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주말 새벽 공항은 제주를 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1박 2일 알차게 다녀올 수 있도록 새벽 6시 출발,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7시 20분이다. 대전, 부산에서 출발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 공항 근처 도두봉으로 향했다.벚꽃이 피어난 오르막길에 동백숲 터널을 만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아침, 숲터널을 지나면 앞이 뻥 뚫려 갑자기 나타난 바다와 하늘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두봉에서 제주 시가지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다 용담 쪽으로 내려오면 7가지 빛깔의 무지개 도로를 만나게 된다. 그래, 이번에는 제주의 무지개 빛깔 찾아 떠나볼까!
용담동 무지개 도로
무지개 도로 옆 돈고팡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무지개 큐브가 색색의 칼라로 바다와 육지를 나누고 있다. 무지개 담장이 푸른 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이 곳에 모자를 눌러쓰고 한 손으로 낚싯대를 잡고 있는 조각상은 바람을 낚는 듯하다. 인어처럼 생긴 금빛 해녀는 바다에서 막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무지개 빛깔의 네모난 경계석에 시선이 쏠리게 되는 그 기획 의도가 재미있다. 도로 맞은편에 위치한 돈고팡이라는 가게의 화려한 칼라 또한 무지개 도로에 어울렸다.
더럭 분교 모습
더럭 분교 무지개색
해안에서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다 보면 오색찬란한 무지개 빛깔의 애월초 더럭 분교를 만날 수 있다. 폐교 직전의 더럭 분교는 2012년 삼성전자의 슈퍼 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 사업으로 학교 건물을 무지개색으로 칠하였다. 세계적인 컬러리스트 장 필립 랑클로가 다양한 색을 배열하고 조합하여 아름답게 디자인하였다. 이 과정이 휴대폰 TV 광고로 소개되며 너무도 아름다운 색채감은 사람들을 관심을 끌었다. 무지개 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제주의 명소가 된 학교와 초록의 잔디밭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알록달록 학교 건물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경고하는 통제 팻말, 학교 수업 중이니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조용히 다녀야겠다.
마을과 학교를 살리려는 주민들과 행정당국의 노력에 힘입어 학교 주변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 2018년 더럭 분교 학생수는 108명이 되었고, 결국 더럭 초등학교로 승격됐다. 무지개 빛깔이 가지고 온 학교와 마을의 변화가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보았다. 무던한 공간에 색감이 주는 터치로 인해 발현된 창의성의 현장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연꽃이 피어난 연화지
더럭초 아래쪽에 자리 잡은 연화지는 3,350 평의 연꽃 연못이다. 고려시대 연화지는 산적들의 집터였다. 산적들은 연못 한가운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들의 재물을 약탈하곤 했다. 신임 판관이 초도순시차 이곳을 지나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판관을 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는데 마을에 사는 "뚝할망"이 눈치채고, 산적들의 흉계를 관가에 알렸다. 관군이 산적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뚝할망"도 산적들의 칼에 맞아 죽었지만 벼슬을 내리고 제주향교에 제신으로 받들게 했다. 그 후 마소의 물을 먹이는 못으로 활용되다 17세기 중엽 수리공사를 하여 지금의 연화지가 되었다. 연꽃이 만발한 연화지 가운데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육각정이 서 있는데 그 너머 노란색의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농업용 창고를 개조한 카페 프롬 더럭
연화지 앞에 있는 카페 프롬 더럭은 농업용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더럭 마을 이름상표등록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지만, 마을 귀속으로 결론을 내렸던 노란색 카페.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화려해 보이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느낌이다. 특히 이 곳은 카페 내부에통유리가 설치되어유리 너머 연화지 풍경이 그대로 카페에 들어온다. 특히 비가 내리던 날, 창문을 톡톡 치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데, 연 잎에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떼구루루 굴러 떨어지는 모습에 머물렀던 시선, 신선이 따로 없다.
카페 중앙에 아이들이 숨어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골방이 마련되어 있다. 내부에 들어가면작은 테이블과 의지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능성 있는 카페이다.
에코랜드 무지개 의자
조천읍 대흘리에 위치한 에코랜드는 30만 평의 곶자왈 원시림에 기찻길을 놓고 호수를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이다.에코브리지 메인 역에서 기차를 타고 레이크사이드 역을 비롯 4개의 간이역에 내려호수와 푸른 초원, 곶자왈 숲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무지개 빛깔의 의자가 큰 나무를 둘러싼 경치를 만날 수 있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의미의 ‘곶’,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는 ‘자왈’이 합쳐져 만들어진 제주도 방언이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약 2km 코스를 산책하면서, 쉬멍, 놀멍, 걸으멍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끼기에 아주 좋다.
