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다 14
신속하게 움직인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배정 결과가 너무 이상하지만 당황스러워할 뿐 가만히 있을 때, 몇몇 학부모들은 빠른 판단과 행동으로 많은 일들을 하고 계셨다. 그렇게 90명의 2026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 중 13%가량 학부모들로 구성된,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게 되었다. 본인들의 일상까지 제쳐둔 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갖은 애를 쓰셨다. 너무 이상한 배정 결과였기에 이슈가 되면 당연히 금방 바로 잡힐 줄 알았다. 하지만 몇몇 언론에 몇몇 기사가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교육청은 요지부동, 복지부동, 묵묵부답이었다. 학부모들뿐 아니라, 광명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국에 보도가 되어도. 궁금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정말 진성고 신입생 배정이 아무 문제 없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잘못이라면, 경기도 교육청을 믿은 것이 유일한 잘못
대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해결 의지가 전혀 없는 이와 대화가 될 리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실 확인했을 때 바로 행정소송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도, 지적했을 때 인정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와는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학부모들 중에는 그 누구도 공공기관이 이렇게나 대화가 안 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에 한 유일한 실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광명 지역에 아이들을 키우며 오래 살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식으로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지 싶다. 학부모들은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배정으로 생긴 문제를 바로잡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전면 재배정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았다
광명시 전체 고교 신입생 수는 2308명, 그중 진성고 신입생 수는 90명이었다. 전면 재배정을 하게 될 경우, 2218명의 학생들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진성고로 이동하게 되는 수는 그중 진성고의 미달 원인 135명 이하가 될 테지만. 전면 재배정을 하게 될 경우, 학생들이 어느 학교로 이동하게 될지는 해봐야 알 수 있었다. 일부는 기존 학교에 그대로 배정이 될 테지만, 일부는 다른 학교에 배정이 될 테니까. 교복이라도 안 맞췄더라면, 그래도 그리 어렵지 않게 전면 재배정을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전면 재배정을 하는 것이 옳았다
2026년 광명시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표를 본 이들은 다들 '재배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전면 재배정 시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일을 벌인 경기도 교육청이 총대를 메고 단호하게 처리한다면야 못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전면 재배정은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면 재배정 말고는 없었으니까. 애초에 잘못된 배정이었기 때문에 전면 재배정을 하면 누구도 억울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어렵고 복잡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의 상황만 모면하고 싶어 했다.
학부모는 진성고가 싫은 것이 아니라, 미달된 인원이 싫은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가 진성고가 학생들의 선호도가 낮아 1지망으로 지원한 학생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미달의 원인을 학교 탓으로만 자꾸 돌리려고 했다. 학생들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각 학교에 신입생을 고르게 배정하는 것이 경기도 교육청의 역할인데 말이다. 진성고 신입생이 주변 타 학교와 동일한 수준으로 배정이 되었다면, 과연 학부모들이 진성고에 배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면 재배정을 요구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학부모들은 진성고가 싫은 것이 아니라, 진성고에만 신입생 배정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싫은 것이었으니까.
전면 재배정 현실 가능성 = 0%
경기도 교육청이 앞장서서 전면 재배정을 진행해도 힘든 상황인데, 경기도 교육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순간만 잘 넘기면 되었으니까. 부족한 신입생 배정으로 선생님들이 감원되는 것이나, 학생들이 더 치열하게 내신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나, 선택 과목 개설의 어려움으로 제약을 받은 것 등은 경기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225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하며 학창시절의 추억을 풍성하게 쌓을 기회를 빼앗긴 것도.
불합리한 상황을 보고 침묵하지 말자
더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해도, 불합리함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나중에 이때를 되돌아봤을 때 불합리함을 겪고도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처럼 전면에 나서서 불합리함과 맞서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었다.
최대한 이슈화 시켜야 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부모의 문제 제기를 그저 시끄러운 민원 정도로만 취급하고 상황을 넘기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사 제보밖에 없었다. 언론사에 기사가 많이 실릴 수록 이 사태가 크게 이슈가 될 테니까. 무엇보다 언론사라면 이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서 기사를 써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2026 진성고 신입생 배정이 경기도 교육청의 말처럼 정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인지, 확인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할 거라 믿었다
교육 관련 기사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이메일 주소록에 저장하고, 이 사태에 대한 제보글을 만들어 보내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스팸 메일로 여길까 싶어서 단체 메일로 보내지 않고,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따로따로 제보글을 보냈다. 수신확인을 해 준 기자나 진성고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는 다른 형식과 내용의 제보글을 더 추가로 보냈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랐다. 사태를 바로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꼭 널리 알려져야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