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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Apr 09. 2021

이대로 계속 회사를 다니는게 맞을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게 내가 바라던 직장 생활인가?’, ‘이렇게 계속 직장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게 맞을까?’,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20년 후의 모습은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등등 문득문득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번에는 필자의 경험담과 주변 직장인들로부터 상담 요청받았던 일화를 소개해 볼까 한다.


군대를 갔다오신 분들이라면 ‘꼬인 군번’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실거다. 선배들 연차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막내 역할만 줄구장창 하고, 내 일을 도와줄 후임이 한참동안 들어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전형적인 계급사회이고, 조직사회인 직장에서도 소히 말하는 ‘꼬인 군번’이 존재한다. 팀에 배치되었는데, 바로 윗 선배가 3~4년차 선배인데다 1~2년 간격으로 선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신입사원 채용은 어불성설인 조직에 배치되면 눈앞이 깜깜해 진다. 물론,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복사하고, 심부름하고, 선배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허드렛 일들을 하는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잡일(?)들이 3년, 4년 지속되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 막막해 진다.

Gettyimages 인용


비록 조직 내 가치가 떨어지는 업무라도 ‘내가 짧은 기간 바짝 경험해 보고, 후배가 입사하면 잘 가르쳐 인수인계해 야지’하는 마음 가짐으로 일을 배우는 것과 ‘최소 10년은 나 혼자 이 일을 줄구장창 해야 겠구나’하는 마음 가짐으로 일을 배울 때의 태도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열이 꼬인’ 직장 생활하는 것도 억울하지만, 어떤 경우는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명목으로 내 위로 경력사원만 줄곧 채용할 때의 억울함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런 경우 기존 직원들의 불만은 쌓이고, 직장 다닐 맛이 안 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정도 전 필자가 대리였을 때 일이다. 장기간 재직하시던 CEO께서 그룹사 전출을 떠나시고, 새로운 CEO께서 부임하셨는데, 그 분이 보시기에 인사조직이 구태의연하고, 과거의 관행만 답습하는 다소 답답한 조직으로 보였나 보다. 비록 지금은 보편화 되었지만,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직무 중심의 인사로 전환을 선언하고 새로이 직무분석과 역량모델링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인사제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기 시작했고,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꽤 여러 명의 경력사원을 충원했다. 그 결과 인사 조직 요소요소에 유능한 경력사원이 다수 충원 되었고, 기존 직원들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인식되면서 정체감에 큰 혼란을 겪는 상황이 되었다.

Gettyimages 인용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당시 대리 직위에 있던 필자에게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에서 맞게 된 이같은 상황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어영부영 회사를 다니다가는 나이 먹고 곤란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이직 하게 되었었다. 선배들, 동기들과 낄낄거리며 재미있게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진지하게 일을 배우고, 외부 경쟁력을 키우고 싶어서였다. 다소 불편한 얘기이긴 하지만 또 한 가지 이유로는 공채로 대기업에 입사해 언제쯤이면 내가 어느 위치에 가 있겠구나 하고 예측했던 상황이 꼬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종종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 의식이 필자의 기대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언제든 조직은 변화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사람도 바뀔 수 있으며,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 내 것인줄 알았던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안정적인 조직에서 근무하던 필자에게는 불안의 요소였고,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었다.


Gettyimages 인용


꽤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어렵게 이직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게 되었는데, 이직한 그룹 계열사에 재직하고 있던 후배가 주말에 상담할 것이 있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그 친구의 고민은 바로 필자가 회사를 그만두게  사유와 비슷했는데, 회사 내에서 본인의 위치, 미래의 성장 가능성 등이 주된 고민거리들이었다. 그 후배는 대리로 진급한지 얼마 안되어 회사 일을 배우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었는데, 회사 규모가 확장되며 외부에서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 영입하는 경력사원들 모두 본인 선배들로만 배치가 되어 불만이라는 것이다. 한 두 명이 아닌 꽤 여러 사람이 본인보다 선배로 이 조직에 경력사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후배 입장에서는 입사 초기에는 소위 말하는 ‘풀린 군번’이었다가 이제 대리로 진급하고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해볼까 하는 시기에 ‘완전히 제대로 꼬인 군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경력사원으로 이직을 해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 그 고민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이직이 되지 않으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노무사 등 자격증 시험 준비라도 돌입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내보였다.


당시 필자는 그 후배의 상황을 절절이 공감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했었다. 이직하고, 본인의 외부 경쟁력을 시험해 보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이직이 홧김에 이루어지거나 감정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당부를 했다. 현재의 직장보다 회사의 규모나 처우가 더 좋은 곳을 발견했을 경우, 이성적으로 잘 판단해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되면 이직을 하는 것도 좋지만,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경쟁력 있는 자격증이 아니면 기혼인 상황에서 무작정 자격증 공부하겠다고 퇴직하지 말고, 어느 정도 공부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때 퇴직해서 승부를 보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었다.


Gettyimages 인용


오죽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고, 짜증나고, 화가 났으면 알게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선배를 주말에 찾아와 상담을 했겠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배는 깊이 고민하다 회사를 다니며 조금 더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보고, 퇴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더 열심히 지냈다.


10~15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모두 어떻게 됐을까?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직했던 필자는 새로운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인사팀장, 구매팀장 역할수행하고 있고, 필자와는 달리 기존의 조직에 남아 경쟁력을 키웠던 동료들도 지금은 각자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부분 직책자로 보임되어 있다. 그리고 필자에게 주말에 상담했던 그 후배 역시 지금은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선배들을 다 제치고 어린 나이에 가장 먼저 팀장이 되어 현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다.


Gettyimages 인용


이제와 결과만 놓고 보면 필자 주변 어느 누구 하나 손해 본 사람 없이 Happy Ending이 된듯해 보이지만, 그 어느 누구도 순탄하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Short Term으로 보면 부침이 있기도 하고, 어렵고, 힘들고, 심적으로 고민도 많이 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믿고, 꾸준히, 열심히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고, 학습한 사람이라면 조직에서 결국 인정을 받게 되는 것같다.


사원, 대리급 직원들 중에 지금 당장 경력사원으로, 본인보다 높은 연차로 입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같다. 그런 고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고민이고, 누구나 겪게 되는 고민이니,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며 괴로워하기 보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담당한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더욱 더 열심히 학습하면 Long Term으로 지금 비관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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