가파도 여객선
가파도 민가
가파도 청보리
대정 모슬포항에서 무지개 빛깔로 화려하게 꾸며진 여객선 blue ray호를 타고 가파도로 향했다. 재미난 가파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10분 정도 지나니 선착장에 도착한다. 바다 건너편을 보니 송악산과 해변, 푸른 바다가 산수화 같다.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 작은 섬이라 할 정도로 섬이 낮고 평탄하다. 중앙으로 난 길 따라 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노란 지붕과 검은 현무암 담장을 만날 수 있다. 그 너머에 초록색의 청보리가 바람 따라 춤을 추고 물결을 이룬다. 끝없는 보리밭, 바다 바람이 전해주는 푸르른 떨림이 장관을 이룬다.
가파도 민가와 유채꽃
화려한 가파도 짬뽕
가파도는 섬이 크지 않아 해안을 한 바퀴 돌아보는 일이 수월하다. 포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산방산, 형제봉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서있다. 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면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가 반겨준다. 고구마 모양처럼 생긴 마라도가 빛을 받으며 서있는 모습은 어쩐지 대견하게 느껴진다. 노란 꽃과 돌담 따라 조금 더 걸으면 포구 반대편에 자리한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서 먹었던 해물 짬뽕은 시원한 국물 맛도 일품이지만, 미역 위에 얹힌 게와 전복, 뿔소라를 비롯한 풍부한 해산물이 주는 색감도 눈길을 끈다.
다시 섬을 돌아 오른쪽으로 가면 푸른 보리밭과 검은 화산석, 노란 유채꽃에 어울리는 주황색과 옥색 지붕, 그리고 노란 담장이 생동감을 준다. 가파도의 봄은 그야말로 총 천연 빛깔이다.
중문 스타벅스 계단
2020년 기준, 제주 스타벅스 매장 수는 제주시 13개, 서귀포시 9개로 총 22개이다. 서귀포 도심에서 벗어나 중문 관광단지와 색달해변으로 들어가는 사거리 길목에 위치한 중문 스타벅스 매장이 인상적이다.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과 붙어있어 더욱 독특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으로,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되어 한정된 기간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원두들이 있고, 추출방식이나 메뉴도 일반 매장보다 다양하다. 예전에 노란빛이었으나 2021년 봄에는 하얀색 톤으로 칠해져 있다. 이곳에 무지개 색감이 두드러지는 스타벅스의 명소는 바로 입구로 들어가는 계단. 여러 색상으로 꾸며져 있어 무척 화려하다. 칼라 리터치가 밋밋할 수 있는 계단을 멋지게 살려냈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색달해변 앞바다, 저녁노을이 질 때쯤 하얀 이 건물에 화려한 노을빛이 물들겠지!
바움 커피박물관
커피박물관에서 친구들
빛의 벙커 들어가기 전, 바로 앞에 위치한 바움 커피박물관을 들렀다. 큰 물뫼오름 둘레길이 커피박물관과 연결되어있고, 멀리 다랑쉬 오름을 비롯한 성산일출봉과 섭치코지,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되는 올레 2길이 박물관과 연결되어있다.
Baum의 옥상에 올라가면 커다란 파라볼라 안테나와 마주하게 되는데, 순간 바람을 떠올렸다. 내 삶에 불어왔던 크고 작은 흔들림과 주파수 찾아 마주했던 분주함 혹은 머뭇거림을 기억해냈다. 바람은 어디서든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떻게 맞이하는가? 가 더욱 의미 있겠다.
커피박물관 1층에는 핸드드립 기기부터 지역별 커피콩에 대한 설명까지 있어 다양한 커피의 종류와 맛을 느낄 수 있었다.아름다운 커피잔을 둘러보고, 2층 창가에 앉아 이만 이천 평의 숲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서울 마포 성산 문화비축기지
제주 성산 빛의 벙커 입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 경기장 맞은편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1978년까지 5기의 석유 탱크가 이 곳에 있었는데, 2002년 월드컵 경기 유치에 따라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 이후 서울 시민 공모전을 통해 석유저장 탱크 5기를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하였고, 카페와 휴식공간으로 쓰이는 T6을 신설하였다. 예술가들의 지원으로 현재 6개의 탱크는 각각의 색깔을 담은 공연장, 전시장, 다목적 파빌리온, 정보교류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석유를 저장하던 비축기지에서, 문화를 저장하고 쌓아가는 문화비축기지가 되었고, 과거와 미래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주 성산에 축구장 절반 크기인 약 900평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벙커가 숨겨져 있었다. 오름 안에 건설하여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이곳은 국가통신망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곳으로 군인들이 지키고, 출입을 통제하던 구역이었다.
이 벙커가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AMIEX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결정되었다. 벙커의 내부에는 넓이 1m²의 기둥 27개가 나란히 있다.빛의 벙커는 단층 건물로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내부 높이 5.5m 규모이다. 또한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의 쾌적한 온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고 내부에 벌레나 해충이 없다. 또한 외부의 빛과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방음효과와 적절히 몰입을 높여주는 미로 구조로 되어있다.
