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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Apr 25. 2021

나의 노동이 회사에서 적절한 가치로 평가 받고 있는가?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을 하다 간혹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혼자 되뇌는 말이 있다. “에휴, 이게 뭐라고. 받는 만큼만 일하고 말지!” 이제 막 일을 배우는 신입사원들 보다 경력이 조금 있고,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생기기 시작한 대리, 과장급 직원들이 푸념하듯 되뇌는 말이다. 그 말이 진실일까? 본인의 말대로 자기가 조직에 기여하는 바가 회사로부터 받는 대가, 즉 연봉보다 훨씬 가치 있을까?


Gettyimages 인용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도 저 말을 수시로 되뇌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심지어 대리, 과장 때는 상사에게 공공연히 대놓고 지르곤(?) 했었다. ‘제 의견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반영이 안될바에는 그냥 시키는 것만 수동적으로 하겠습니다’ 하며 시위하듯 뒤돌아 서서 다 들리게 중얼거리곤 했었다.


직장인들이 이런 말을 할 때는 정말 회사에서 받는 보상이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는 보다 못하다고 생각할까? 정말 갓 입사한 신입사원, 퇴사를 앞두고 있는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나이 많은 직원들의 경우 본인이 조직에 기여하는 것보다 많은 보상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는 가치가 보상을 뛰어 넘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Gettyimages 인용


정말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은 조직을 떠나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시장에 본인을 내놓고 이직을 통해 본인의 시장 가치가 정말 높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물론, 자본금, 신용 등의 이유로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조직의 힘을 빌려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정도로 현실적 타협을 하는 것이고, 타사 이직도 경력직 Position이 그렇게 쉽게 Open되지 않기 때문에 불만이 있다 해서 단순히 따지거나 고려해 볼 일이 아니긴 하지만, 투덜거리는 수준의 불평불만에 대해 각자 심각하게 생각해 볼 사안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기업 인사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동기 중 한 명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이번달 나온 월급이 이게 전부냐고. 그 친구가 생각하기에 하루 9~10시간 투자해서 한 달간 일한 것치고는 급여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모양이다.(사실 필자도 대기업 직장인 한 달 월급이 요만큼이라는 것이 다소 실감나진 않았었다) 대학 재학 시절 한창 과외를 많이 할 때를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벌었었고, 심지어 그 때는 시간도 많이 남고, 자율적이었는데, 이정도 수준의 월급을 받고, 이만큼 직장에 몰입하는건 심하지 않냐는 다소 귀여운 불만 토로였다. 그런데 그 친구의 말이 웃으며 간과하지 못할 묘한 설득력이 있는게 필자도 방학 때 맘먹고 과외를 몇 개 하면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 보다는 금전적으로 더 벌었기에 회사에 상주하는 시간, 정신 몰입, 상사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비자발적인 회식 또는 술자리까지 생각하면 너무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Gettyimages 인용


직장 생활이 아닌 자영업이나 다른 일을 한다면 이보다는 더 받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대기업 직장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결국 그 친구는 금전적인 Merit가 없는 대기업을 포기하고, 몇 년 준비 하여 금전적 이득보다는 워라밸을 택해 공기업에 재입사했다.


신입사원 입사 서류심사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내용의 글을 보게 된다. 이런 저런 사회 경험을 이야기하며 일을 너무 잘하고, 인정받아 한 달에 천만원 정도의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다거나 과외를 해서 많은 돈을 벌어본 경험, 작은 사업을 하며 꽤 큰 돈을 만져본 경험 등을 나열하며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도 한다. 하지만 위의 Episode가 있었던 필자의 경우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류 심사자들은 이런 내용의 자소서를 접하게 되면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둘 지원자가 아닐까 하고 한 번 의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받는 총 보상 대비 근무 시간, 견뎌내야 하는 스트레스, 직장 생활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 비용들을 따져보았기 때문에 꼭 여기서 일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없는 지원자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키기란 다소 망설여 지기 때문이다.


Gettyimages 인용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큰 돈을 벌어본 경험의 지원자가 썩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지만, 재직자로서 주변의 동료가 좋은 Item이 생겨 직장 생활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 상담을 하게 되면 다들 부러워하며 퇴사 및 사업 시작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나이가 제법 들은 직원의 경우 더 늦기 전에 내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 퇴사를 결심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고령 직원의 경우에는 100세 시대가 된 현실을 감안해 60세 이전에 좀 더 길게 Career를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는 경우도 있으며, 젊은 직원들의 경우에도 지금 일을 하는 것만큼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을 것같다면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게 된다.


이 말은 결국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기가 받는 것 이상으로 일한다는 생각은 갖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이나 구직에 대한 불확실성 내지 Risk, 투자자금이나 자본금의 부족, 직원으로 사람들을 Management 하는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의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면 결국 직장 생활이 더 낫기 때문에 불만은 있지만 직장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아닐까?


Gettyimages 인용


요즘 필자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60세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영위한다고 해도 그 이후는 뭘 해야 하지? 재취업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고, 그 때부터 사업을 시작할 용기가 있을까? 아니, 실행할 Item이 떠오를까? 만약 퇴직금으로 받은 돈마저 사업 실패로 다 날려버리면 이후는 어떻게 하지? 등등의 생각들을 하며 조금 일찍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해보는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하지만 필자 역시 이미 직장인으로서 너무 먼 길을 와버렸기에 이성적으로는 그런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판단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직장을 다니고 있다.


자,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내가 조직에 기여하는 가치만큼 조직에서 정당하게 보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올해 내가 영업 수주한 금액이 10억이다, 내가 올해 회사 업무를 하며 절감한 금액이 30억이기 때문에 내가 받는 6천만원의 연봉 몇 십배의 일을 하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계산법으로 현실을 개탄하고 있지는 않은가? 막연한 두려움을 제외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조직의 보호 울타리를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자본의 힘으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성공 확률이 엄청나게 희박할 것이고, 본인이 현재 받고 있는 연봉 이상의 순수 이익을 발생시키는 일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반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지금 현 위치에 있는 직원을 가장 합리적인 가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그 Position에 최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경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Position에 그 사람을 배치해 자리를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조직과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개인 모두 최적의,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면 조직과 개인 모두 Win-win하며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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