관람이 취소된다는 문자가 떴다. 시커먼 먹구름으로 덮여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내리치기 시작하더니, 60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폭우에 대비하라는 문자가 수차례 전해지고, 순식간에 도로는 물바다로 변하고 자동차는 휩쓸릴 듯 흔들거렸다.

거칠게 와이퍼 흔들거리는 소리조차 거센 빗방울에 묻혔으며, 도로는 하천으로 변하고, 차선은 사라졌으며, 공기는 차갑고 음산해졌다. 폭우 속을 뚫고 운전하는 것은 너무도 위험했다. 간신히 도착한 서귀포 기당 미술관 앞 사거리는 불어난 물로 연못이 되어버렸다. 도로 옆 작은 쉼터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가 나타나고, 맑은 하늘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신선한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구멍이 뽕뽕 뚫린 다공질의 현무암-제주시


 다공질의 현무암이다 보니 구멍으로 물이 쑥쑥 빠져나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분주해진 사거리는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랄까? 화산섬 제주에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포가 빠져나간 자리에 구멍이 생긴 다공질의 현무암이 분포한다. 평소에는 비가 오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큰 강이 형성되지 못하고 지하수로 흐르다 해안가에 용천수로 솟구친다. 폭우가 쏟아지면 미처 지하로 스며들기 전에 넘쳐흐르게 되고,  순식간에 빗물이 도로를 점령해버렸던 것이다. 지형이 만들어 놓은 독특한 생활모습을 경험한 셈이다.


2021.1.23 제주 5.16 도로
박수근의 작품 - 나무와 두 여인


1월 중순, 이른 아침 제주에서 5.16 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였다. 잎 하나 붙어있지 않는 나목의 잔가지들, 숨죽여 서있는 모습은 다가올 봄에 화려하게 피어날 꽃망울을 소원하는 듯 숙연하다. 나무들의 참모습은 겨울에 온전히 드러나는 듯하다.  

소설가 박완서의 처녀작이며 자전적 소설 '나목'이 떠올랐다. 전쟁 직후 막 수복된 서울을 배경으로 작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담은 소설이다. 초상화 가게에서 일하는 화가를 통해 예술과 삶 사이의 갈등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던 작품의 모델은 화가 박수근. 그는 강원도 인제에서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하여 1932년 '봄이 오다' 작품으로 제11회 조선 미술 전람회에 입선하여 화단에 등장하였다. 단순화된 선과 구조, 회백색 화강암의 질감으로 소박한 일상을 그려냈다.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등 독창적이면서 서민적 감각으로 표현한 토속적 서양화가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5.16 산간 도로를 넘으면서 발견한 것은 그 애잔하고 아팠던 상처는 고목이 아닌 나목이었다는 것. 지난 시절의 아픔을 딛고 상처를 극복하며,  다가 올 봄에 싹이 돋고 잎이 날것이라는 희망을 나목들이 전해주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순간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만났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 풍경이 마음으로 쑥 들어왔다. 50개의 캔버스를 이어서 완성한 높이 4.5m, 폭 12m의 대형 풍경화는 겨울 풍경을 묘사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영국의 화가, 소묘가, 판화가, 무대 디자이너, 사진가로. 1960년대 팝 아트 운동에 기여한 20세기 영국 미술가이다. 그는 고향 요크셔의 나무를 그린 이 작품을 런던의 산업혁명 당시 화력발전소를 부수지 않고 리모델링하여 런던 문화의 랜드마크가 된 테이트 모던에 기증했다. 호크니는 무엇보다  영국을 그린 것이라서 좋은 작품이었다고 했는데, 고향이 바로 국가가 되는 셈이다.  또한 나뭇잎으로 가득 찬 여름 나무보다는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겨울나무가 더 흥미롭다고 했는데 그 기분이 이해되었다.


상효원 입구
엄마의 정원
상효원 숲길


성판악을 지나고 나니 한라산을 덮고 있던 하얀 눈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서귀포 지역의 따뜻한 봄기운이 마구 몰려왔다. 상효원은 한라산 기슭 해발 400m 산록에 위치한 제주도 최초 사립수목원이다. 약 8만 평 규모를 갖고 있으며 뒤쪽에 한라산과 앞쪽 서귀포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제주 토종 자생식물 포함 1,200종의  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상효원 표지판이 꽃 속에 둘러싸여 있고 토종 식물과 수령 100년 이상 된 노거수들이 편안하게 반겨준다. 담팔수 숲길과 엄마의 정원에서 오래된 나무들이 보여주는 안정감과 여유를 느끼며 매화나무 터널을 지나 약용 식물원, 비밀의 정원, 곶자왈, 세미꼿 정원 등 16개의 테마의 정원들을 세심하게 즐겼다. 9시에 입장해서인지 관람객은 오직 나 혼자였다. 고목이 들려주는 바람과 세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푸른 전망과 녹색이 가득한 숲길을 걸었다. 아침 수목원의 상쾌함과 더불어 녹색세상의 호사를 맘껏 누렸다.