2019년 클림트 작품 전시
드디어, 2018년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케이블 보관하던 벙커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 디지털 빛의 벙커로 변신했다.클림트의 작품들이 입구 벽면을 가득 채웠다. 초대작으로 황금빛 화가 클림트와 색채의 마술사 훈데르트 바서 등의 작품이 25개가 넘는 프로젝션을 통해 대규모로 투영되고 있었다.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의 디지털 예술 작품을 만난 순간, 선명한 색채감과 사면을 가득 채우는 영상미, 작품과 어우러지는 음향에 놀라웠다. 나도 모르게 작품 속 주인공들 속에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19세기 후반 비엔나의 예술문화의 상징인 장식 화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실제 금박과 금색 물감을 자주 사용하였던 황금빛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작품 '키스'가 대표작이다. 꽃이 흩뿌려진 작은 초원 위에 서 있는 두 연인은 주변과 상관없이 금빛 아우라 안에서 서로에게 몰입하고 있다. 비엔나 여행 중 초록 지붕의 쇤부른 정원을 다녀온 후 빨간 지붕의 벨베데레 상궁에서 원작 '키스'를 만났었다. 까만 테두리 속 노랗게 빛났던 그 작품을 만났던 순간, 가슴이 쿵쿵하던 기억이 새롭다.
훈데르트 바서의 더 그린시티
개성 있는 오스트리아 바트 블루마우리조트
2016년 연말, 세종미술관에서 열렸던 훈데르트 바서 특별전 '그린시티'를 다녀온 적이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통했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였던 훈데르트 바서는 물과 비를 좋아하여 작품에 색과 디자인으로 표현하였고, 직선보다는 곡선을 주로 사용했다. 끝이 없는 나선과 강렬한 보색을 사용한 그림에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묻어났으며 원색의 다양한 색채가 살아 움직였다.
건축공부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로 불리며, 동화같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존재성과 창의성을 담은 그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친환경건축물 중 대표적인 것은 외관과 기능을 살린 슈피텔라우 소각장이다.
그는 집을 짓는 만큼 빼앗긴 면적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나무세입자권, 한 사람이 팔을 뻗어 손이 닿는 공간은 세입자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야 한다는 창문권을 통해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창문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시회에서 만났던 그림과 바트 블루마우리조트 작품, 포스터 등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담대한 힘을 느꼈었다. 그래서 순전히 훈데르트 바서의 흔적을 찾기 위해 비엔나를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빛의 벙커에서 역사화가 한스 마 카르트, 표현주의 화가 에곤 쉴레 등 당대 비엔나의 위대한 화가들 작품들을 같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가슴 따뜻해진 전시회였다.
빛의 벙커 고흐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고흐 - 밤의 카페테라스
'내가 확신을 가지고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 고흐의 편지 中-
지난 2월 말까지 2단계 전시는고흐의작품 위주로 진행되었고, 32분 정도 디지털 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후기 인상파 화가이며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사후에 비로소 알려졌는데, 그가 그린 '아이리스'가 뉴욕의 소더비즈에서 5390만 달러라는 기록적 가격에 팔렸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에서부터 아를의 반 고흐의 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디지털화되어있다. 대담한 색의 사용과 강렬한 붓 터치가 벙커 벽면과 바닥을 통해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다가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여고시절, 세계 여행의 꿈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은 고흐의 카페테라스였다. 노랗게 환한 빛이 감돌던 카페 공간이 너무도 따뜻하여 유럽과 지중해를 꿈꾸게 했다. 파란 빛깔의 어둠이 신기했고,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다웠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고갱 - 언제 결혼할 거니?
특별 기획 작품으로 폴 고갱의 '섬의 부름'이 10분 정도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진행되었다. 고흐와 강력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고갱의 명작을 보여주었다. 고갱의 작품은 마티스, 뭉크, 피카소 등 20세기 야수파, 입체파, 추상 미술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물의 단순한 표현, 원색적인 색채, 뚜렷한 윤곽선, 원시적인 소재를 통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것에서 벗어나 초월적인 지점을 표현하고자 했다.
고흐의 초대로 남프랑스 아를에서 9개월 정도 함께 지냈지만 두 사람의 성격과 예술성이 너무도 달랐다. 고흐는 고갱과 마지막으로 싸운 날 자신의 귀를 잘랐고, 고갱은 그 후 고흐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타히티로 떠난 고갱은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왕성하게 작품에 담아 2년 동안 60여 점에 가까운 회화와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외부 세계를 자신의 주관대로 재해석한 고갱 역시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 중 두 여인이 앞 뒤로 앉아 붉은색과 푸른색의 강렬한 조화 속에 각자의 시선으로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언제 결혼할 거니?' 작품은 3억 달러에 경매되기도 했다.
고갱의 사랑과 증오를 함께 받았던 타히티 슬픈 원주민 소녀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음악 속에 흐르던 원색적 빛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