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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Sep 08. 2020

오사카-용길이네 곱창집

일본 도시 28 - 재일교포들의 애환이 서린 오사카

간사이공항 행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오사카의 볼거리 먹거리 찾으면서 설렘으로 기다리던 2018년 9월 5일, 헉~~ 태풍 제비가 휩쓸고 간 간사이공항은 물에 잠기고, 유조선이 밀려들면서 다리가 끊어지는 고립 상황이 발생했다. 금세 정리가 될 줄 알았는데 여행 출발일까지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항공사에서 취소 환불을 진행했고, 가을 오사카와 주변 지역을 둘러보는 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이듬해 1월 중순에 간사이 공항을 다시 찾았다. 오사카는 간간히 찾아가는 여행지라 익숙하지만, 갈 때마다 색다른 시선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인공섬에 건설한 간사이공항 침수현장(2018. 제비)-리더스 경제일보


1939년 개장한 제2 오사카 군용 비행장은 미군이 인도받은 후 공항 주변 지명을 따서 이타미 공항으로 불렀다. 이후 일본에 반환된 1960년부터 오사카 국제공항으로 개명되었다. 하지만 소음 문제로 인해 인근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그로 인해 운항 시간이 1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오사카 만의 인공섬 위에 1994년 간사이 국제공항이 등장하면서 국내선 전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재일교포였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이야기에서 언급한 공항 이름이 바로 이곳 이타미 공항이다.  


용길이네 곱창집 안내 포스터


1969년부터 1971년까지 3년 동안 이타미 공항 옆 판자촌을 배경으로 한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영화가 지난 3월 개봉했다. 제주 출신 재일교포 용길이네 가족의 삶과 애환을 그려낸 한일합작 영화이다. 일본 연극계에 잘 알려진 정의신(61) 재일교포 감독의  삶이 담긴 영화로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전쟁터에 나갔다가 왼팔을 잃은 용길은 전쟁이 끝나자 딸 시즈카와 리카를 데리고 고향에 귀국하려다 4.3 사건으로 일본에 눌러앉았다. 역시 제주 4.3 사건으로 가족들을 잃은 영순은 딸, 미카를 데리고 일본에 피신 와서 살다가 용길과 재혼하고, 둘 사이에 난 유일한 피붙이가 아들 도키오.  당시 급성장 중인 오사카는 세계 만국박람회로 들떠있지만, 공항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소음에 시달릴 뿐, 판자촌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비행기의 그림자가 마을을 지날 때 리어카에 도키오를 싣고 한 손으로 비행기 태워주듯 달리던 용길의 표정이 눈에 아른거린다.


비행기 태우듯 리어카에 아들을 싣고 달리는 영화 장면


일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요로 가기 싫은 학교에서, 폭력과 차별에 시달려 극단적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아들 도키오. 타국에서 겪은 서러움과 가족이 함께 품게 된 희망,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놓은 용길의 고백이 영화의 주제로 다가왔다. 결국 1971년 봄, 국유지 동네의 강제 철거로 각자 뿔뿔이 헤어지기 되었다. 모두 '야끼니쿠 드래곤'에 모여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따뜻한 포옹 속에 제 갈길을 찾아 떠났다. 리어카에 살림살이를 싣고 동네를 떠날 때, 가까스로 지탱했던 판잣집이 무너지면서 사실은 이 동네를 좋아했으며, 사람들도 좋아했었다는 역설적인 도키오의 독백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차별과 편견의 탄식 속에서 그래도 가족의 사랑으로 버텨내고 견디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4.3 평화기념관 내부 전시 자료
4.3 평화기념관 외부 모습
동백꽃으로 되새기는 제주 4.3 사건

 

4.3 사건은 1947년 3월에 시작하여 1954년까지 7년 동안 제주도에서 남로당과 토벌대 무력 충돌 및 진압과정에서 당시 도민의 11%, 약 3만여 명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곤을동, 영남동 등 108개 정도 중산간지역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 가옥 4만 채  정도가  불탔으며, 마을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영화의 용길이네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피신했었다.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재일 제주교민들은 감귤나무를 비롯 기부를 해왔고, 4.3 제주 위령제에 참석해왔다. 제주를 가보면  곳곳에서 넋을 달래고 혼을 위로하는 위령비를 만날 수 있다. 이에 2017년 4월 제주 민간 예술단체 제라진 합창단이 제주 방언으로 오사카 위령제를 지내고, 한인타운 거리공연을 하기도 했다.  