돌담과 동백꽃길
동백꽃으로 물든 휴애리


까멜리아힐이나 위미리 동백마을 등  동백꽃 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귤 따기 체험도 할 겸 휴애리로 향했다. 휴애리는 한라산 자락에 있는 자연생활 체험공원이다. 매화축제와 수국 축제에 이어 겨울에는 귤 따기 체험과 동백꽃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다양하고 예쁜 포토존들이 구성되어 있고, 승마체험, 동물교감 등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귤 따기 체험


5,000원을 주고 감귤 따기 체험 신청을 했더니 작은 봉투와 가위를 나눠주었다. 노랗게 익은 감귤을 그 자리에서 따먹고, 남은 귤은 작은 봉지에 담아왔다. 그리고 찾아간 동백나무 숲. 화려하게 꽃 피운 동백보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꽃잎들이 더욱 아름답게 와 닿았다. 동백은 특히 꽃이 시들지 않은 상태로 봉오리 째 떨어져 예로부터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였다. 이미자 씨가 부른 '동백아가씨' 노래는 동백꽃에 그리움이 사무쳐 빨갛게 멍이 들고 이 사연을 꽃잎에 새긴다는 임 향한 그리움의 가사로 유명하다. 음~~  엄마가 낮은 소리로 즐겨 부르시던 노래이다.


사계리 부근 유채꽃밭
녹산로 벚꽃과 유채
녹산로 유채꽃 단지


3월 제주의 봄은 노란 빛깔이다. 사계항 부근과 성산포 일대에는 1월부터 성격 급한 유채꽃이 피어나긴 하지만, 3월 제주도는 온통 노란 유채꽃과 연분홍 벚꽃으로 향기롭다. 지난해 3월 말 사이프러스 골프텔에 숙소를 잡아놓고, 일어나자마자 근처의 녹산대로를 찾아갔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도로 양 옆에는 연분홍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아래쪽에는 노란 유채가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사람도 차도 없는 도로는 환상의 꽃길, 그 자체였다. 근처 유채꽃 단지에는 하얀 풍력발전기와 자그마한 소품들이 핫스폿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입구에 서 있던 대여섯 마리의 조랑말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고, 스카프를 날리며 연신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마치 여고생들처럼 웃어대며, 행복하고 신이 났다.


엄마와 보롬왓 꽃밭에서
보롬 왓 메밀 천지


9월의 제주 보롬 왓은 온통 메밀밭이다. 보롬 왓은 바람 부는 밭이라는 의미이다. 입구의 온실이 소담하고, 깡통 열차와 양 몇 마리가 나름 목장 풍경을 만들어준다. 널따란 밭에는 빨갛고 노란 꽃들이 화려하고, 곳곳에 사진 찍을 수 있는 구조물들이 적절하게 서 있다. 연로하신 엄마를 모시고 찾아왔을 때 노랗고 빨간 맨드라미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고향생각난다며 좋아하셨다. 또한 이곳은 하얀 메밀꼿으로 뒤덮여 메밀 천지가 된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묘사가 떠올랐다. 스몰 웨딩을 찍으려는 젊은 신혼부부가 메밀꽃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제주 오설록 녹차밭
녹차꽃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는 제주도는 녹차 재배에 유리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 안덕 산록에 녹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오설록에서는 녹차 관련 음료 및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초록의 고랑이 길게 이어진 녹차밭은 여행객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녹차의 꽃을 처음 보았는데 빛깔 역시 하얗고, 노란 꽃술이 예뻤다

옆 건물은 이니스프리 화장품 회사에서 비누 만들기 및 다양한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함께 여행하고 멋진 사진 찍어주던 딸에게 카메라 모양의 비누를 만들어줬더니 은근 감동한 표정이었다. 포토그래퍼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딸이 대견하고 고맙다.


원앙폭포와 소정방폭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검은 빛깔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현무암은 그 틈새 사이로 빗물이 빠져나가므로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다 비가 와야 생긴다는 엉또 폭포를 찾아갔다. 이틀 동안 비가 내렸으니 폭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찾아갔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폭포 전망대에 도착했으나, 헉! 엉또 폭포에는 물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가야 폭포가 생기나 보다.

발걸음을 돈내코에 있는 원앙폭포로 향했다.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울창해 야생 멧돼지가 자주 물을 마시는 하천의 입구라는 뜻에서 유래된 곳이 돈내코이다. 입구에서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면 만나는 원앙폭포.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상록수림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오르막 경사진 길이 약간 있지만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숲 속을 걷는 즐거움이 있다. 5m 정도 되는 두 개의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폭포였다. 금슬 좋은 원앙 한 쌍이 살았다 하여 원앙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차고 맑은 물이 항상 흐르고 있다. 민간요법으로 백중날 차가운 물을 맞아 통증을 낫게 한다는 제주 여인들의 물맞이로 유명하다.


 정방폭포는 폭포수가 바다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로.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등과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폭포이다. 중국 진시황의 명을 받고 제주에 불로초를 캐러 왔던 서불이 폭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절벽에 서불과지란 글귀를 새겼다고 한다.

급경사의 절리층을 따라 바다로 빠지는 두 줄기  정방폭포에서 조금만 걸으면 작고 아담한 소정방폭포를 만날 수 있다. 소정방폭포 역시 용암 분출 시 발달한 수직 절리로 물이 떨어지면서 폭포가 형성된 곳이다. 해안가 주상 절리의 멋진 풍경과 함께 쉽게 보여주지 않는 폭포라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주상절리 천제연폭포
천제연 2폭포와 3폭포


한라산에서 시작된 중문천이 바다로 흐르면서 형성된 천제연 폭포는 3개의 폭포로 구성되어 있다. 주상절리 절벽에서 천제연으로 떨어지는 제1폭포, 천제연의 물이 더 아래로 흐르면서 형성된 제2, 제3 폭포가 있다.

