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맞은 뒤통수

저기요, 학교는 원래 공정하거든요 01

by 쏘이책장


저기요 학교는 원래 공정하거든요_01_문구.jpg






가장 큰 실수는, 믿어선 안 될 사람을 믿는 것이다.

- 나폴레옹 -






믿었다. 행정은 실수를 통해 배웠을 거라고


2025학년도 진성고 신입생이 151명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배정 인원 중 250명 중 151명이라니 심각한 미달이었다. 게다가 진성고는 2026학년도 배정 인원이 225명으로 타학교에 비해 배정 인원이 적은 편이었다. 진성고의 학업 수준이 높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거나 등급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학식이 깊어지고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훨씬 컸기에 아이가 진성고로 진학하기를 바랐다. 진성고를 선택할 때 신입생수가 작년보다 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2025년에 이미 심각하게 미달을 시켰는데, 2026년에 또 똑같은 잘못을 하지는 않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실수라 해도, 두 번부터는 실수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




첫 번째 뒤통수 맞았을 때 = 황당했다


경기도 교육청으로 부터 처음 뒤통수 맞고 황당했던 때는, 첫째가 진성고등학교로 배정받고 난 뒤 배정인원이 225명인 학교에 135명을 미달시키고 신입생을 90명만 배정하고도 당당한 교육청과 마주했을 때였다.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등학교였고, 같은 지역 내 다른 일반고등학교 중에는 3곳이나 배정인원보다 초과해 신입생이 배정된 상황이었음에도 교육청은 원칙대로 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작년에도 배정인원 250명 중 신입생을 151명만 배정해서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일시적인 현상이라 문제없다고 답변한 교육청이었다. 혹시나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우려가 되어 지역 내 국회의원이 배정 발표 한 달 전 직접 교육청에 '올해는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을 학교별로 균등하게 해 달라'라고 사전에 전달했음에도, 교육청은 작년보다 더 심각한 배정 결과를 내고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발표해 버린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배정 결과를 발표하도고 문제의식 없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과 '고등학교 배정은 경기도 교육청 소관이니 본인들은 모른다고 발뺌만 하는 광명교육지원청'이었다. 그 사이에서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과 작년보다 더 심각한 배정 결과를 통보받은 진성고만 답답할 뿐이었다.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은 그동안 중학교에서 받은 공문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2026년까지의 광명 내 고등학교 9개의 배정인원과 신입생 수를 파악해 증거자료로 내밀었다. 한 학교의 과도한 미달에도 그대로 발표하는 배정 시스템의 문제, 각 학교 간에 격차를 둔 배정인원 산정 문제, 미달학교가 존재함에도 초과 학교가 3개나 있다는 불공정한 문제, 작년에도 제기된 신입생 미달 배정 문제, 등 수치를 기반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할 경우, 예상하는 답변은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잘못된 사항을 시정해서 다시 배정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경기도 교육청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재배정은 못합니다.'였다. 이 말은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말로는 얼마든지 잘못했다고 해줄게. 그런데 우리는 원칙대로 해서 문제 될 게 전혀 없어. 신입생이 90명만 있는 학교에 배정된 건 안타깝지만, 너희는 다 해봤자 90명 밖에 안 되잖아. 그냥 너희가 참아. 지금 재배정한다고 해봐,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아지겠니. 못하겠다는데 너희가 뭘 할 수 있겠어. 대신 일이 시끄러워져서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었으니 지원은 해줄게.' 경기도 교육청은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만 잘 모면하면 되었으니까.




믿었다. 행정은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의 요구인 전면 재배정이 어려운 요구임은 알고 있었다. 각 학교별로 신입생 예비소집도 마쳤고, 학생들도 배정된 학교의 교복을 마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이 재배정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찾을 수 있었다. 전면 재배정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고마웠던 건, 어쭙잖게 재배정할 생각이 없으면서 재배정이 가능한 듯 희망 고문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전면 재배정이 그렇게나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진성고의 부족한 신입생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길 바랐다. 적어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세간의 이목이 쏠려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진성고 신입생이 처한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두 번째 뒤통수 맞았을 때 = 기가 막혔다


'재배정 불가'라는 답변을 듣고 그냥 물러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일부 재배정이라든지, 방법을 찾아서 현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경기도 교육청은 '타 지역 전입생 진성고 우선 배정' 안을 내놓고 전입생 신청하는 당일에 현장에서 고지를 했다. 그렇다고 현장에 진성고 우선 배정을 해야 하는 상황 설명을 잘해놓은 것도 아니었다. 벽에는 이전에 하던 대로 광명 내 9개 고등학교의 배정인원과 신입생수가 적힌 표를 그대로 붙여놓았으니, 그걸 보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진성고에만 1 지망에 쓴 채 전입신청서를 제출할 학부모는 없었으니까.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할 때 자녀가 있으면 통학할 학교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원하는 학교에 꼭 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이사를 계획했을 것이다. 전입 신청 당일 현장에서 변경된 내용을 통보받고 특정 학교로만 전입이 가능하다는 식은 물론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들이 경기도 교육청이 제시한 보완책으로 '전입생 진성고 우선 배정'을 반대하며, '재배정' 내지 '일부 재배정'을 재차 요청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우리가 겪은 황당함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진성고 신입생은 물론 타 지역 전입생도 겪지 않을 일이었으니까. 피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피해를 만드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경기도 교육청의 해결 방식이 답답했다.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타 지역 전입생 진성고 우선 배정'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여기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즈음. 기가 막히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경기도 교육청이 '타 지역 전입생 진성고 우선 배정'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에 철회를 하고, '정원 내 결원 발생한 6개 학교 중 추첨 배정'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이로서 기존 진성고 신입생 90명에 타 지역 전입생 50여 명이 더해져, 진성고 신입생이 140여 명으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어지고 말았다. 50여 명의 전입생 중 일부인 8명이 진성고로 와도, 진성고는 신입생이 100명도 안 되는 98명으로 2026년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믿었다. 행정은 이 이상의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라고