 2018년 제19회 전주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용길이네 곱창집’. 지금의 한일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2020년  재일교포는 약 60만 명, 그중 40만이 특별 영주권을 가졌고, 60% 이상이 노년층이다. 상당수가 오사카 및 관서지방에 몰려 살고 있다. 한일 교류 부분에서 잊어서는 안 될 점이 바로 그곳에 우리 교포가 이렇게 살아왔다는 점이다. 또한 앞으로도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오사카성에서 바라본 시가지

대전과 부산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간사이공항 1층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먼저 온 친구가 오사카와 나라, 교토의 무늬가 새겨진 텀블러를 구입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스타벅스와 오사카 지역 문화가 결합한 글로컬 상품성이 부럽기는 했다. 간사이 공항에서 라피토 특급열차를 타고 오사카 난바에 도착, 호텔을 찾아 짐을 놓고 오사카성을 제일 먼저 찾았다. 성 주변에 역사박물관 및 전시관, 콘서트홀 등이 위치하고 있어 이 곳이 오사카 정치, 경제 중심지인 듯하다. 겨울인데도 나뭇잎들이 푸르고, 걸어 다니기에 적당한 기온이었다.


오사카성과 물로 두른 해자


히메지성과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에 속하는 오사카 성은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운 성이다. 혼란한 전국시대 다이묘들을 제압하던 오다 노부나가 휘하에 활약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을 통일하게 되었다. 이후 다이묘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조선을 침략하는데 바로 1592년에 있었던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의 패배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사망하고, 정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가면서 도쿄로 중심지가 이동하게 된다. 이후 오사카 성은 1945년 미국의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지금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오테몬 성 문으로 들어가는데 성과 해자를 쌓기 위해 들어간 돌이 50만 개 넘는다고 한다. 해자는 성을 보호하기 위해 성 주변에 구덩이를 파고 물길을 끌어들여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물을 채워 빙 두른 연못처럼 만든 것이다. 중간중간에 망루가 서있고, 석축이 견고하게 쌓여 성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벚나무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의 사쿠라문을 들어가면 천수각이 보인다.


오사카 성 천수각의 모습


천수각은 35m 높이의 5층 구조물로 원래는 목조 건물이었으나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되었다. 3층에는 황금 다실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5층까지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8층 천수각에서 오사카 시내를 전망할 수 있다. 오사카 성은 규모가 상당히 크고, 성 안에는 여러 볼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천수각뿐만 아니라, 니시노마루 정원, 망루, 박물관, 유람선 등이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우메다 스카이 빌딩


오사카의 랜드마크, 탁 트인 360도 경치 감상이 가능한 곳, 두 건물이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어 스카이 빌딩이란 이름이 붙여진 우메다 스카이 빌딩. 빌딩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공중 정원 전망대는 오사카 랜드마크이다. 높이 170m의 공중 정원에서 전경 및 멀리 바닷가까지 다양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5층으로 이동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9층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다 보니 긴 줄을 서고 기다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우메다 공중정원 관람 기다리며
공중정원에서 바라본 오사카 야경


 벽에 붙여진 세계문화유산 관련 자료를 훑어보고 한참을 앉아서 쉬고 있었다. 공중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위로 올라가, 40층에서 시내 전경을 감상한 후 옥상 층으로 이동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탁 트인 실외의 공중 정원 전망대를 한 바퀴 빙 돌았다. 각각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저 아래 하얗게 빛나는 오사카성이 눈에 들어왔다. 내려와서 공중정원을 올려다보니 둥근 불꽃 속으로 사다리 두 대가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하루카스 300에서 바라본  전경
아베노구 전경과 하루카스 건물


오사카 시가지를 구경하는 최고의 전망은 아베노구에 있는 하루카스 300 전망대이다. 2014년 개장한 60층, 300m 높이로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며, 구조물 중에는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타워에 이어 3번째다. 이름은 맑게 하다는 뜻의 하루카스.  나중에 이곳 호텔에 숙박하여 24시간 도시 야경을 관람하고 싶어 졌다. 킨테츠 백화점, 오피스, 미술관, 호텔 등 밀집해 있고, 야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지만 가격이 좀 있어서 포기했다. 2014년 5월부터 일 300명 대상 헬리포트 투어도 실시하고 있다. 내진설계 잘되어있는 건물로 2018년 6월  발생한 오사카 지진 때  구조와 안전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사카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