제1폭포는 높이 22m, 천제연 수심 21m로 비가 오지 않으면 폭포수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수면에 반영된 주상절리 암벽과 에매랄드 빛의 연못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제2폭포에서는 푸른 상록수 사이로 수묵화를 그리듯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고, 제3 폭포는 절벽에서 시원하게 물이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 한라산 지형


화산섬 제주도는 현무암이 많아 주로 검은색을 띠고 있다. 해안가에는 푸른 물빛과 검은 현무암으로 대비되는 색채가 나타나는데, 이와 유사한 곳이 동해상에 자리한 울릉도이다. 두 곳 모두 화산섬이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특성을 갖는다.

울릉도는 용암의 점성이 강하여 그 자리에서 굳어진 종상화산 형태이며, 또한 두 번 분화한 이중화산의 형태이다. 정상부에 분화구가 두 곳으로 나리분지와 알봉 분지가 성인봉 아래 평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울릉도나 독도는 해안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주민들이 항구 근처에 계단처럼 모여 산다.

반면 제주도는 대체로 용암의 점성이 약하고 유동성이 강한 순상화산이며, 한라산이 분화할  때 동시에 368개의 분화가 진행된 기생화산의 형태이다. 기생화산들은 대체로 원추형 생김새에 직경이 1km 미만, 높이 200~300m인 오름, 악에 해당된다. 한라산 경사가 완만하여  200미터 이하의 넓은 초원에  조랑말을 기를 수 있다. 다양한 지형과 생태계의 인정을 받은 제주도는 2002년 12월 16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이후 세계자연유산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인증했다.


눈 덮인 한라산


지금으로부터 2만 5천 년 전, 신생대 제4기까지 화산 분화 활동을 했던 한라산은 해발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다. 제주도의 중앙에 우뚝 선 한라산 정상부는 암벽으로 급경사를 이루고, 안쪽에 분화구 백록담이 있다. 백록담이라는 이름은 흰 사슴이 물을 먹는 곳이라는 뜻에서 왔다.  1970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라산. 은하를 뜻하는 한, 잡을 나의 의미로 산이 높아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다.

 

영실기암 500 장군 바위들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를 만들려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를 때 치마의 터진 구멍으로 흘러 나간 흙이 만들어 놓은 것이 오름, 악 등 측화산들이고, 마지막으로 흙을 날라 만든 것이 한라산이라는 설화가 전해진다. 한라산 서남쪽 기슭  불쑥불쑥 하늘 향해 솟아 있는 기암이 장관을 이루는 곳은 설문대할망의 오백아들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사냥 갔던 오백 아들이 돌아와 먹을 죽을 쑤던 설문대할망이 솥에 빠져 죽었는데, 아들들이 죽을 먹다 자신들의 어머니가 죽 솥에 빠져 죽은 것을 알고 슬피 울다 돌이 됐다는 전설이다. 어머니의 살을 먹은 형제들과는 같이 살 수 없다며 막내아들은 서귀포 삼매봉 앞바다로 내려가서 슬피 울다 외돌개가 되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그 자리에 늘어서서 울다 지쳐 몸이 굳어 기암괴석의 군상이 되고 말았다. 이곳을 영실이라 하고  바위들은 '영실기암'이라고 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영실, 오백 나한의 바위틈으로 칼바람이 부는데 오백나한의 서러운 통곡소리라 하고, 봄철 한라산 자락 철쭉은 오백 아들의 핏빛 영혼이 꽃으로 승화한 것이라고 한다. 음~ 설화는 삶의 애환을 담아 꾸며놓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 것인데, 시대를 넘어 공감이 된다.


비가 오면 호수가 생기는 사라오름


성판악 등산로 근처 사라오름 1325미터 높이로 산정호수까지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물론 비가 많이 와야 멋진 호수가 생기는 곳이다. 간혹 노루 떼들이 모여 풀을 뜯어먹거나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경관이 아름다워 조망대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성판악 5.8 km 지점에 위치하며, 서귀포 수악 계곡으로 흘러드는 신례천의 발원지이다. 제주도에 가을비가 오고 나면 바로 가야 할 곳, 단풍과 호수를 만날 수 있는 사라오름이다.


검은 오름 입구 안내표지


오름 중 가장 근사한 곳은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는 검은 오름이었다. 해발 456m, 둘레 4.5km 규모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검은 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다. 검은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북동쪽 해안가로 흘러가 만장굴을 비롯 20여 개의 용암동굴을 만들어 더욱 가치 있는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선흘리에 발달된 용암동굴의 규모와 연장길이, 동굴 생성물 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인되었고, 2005년 1월 천연기념물 444호로 지정되었다. 주변에는 용암동굴을 비롯하여 용암의 거품덩이가 공중에서 굳어져 땅에 떨어진 화산탄, 용암함몰구, 수직동굴, 식나무와 붓순나무 군락, 풍혈 등 다양하게 발달한 화산 지형들을 관찰할 수 있다. 연중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 겨울에도 울창한 숲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오름 곳곳에 갱도진지, 병참도로 등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들이 만들어 놓은 곳이 10여 군데 정도이다.

처음 올라갈 때 급경사 지역이 조금 힘들지만 붉은 돌 위 푸른 숲 속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금세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다. 2시간 정도 관람 후 나오는 길에 기념관에 들러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했다.