전입 신청 당일 현장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타 지역 전입생 학부모들의 마음에 통감하며, 진성고 신입생에게는 불리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6개 학교 중에서 고르게 배정을 받는 것은 옳다고 생각했다. 타 지역 전입생의 요구도 진성고 신입생의 요구만큼이나 당연하다 여겨졌다. 애초에 경기도 교육청이 광명 내 고등학교 신입생 배정을 잘못함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고, 사전 설명 없이 당일 현장에서 통보를 받은 거니까. 진성고에 225명의 배정 인원 중 90명만 배정된 신입생도 피해자였지만, 타 지역 전입생 역시 피해자였다. 계속해서 피해자를 양상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이었다. 안타까웠지만, 타 지역 전입생 배정은 이렇게 마무리 지어지는 줄로만 알았다. 적어도 경기도 교육청이 가장 큰 피해자인 진성고 신입생에게 이 이상의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라 믿었으니까.




세 번째 뒤통수 맞았을 때 = 어이가 없었다


진성고 신입생 배정 문제는 전혀 해결된 것 없이 2026년 3월 3일 입학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박한 입학식이었다. 1학년과 2학년을 다 합쳐도, 타 학교 신입생 수에 미치지 못하는 인원이었다. 대략 240여 명의 1, 2학년과 그에 준하는 240여 명의 3학년. 전교생을 다 합쳐도 500명도 안 되는 규모였다. 나름 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에 위치한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등학교의 모습이라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규모였다. 광명 지역 곳곳에서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고, 아직 입주 예정인 곳도 있으니 전입생이 조금씩 들어오다 보면 적어도 1학년이 100명은 넘어가겠지 기대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근간의 복잡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에 집중하려던 차, 어이없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진성고 신입생 학부모 전체 회의에 참석해서 진성고와 진성고 신입생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던 경기도 교육청이 저지른 일이었다. 입학식 바로 전주인 2026년 2월 27일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조용히 변경 사항을 고시하고, 2026년 3월 1일부터 변경 사항을 시행한 것. 고시한 사항은 '2026학년도 재입학. 전학. 및 편입학 업무 시행 지침'이었는데, 변경된 내용은 이러했다. '기존 정원 범위 내'에서 '정원의 3% 범위 내'에서 성별, 학년별로 구역 내 학교별 결원 수만큼 추첨 배정하겠다. 이 말인즉슨 정원이 300명인 학교는 3% 범위인 9명을 초과해서 더 받을 수 있고, 정원이 90명인 학교는 3% 범위인 2명을 초과해서 더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미 진성고에 배정인원 225명 중 90명만 신입생을 배정해 심각한 피해를 주고도, 재배정을 하지 않아 진성고에 구조적인 피해를 안긴 경기도 교육청이었다. 그런 경기도 타 지역 전입생을 정원 범위 내 결원수로 정해, 50여 명의 전입생을 6개 학교로 분산시켜 진성고의 구조적 회복 기회를 축소한 경기도 교육청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정원의 3% 범위 내'로 변경해 50여 명의 전입생을 9개 학교로 분산시켜 진성고의 구조적으로 회복할 여지조차 박탈한 경기도 교육청이었다. 형식적인 고시고 일방적인 시행이었다.



2026년 2월 27일 금요일 - '2026학년도 재입학. 전학. 및 편입학 업무 시행 지침' 고시일

2026년 2월 28일 토요일(주말)

2026년 3월 1일 일요일(주말) - '2026학년도 재입학. 전학. 및 편입학 업무 시행 지침' 시행일

2026년 3월 2일 월요일(휴일)

2026년 3월 3일 화요일 - 입학식. '2026학년도 재입학. 전학. 및 편입학 업무 시행 지침' 공고일








교육청

敎育廳. 가르칠 교, 기를 육, 관청 청.

1. 교육: 시나 군을 단위로 하여 그 지역의 학교 교육이나 학술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관청.




행정.

行政. 다닐 행, 정사 정.

1. 기본의미: 정치나 사무를 행함.

2. 법률: 법 아래에서 국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

입법과 사법 이외의 국가 통치 작용의 하나이다.

3. 전술과 전략을 제외한 모든 군사 사항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일. 보급, 위생, 수송 따위를 이른다.




배정

配定. 짝 배, 정할 정.

1. 기본의미: 몫을 나누어 정함.

2. 유의어: 배당, 분배, 안배, 할당.

이전 01화문제를 만든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