 도톤보리 지역은 과거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수로였지만 개발을 통해 오사카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신사이바시와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번화가이다. 도톤보리 중앙에 강이 흐르고 있고, 에비스바시 일대에 젊은이들의 난파(젊은 남성이 거리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행동)로 유명하여 '난파 다리'라고도 한다. 도톤보리 강은 매우 작아 보이지만 여기서 리버 크루즈라는 배를 타고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글리코 제과점 광고 간판
쿠쿠로 대형 문어 간판


에비스바시에서 동쪽 닛폰 바시에 이르는 지역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들이 매우 많은데, 특히 나 글리코 제과점 옥외 간판은 이 지역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꼭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글리코 상과 함께 나온 인증샷, 쿠쿠로 도톤보리 대형 문어 간판을 비롯해 화려한 간판들도 도톤보리의 즐길 거리다. 여행객들이 많지만, 곳곳에서 한국 말소리가 많이 들린다. 음식점,  메뉴판, 한국인 직원을 흔하게 볼 수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다코야키, 회전초밥, 긴류라면(금룡라면), 이치란 라멘 등 일본 유명 음식점이 즐비해있고, 돈키호테, 러쉬, 유니클로 등의 매장도 있어 저렴한 가격에 쇼핑을 할 수도 있다. 꼬치구이에 맥주 한 캔 마시고, 우리말이 남발하는 거리에서 마치 월미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 조형물-마이리얼트립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한 글로벌 테마파크로, 2001년 3월에 개장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테마는 할리우드, 뉴욕, 샌프란시스코, 쥐라기 공원, 유니버설 원더랜드, 라군, 워터월드, 애머티 그리고 2014년 7월 15일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 구역 이렇게 9개로 구성되어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해리포터 에어리어


흥미진진한 어트랙션과 각종 오락 시설, 쇼 등 신나는 즐길거리로 가득한 이곳은 영화 세계 그 자체다. 어트랙션은 놀이기구를 이용한 라이드 어트랙션과 영상을 이용한 쇼 어트랙션으로 나뉜다. 라이드 어트랙션은 10개, 쇼 어트랙션은 16개로 구성된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테마 타운인 원더랜드 에어리어와 환상과 미지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해리포터 에어리어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설립 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름, 유니버설 스튜디오. 세계에 단 4개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 중 하나,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다. 2001년 첫 개장 후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며 간사이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워터월드',  ‘쥐라기 공원’, ‘죠스’, ‘스파이더맨’, ‘미니언즈’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워터월드 거주민의 생활모습
워터월드 중 악당 디컨과의 전쟁 모습


유니버설 스튜디오 안에서 쇼로 재탄생하여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던 워터월드. 제트스키의 화려한 쇼와 영화에도 등장한 거대한 범선을 그대로 재현한 곳 워터월드이다. 3천 명 수용이 가능한 세트에서 실제 비행기까지 동원하여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데 스케일이 대단해 유니버설 스튜디오 최고의 쇼로 자리 잡았다.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대재앙으로 모든 땅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은 상황, 아톨 수상 기지는 사람들의 유일한 피난처. 악당 디컨이 이끄는 해적 집단과 거주민들과 전설의 드라이랜드를 찾기 위해 서로 싸움을 벌이고, 진짜 액션이 이루어지면서 물벼락을 맞지 않으려고 관람객들은 환호성과 야유를 보내는 재미가 있다.


에도시대 오사카 모습-전시자료
오사카 시립 주택박물관 모습


오사카 시립 주택박물관(생활의 금석관)은 오사카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에도시대 후기 전후의 거리와 주거에 관한 자료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사카 주거정보 8층에부터 10층에 위치하여 덴진 바시스지로쿠초메역 3번 출구로 나와 바로 엘리베이터 타고 8층으로 올라가면 들어갈 수 있다. 시간마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오사카의 옛 모습, 도심에서 만나는 에도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본 서민이 살던 타타미 4장 반 정도 사이즈를 느낄 수 있고,  목욕탕과 화장실, 아궁이들이 재현되어있어 볼만하다. 기모노를 빌려 입을 수 있으며, 에도 시대의 생활 내레이션도 있는데 자원 봉사자가 영어로도 안내해준다.

근처 걸어서 8분 정도의 거리에 천연 나니와 노유 온천,  유황 냄새가  올라오는 건물 8층에 위치하고 있다. 대형 노천탕이 있고, 식사도 가능하고, 피로도 풀 수 있는 곳이다.  오사카 볼거리들이 더 많지만 일단은 여행을 잠시 멈추고, 바이 바이...


나니와 노유 천연 온천 노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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