3개 분화구 용눈이 오름


구좌읍에 위치한 용눈이 오름은 해발 247.8m, 둘레 2,6km 규모이다. 360여 개의 오름들 중 유일하게 분화구가 3개이다. 곡선처럼 부드러운 능선이 유독 아름다운 곳이다. 한가운데가 움푹 패어있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여  용눈이오름이다. 정상에 오르는 경사도가 완만해서 걷기에 편하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휘청거렸다. 왼쪽으로 올라가 봉우리에 도착하니 건너편 바다에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보였다. 다랑쉬 마을을 두고 맞은편에 다랑쉬오름과 지미봉이 있다.


용눈이오름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은,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라고 한다. 원형을 띄는 다랑쉬오름 전체 둘레가 3,391m로 비교적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분화구 바깥 둘레는 약 1,500m 정도이고,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똑같은 115m라 한다.

 다랑쉬 오름 아래 있던 마을이 4·3 사건 때 토벌대에 의해 마을 전체가 초토화된 아픈 사건이 있다. 다랑쉬굴에 피난 갔던 마을 사람들도 모두 토벌대가 굴 입구에서 피운 불에 질식사하였다. 1992년 44년 만에 이들의 주검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굴 속 바닥에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민간인 시신 11구와 그릇, 항아리 등이 널려 있었다. 이들은 모두 화장되어 바다에 뿌려졌으며, 현재 다랑쉬 굴의 입구는 폐쇄되었다. 제주의 아픈 현대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새별오름 억새
새별오름 들불축제


새별오름은 서부 중산간 오름지대 중에서 으뜸가는 곳이다. 저녁 하늘에 샛별과 같이 외롭게 서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풍경이 아름답고, 성이시돌목장이 근처에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름이다. 경사가 약간 있으나 높이는 해발 519.3m로 그리 높지 않다. 정상에 오르면 해변과 비양도가 보이며,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을에는 억새가 만발하여 바람에 춤추는 억새밭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새별오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축제인 들불축제가 열린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해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 놓기 문화가 있었다. 새별오름 들불축제는 이러한 목축문화를 계승한 축제로, 오름 전체가 불타오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1997년부터 시작하여,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우수축제로 지정되었다.


산굼부리 표지석
산굼부리 분화구


산굼부리의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로 푹 패인 곳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다른 기생화산들과는 달리 커다란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산체에 비해 화구의 크기가 비교적 큰 편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조천읍 들판에 위치한 산굼부리 분화구는 원뿔형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바닥 넓이는 약 8,000평이나 된다. 분화구의 지름과 깊이가 백록담보다 더 크지만 물은 고이지  않고  현무암 자갈층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간다. 이러한 화구를 마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산굼부리 분화구가 유일하다. 분화구 안쪽 약 450여 종의 식생은 분화구를 내부에서 격리된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왔으므로 식물 분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곳 역시, 가을에 억새가 이루는 은빛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광치기 해변에서 만나는 성산일출봉
일제 동굴 진지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보는 모습


성산일출봉은 마그마가 물속에서 분출하여 만들어진 수성화산으로, 높이는 해발 182m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본섬과의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 연결됐다. 정상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 길은 숨이 가쁘나, 20분이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너른 분화구와 그 뒤로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다른 오름들과 달리 수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정상에는 지름 600m, 바닥면의 높이가 해발 90m인 거대한 분화구가 있다. 그릇처럼 오목한 형태로 둘레에는 99개의 봉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웅장하고 거대한 성과 같다고 해서 성산, 해가 뜨는 모습이 장관이라 하여 일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연기념물 제420호로 지정됐으며, 한라산과 함께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성산일출봉에는 제주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1943년에는 일본군이 이곳을 요새화 하기 위해 일출봉 해안절벽에 24개의 굴을 팠다. 굴속에 폭탄과 어뢰 등을 감춰두고 전쟁에 대비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패전하였다. 이 굴은 이후 잠녀의 탈의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성산일출봉과 본토를 잇는 길목을 터진목이라 불렀는데, 이곳과 일출봉의 우뭇개 일대에서 4·3 항쟁 당시 많은 민간인이 토벌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2개의 길목이 본섬과 이어져있고,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었다. 내려오는 쪽에서 바라본 경치가 더욱 멋있었다. 해안 절벽과 바람 부는 너른 초원이 멋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5,000원 입장권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대포동 주상절리


서귀포시 대포동 해안  약 2㎞ 구간에 주상절리대가 형성되어 있다. 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해안으로 흘러와 급격히 식으면서 발생하는 수축작용으로 형성되었다. 수직기둥 형태의 주상절리 표면은 벌집 모양의 6각형이 대부분이나 4각, 7각 형태도 보였다. 대포동 주상절리는 현무암에 나타나는 수직 절리로, 검은 빛깔 기둥으로 서있다. 높이는 약 30~40m,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겹겹이 서 있는 주상절리와 판상 절리의 모양이 동시에 보이는 곳으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제주도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돼 있다.


만장굴 내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용암 동굴 김녕굴과 만장굴은 천연기념물 98호로 원래 하나의 굴이었으나 천장이 붕괴되면서 두 개로 나뉘었다. 만장굴은 약 10만 년 전~3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58년 당시 김녕초 교사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용암동굴로 학술적, 보전적 가치가 매우 크다.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이르러,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갖고 있는 만장굴 총길이가 약 7.4km에 이르며, 부분적으로 다층구조를 지니는 구조이다.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제2입구이며, 1km만 탐방이 가능하다.

만장굴 내에는 용암 종유석,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유선 등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발달했다.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볼 수 있는 약 7.6m 높이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만장굴 개방구간 외 깊숙한 곳에는 박쥐가 수천 마리씩 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박쥐를 만나기는 어렵다.


용머리해안
용머리해안과 하멜의 표류기념관


제주 용머리해안은 산방산 해안 쪽에 길이 600여 m, 높이 20m로 펼쳐져 있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이다. 마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용머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뒤쪽 산방산과 달리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으며, 3개의 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분출된 화산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 흔적과 경사를 달리하는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

용머리해안 뒷부분으로 올라가면 화순 금모래 해변이 보인다. 올레 10코스에 해당되며, 이름 그대로 백사장의 모래가 금색이라 붙여진 이름이었는데 흐린 날 보아서 인지 검은 모래인 줄 알았다.


안덕 사계리 삼방산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산방산, 산방(山房)은 굴이 있는 산을 뜻한다. 높이는 해발 395m이며, 150m쯤에 해식동굴이 있다. 사계리 해안가에서 용머리 퇴적층과 이어져 있고, 종모양을 닮은 종상화산 형태를 띠고 있다.

 500 장군은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맏형이 사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나머지 허공에다 대고 활시위를 당겼는데 그 화살이 하늘을 꿰뚫고 날아가 옥황상제의 옆구리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가 홧김에 한라산 정상에 바위 산을 뽑아 던져 버렸는데, 뽑힌 자리에 생긴 것이 백록담이고 뽑아 던진 봉우리가 날아가 사계리 마을 뒤편에 떨어졌는데 이게 바로 산방산이라 한다.

백록담과 산방산은 그 생성 과정이나 시기가 전혀 다르지만 한라산 정상의 분화구와 둘레가 같고, 산방산의 암질과 백록담 외벽(남서벽)의 암질이 같은 조면암질로 이루어져 있다. 100여 평쯤 되는 동굴 안에 부처를 모시고 있어 ‘산방굴사’라고도 한다.


안덕 사계리 형제바위

 

사계리에 효심이 깊은 삼 형제가 살고 있었고, 어머니는 해녀라 매일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갔다. 형제는 어머니의 모습을 갯바위에 앉아 지켜보곤 했는데, 어느 날 해산물의 풍요를 가져오는 바다와 바람의 신 영등신이 심술이 났다. 영등신이 잔잔한 바다에 파도를 일게 하는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물질을 하던 어머니가 그만 실종되고 말았다. 형제들은 어머니가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며 사계리 앞바다를 떠나지 않았고, 영혼은 바다로 어머니를 찾아 떠났다고 한다. 형제의 영혼은 바다를 헤매고 있고, 육신은 바위로 변해 형제섬이 됐다고 한다. 일상 속 인간적인 모습들이 드러나는 제주설화,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들려온다.  


남원 큰엉의 한반도
남원 큰엉 해안 모습
남원 큰엉 푸드트럭 이동카페


 ‘큰엉’이란 제주도 사투리로 ‘큰 언덕’이라는 뜻인데 커다란 바위와 절벽들이 바다를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20m에 이르는 검은 용암 덩어리 기암절벽이 마치 해안가에 해자를 두른 듯 펼쳐져 있고, 동굴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절벽 위 평지에는 부드러운 잔디가 깔려 있고, 난간을 설치된 1.5km의 산책로 사이를 걷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 한반도 지도가 보이는 곳이 있다. 당시 끊어지고 묻혀버려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바당 올레길을 복원한 해병대원들 덕분에 탄생한 곳이다. 인디언 얼굴처럼 생김새에 따라 이름 붙은 바위들을 만날 수 있고, 곳곳에는 벤치가 마련되어 해안 모습을 바라보기 좋다. 

중간에 푸드 트럭 이동 카페 여주인과 대화하던 중 칠판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왼쪽에 카메라를 그려 넣고 '너의 꿈을 응원해'라고 써넣었다. 어릴 때부터 여행경험이  많아 포토그래퍼가 꿈인 딸을 위해 그려 넣은 카메라와 글귀를 찍어 전송해주었다.


쇠소깍


한라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줄기가 남쪽으로 흐르는 효돈천이 해수를 만나 생긴 깊은 웅덩이가 쇠소깍이다.'쇠소'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연못이고, '깍'은 마지막 끝을 의미한다. 쇠소깍 양벽에 기암괴석이 둘러서 있고, 그 위로 숲이 우거져 있으며, 쪽빛 물이 신비함을 더해준다. 이 곳은 기우제를 지내는 신성한 땅이라 하여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를 하지 못했다. 계곡의 입구를 막아 천일염을 만들기도 했고 포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쪽배를 타고 유유자적 절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약 350여 년 전 하효마을 부잣집 무남독녀와 동갑내기 머슴의 아들이 서로 사랑했으나 처지를 비관한 총각은 쇠소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였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여자는 시신이라도 수습하게 해 달라며 쇠소깍 기원 바위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마침 큰비가 내려 남자의 시신이 냇물에 떠 내려오자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던 여자도 쇠소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 후 마을 주민들이 가련한 넋을 위로하기 위해 당집을 마련해 영혼을 모시고 마을의 무사안녕과 번영을 지켜달라고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설보다 더 애틋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쇠소깍은 물빛이 너무 고운 곳이었다.  


신창 해안 풍력발전기 단지


제주 서쪽 신창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위에 줄지어 서있는 풍차를 만날 수 있다. 애메랄드 바다 빛깔에 어울리는 하얀 풍차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저녁 노을이 질 때쯤 황금빛으로 물든 바다와 길게 늘어선 풍차가 수면에 빛나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곳은 아름다운 일몰로도 손꼽히는 장소이다. 2017년 기아자동차 올뉴모닝의 광고 촬영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체험장 산책코스에 다금바리 구조물과 하얀 등대, 전망대가 소소하게 꾸며져 있다. 원담이라고 하는 둥근 돌담이 물속에 만들어져 있었다. 조수간만을 이용해 밀물 때 원담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이 되어도 돌담에 걸려 나가지 못하게 해서 낚시를 하는 전통 방식이라고 한다.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물속을 드나드는 해녀들이 망태기에 해초, 우뭇가사리를 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싱계공원 용천수와 목욕탕


해안도로에 서있는 풍력발전기의 규모에 놀라 놓치면 안되는 것이 도로 안쪽 마을에 만들어진 벌내물공원과 바다 쪽 싱계물 공원이다. 싱게물은 제주어로 ‘새로 발견한 갯물’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갯물은 용천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해안도로 한쪽에 보면 지붕 있는 시설물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용천수가 나오는 곳, 목욕탕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다공암의 바위틈으로 빠져나간 지하수가 수압에 못 이겨 해안가에서 용천수가 올라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섬


한경면 고산리 해안 들판에 약 77m의 수월봉이 있다. 등대처럼 생긴 기상관측소와 기우제를 지내던 육각형의 수월정이 있다. 뒤쪽을 바라보면 함부로 보여주지 않던 한라산 능선이 누워있고, 아래에는 제주에서 가장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수월봉 전망대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바다 곳곳에 자리한 섬들과 등대가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수월정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고 할 만큼 해넘이의 대표명소이다. 석양에 물드는 붉은빛 사이로 차귀도를 내려다보니 수직 해안 절벽이 검게 보였다. 차귀도 정상부에만 초지가 형성되어 있고 그 외는 온통 검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귀도는 1970년대 이후로 사람이 살지 않았는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30년 만에 다시 뱃길이 열렸다. 섬은 두 개의 봉우리가 있고 한 바퀴 도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차귀도 등대와 옛 집터가 남아있고,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이라 불리는 장군바위도 볼거리다. 약 50년 동안 사람들로부터 보호된 차귀도는 원시적 섬의 생태계를 갖추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새로운 땅을 밟는 느낌은 각별하다.


화산 쇄설암의 퇴적 지형 지질공원


 수월봉 아래, 지질트레일을 조성한 공원이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계절풍에 의해 바다에서 운반된 모래로 이루어진 소규모 사빈과 사구를 형성한 곳도 있다. 화산 지형이 해수의 침식과 퇴적 작용으로 인해 독특한 해안 지형을 보이고 있는 해안 절벽은 지층의 구조를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수월봉 아래쪽 엉알길은 화산쇄설암의 퇴적 구조가 촘촘하다. 해안 절벽에 화산재로 그린 한 편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곳곳에 박혀있는 돌들은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라고 한다. 대단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제주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산 지형 박물관이다.


패류화석 사진
서귀포층 패류화석 해안


서귀포층은 천지연폭포에서 새연교를 지나 해안 쪽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제주의 기반이 되는 층으로 패류 화석을 포함한 지층을 말한다.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는 제주도 형성 초기에 일어난 화산활동과 그로 인한 퇴적물들이 쌓여 생성된 퇴적층으로 남서 해안 절벽을 따라 나타나고 있다. 물이 통과할 수 없는 서귀포층은 지하수가 땅으로 스미는 걸 막아 제주 물 자원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동안 차례 방문했을 때 천연기념물 제195호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의 관리가 다소 부실하다고 느꼈다. 낙석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바닥에 쓰러져있고, 진입금지 통제선이 없었다. 패류화석 앞 해안가에는 해양쓰레기가 밀려와 나뒹굴고 있었다. 보존가치가 큰 곳인 만큼 체계적인 정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패류화석의 상보적인 상호작용, 현무암의 침수를 막고 물을 보존하는 지혜를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섭지코지 경관
섭지코지 일출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제주 섭지코지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히는 해안 지형이다. 섭지란 재사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며 코지는 곶을 뜻하는 해안 절벽을 지칭한다. 돌출된 반도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보여주던 이곳이 2003년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다. 등대 근처,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알리던 봉수대는 높이 4m, 가로세로 약 9m의 크기로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섭지코지는 육지에서 떨어져 있던 섬이었으나 사주가 발달하여 연결된 육계도이다. 산정에 등대가 세워져 있는 붉은오름은  폭발식 분화에 의해 방출된 화산쇄설물이 화구 주변에 쌓여 원추형의 화산체가  형성되는 스코리아콘이다. 이 곳이 파랑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애가 후퇴하면서 차별 침식이 일어나 단단한 부분만 바위로 남게 되는 지형을 시스텍이라 한다. 선돌 바위가 지형적으로 외돌개와 유사한 시스텍에 해당된다. 선돌바위에 애잔한 전설이 서려있다.

 이곳에서 목욕을 하던 선녀를 본 용왕의 막내아들이 용왕에게 선녀와의 혼인을 약속받았으나 백일이 되던 날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져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했고, 정성 부족으로 하늘이 혼인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막내아들은 슬픔에 잠겨 이곳에서 선 채로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일출을 보려고 새벽부터 서둘러 섭지코지에 올랐다. 수면에 비친 해 그림자를 정면으로 받으며 불타는 선돌바위의 모양을 찍었다. 찰나를 포착했는데,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태양이 번지게 나와 아쉬웠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하얀 등대와 신양 해변과 어우러지는 성산일출봉을 바라본 순간이 하나의 이미지로 저장되어 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녕 해변의 하얗고 고운 모래는 너무 고와서 밟기가 미안한 곳이고, 월정리 해변은 카페가 줄지어 서있다. 향긋한 빵 냄새와 달콤한 커피를 마시면서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낭만도 즐길 수 있다.  

함덕 해수욕장과 서우봉은 제주에 가면 꼭 들르는 곳. 특히, 썰물 때 모래사장이 고래의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려고 매번 찾아간다. 서우봉에서 내려올 때 함덕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평화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해수욕장 안에 자리한 향긋한 빵 냄새와 달달한 커피향이 번지는 달문도 커피숍. 크로와상과 아메리카노 진한 커피를 마시며 맑고 푸른 바다와 바다를 닮은 하늘을 즐기는 곳이다. 다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다려야 하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



함덕해수욕장 오른편에는 110미터 높이의 서우봉이 있다. 물소가 막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형태라서 서우봉이라 부른다. 서우봉의 매력은 함덕 해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소박한 숲길이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길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어디를 걸어도 좋은 숲길을 품고 있다. 특히 연초에 서우봉에 올라가면 주민들이 산신에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고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2 숲길에서 북쪽으로 걷다 보면 굴물이라는 부르는 작은 굴이 눈에 띈다. 동굴 안에 있는 물은 오랜 가뭄에도 거의 메마르지 않는다. 동굴 안에 물이 고여 굴물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일본군에 의해 구축된 진지동굴이다. 방목하던 소와 말 그리고 새들이 굴물까지 찾아와 목을 축이곤 했던 생명수였지만 현재는 마실 수 없다.  


일제 동굴 진지


 서우봉 일제 동굴진지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 해군이 미군함을 목표로 자살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든 특공기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동굴진지 1기는 보존 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서우봉 일제 동굴진지는 오름 사면의 해안 절벽을 따라 23기가 있으며, 이 중 19기는 확인이 가능한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보존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단단한 암반을 동굴식으로 뚫고 만들었는데, 이 가운데 해안가와 맞닿아 있는 갱도는 모두 일직선으로 되어 있다. 진지의 규모는 길이가 110m로, 폭과 높이는 310㎝ 내외로 일본 해군 특공부대의 실태를 보여 주는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     


삼양 해변 벽화
삼양 카페 아프리카
검은 모래 삼양 해변


삼양해수욕장은 제주도의 다른 해수욕장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어서 소박하며, 물이 깨끗하다. 특히 화산암편과 규산염 광물이 많은 세립질 모래로 이루어진 검은 모래가 특징이다. 이 곳의 검은 모래는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을 파묻고 모래찜질을 하면, 관절염 및 신경통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매년 여름이면 검은 모래 안에 몸을 파묻고 찜질을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 '모살뜸(모래뜸)'이라고 한다.

삼양해변은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으며 주변에 시원한 용천수가 있어 해수욕에 적합한 곳이다. 이곳 입구에 제주 마을의 물 확보 관련 벽화가 많으며, 근처 인상적인 노란 빛깔로 장식된 아프리카 카페가 멋지다.


도두봉에서 바라본 제주시


도두봉은 제주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오름으로 경사가 완만하여 오르기 쉽다. 남사면은 풀밭을 이루면서 듬성 듬성 해송이 있고, 북사면은 삼나무와 낙엽수 등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봉우리는 2개이며, 동쪽 봉우리가 약간 높고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정상에서 공항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도 볼 수 있는데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어우러져 나름 멋지다. 바닷가와 인접해있는 도두항과 붙어있고, 도두봉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도두항 노을은 장관을 이룬다.  


비양도


비양도는 옛날 중국에서 봉우리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를 본 한 여인이 ‘산이 날아온다’라고 소리치자마자 그 봉우리가 한림 앞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었고, 날아온 섬이라 하여 비양도라 한다. 한림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비양도 천년호가 하루 네 번 운항,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만석이었다. 배에서 내리면 자원봉사자의 열정적인 지질 안내를 30분 정도 듣게 된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마주 보이는 섬, 비양도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매력인 비양도는 제주의 4개 섬 중 가장 늦게 1002년 화산이 분출된 섬으로 1000년의 세월을 품에 안고 있다. 비양도는 2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으며, 북쪽 분화구에는 비양도에서만 자란다는 비양나무 군락지가 있다. 섬 전체가 동그란 원추형으로 비양봉이 해발 114.1m 정도이다.  


비양도 정상 등대
비양도 팔랑못
코끼리 바위


비양봉 정상에 올라가니 바람에 누운 풀잎들이 내준 길 따라 하얀 등대가 세워져 있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 서부 지역이 둥글게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와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해안 일주하는 과정에 검붉은 화산지형과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데,  애기 업은 돌과 코끼리 바위가 대표적이다. 또한 비양도 최대 염습지인 팔랑못은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호수로 만들어졌다. 비양봉 산봉우리가 물에 비치는 모습과 야생 동식물이 군락하여 생태학적으로도 의미가 높다.

 선착장 앞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바닥에 널려있고, 대합실에는 그 흔한 상점이나 가게, 가판대조차 없다. 비양도에서 호돌이 식당에서 치어를 바다에 풀어주고 복을 비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 참여해봤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의미가 크다. 부두 근처 드라마 봄날 촬영지였던 비양보건진료소가 그대로 남아있어 드라마를 다시 기억해볼 수 있다. 비양도 호돌이 식당에서 먹은 보말죽과 보말라면의 맛은 일품이었다. 번을 다시 가도 비양도는 가고 싶은 매력적인 섬이다.


가파도 청보리 4월
가파도 일주 자전거 투어 9월


가파도는 모슬포 운진항에서 약 5km 거리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가파도처럼 나지막한 지형을 가진 평지 섬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위에서 보면 가오리를 닮았고 옆에서 보면 구릉 하나 없이 평평한데, 섬의 가장 높은 곳도 20m를 넘지 않는 접시 모양이다. 동서 약 1.3km, 남북 약 1.4km 크기의 가파도는 걷기에 이상적인 섬.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가파도 경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 지붕, 돌담, 그리고 보리밭이 펼쳐진 수평의 이미지이다.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푸른 청보리밭과 돌담길은 김영갑 갤러리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가파도의 보리는 키가 1m를 훌쩍 넘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도 너울 같은 보리물결이 넘실댄다. 일손이 없어 심어놨던 청보리는, 돌담과 바다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매년 4월 초-5월 초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열렸는데 올해는 어쩌려나 모르겠다.

1751년(영조 27)에 제주목사 정연유가 소 방목을 허가하면서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고 전해지고, 선사시대 유적인 고인돌 135기가 가파도에 남아있다. 조선시대, 뱃길이 활발하지 않은 시절에 가파도 주민들은 봉화를 피워 모슬포와 신호를 주고 받았다. 물과 식량이 부족하면 봉화 하나, 물과 식량이 다 떨어지고 위급환자가 발생하면 봉화 두 개, 사람이 죽거나 죽을 위험에 처하면 셋을 올렸고, 모슬포에서는 이를 보고 필요한 배와 물자를 가파도에 보냈다고 한다. 그 옛날 수신호 네트워크가 이루어진 셈이다.


마라도  고구마 모양-제주관광


한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는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11km 해상에 위치한다. 운진항에서 30분 정도 소요되며, 면적 약 9만 평, 최장길이 약 1.3km이며, 마라도는 위에서 보면 고구마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평평하나, 해발 39m  등대가 있는 동쪽은 해풍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룬다. 주민들은 약 130여 명으로, 주로 어업에 종사하나, 관광객이 늘어나면 민박을 겸하는 주민들이 많다. 마라도는 본래 원시림이 울창한 숲이었는데, 화전민 개간으로 숲이 모두 불태워져 지금은 섬 전체가 낮은 풀로 덮여있다. 푸르른 초원 군데군데 작은 건물이 서있으며, 가을에는 억새가 만발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등대 주변에 태양광발전시설과 전 세계 유명 등대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볼거리가 있다. 국토의 막내, 최남단에 위치하여 최남단이라는 이름이 붙는 마라도 성당과 기원정사 등 종교시설과 분교, 짜장면집까지 있다.


마라도 해안 경치
마라도 할망당


마라도에 도착해 섬의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 때,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할망당’ ‘처녀당’ ‘비바리당’ 등으로 불리는 마라도의 본향당이 있다. 당 아래 돌담을 둥그렇게 쌓아두고 안에 제단을 마련한 것이 전부지만, 이곳에는 마라도의 잠녀들의 안녕을 지키고 뱃길을 무사히 열어주는 본향신이 모셔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당이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세게 분다 하여 이를 금기 또는 신성시하고 있다.


우도 해안
홍조단괴해변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렸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관광지로써 한해 약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부속섬이다.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 섬의 길이는 3.8km, 둘레는 17km. 쉬지 않고 걸으면 3~4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관광객들은 대부분 버스나 자전거, 미니 전기차를 타고 유명 관광지 위주로 돌아본다.  백사장과 아름다운 바다가 유명한 하고수동해수욕장, 검멀레 해안, 우도봉에 올라 우도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작은 크기의 우도 땅콩이 특산물로 알려져 있고, 땅콩아이스크림 등이 유명하다.

그중 우도 홍조단괴해변은 산호해변으로도 불리는데, 백사장을 이룬 하얀 알갱이는 홍조류가 딱딱하게 굳어  부서지면서 만들어진 것이 밝혀지면서 홍조단괴해변이라 한다. 홍조류로 이뤄진 백사장은 세계적으로 드문 곳으로 보호하고 있다.


곽지해변에서 보는 노을
한담 공원 산책길


제주에서 해넘이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아마도 서쪽에 자리 잡은 애월 한담공원 주변 일 듯하다. 부근에 드라마로 유명한 카페 봄날을 비롯 모던하고 멋진 카페들이 바다를 향해 의자를 배치해놓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담공원 아름다운 경치를 따라 곽지해변까지 걸어가면 제주의 지형을 통째로 만나는 근사한 기분이 든다. 노을 지는 저녁 무렵 바다로 풍덩하는 둥근 해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이곳 해안길은 참 아름답다.


카페 팩토리 스토리
카페 팩토리 스토리


이곳에 언제부턴가 제주를 가면 꼭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곽지해변 바로 앞에 있는 카페 고구마 팩토리. 예전 고구마 전분 생산 공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밖으로 나가면 한담공원 산책길 따라 바다로 이어진다. 카페에 앉아 노란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 카페 벽면에 그려놓은 독특한 그림이 재미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편안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카페 여주인 때문이다. 손수 만든 파이프 장식과 라떼라는 덩치 크고 순한 개가 반겨준다. 특히, 겨울에는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던 곳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커피 한잔과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그곳이 시시때때로 가고 싶다. 바다에 마음을 풀어놓고, 따뜻한 차 한잔 마음 놓고 편히 마실 날이 언제 올까? 간절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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