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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Apr 28. 2021

The 10,000 Hours Rule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1만 시간의 법칙'은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1만 시간의 법칙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Gettyimages 인용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은 굳이 네이버 지식백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구절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말대로 정말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새삼 누구나 알고 있을 이 문구를 거론한 이유는 ‘1만 시간을 집중해서 투자해 우리 모두 전문가가 됩시다’라는 다소 지루한 계몽성 훈계(?)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필자의 글을 읽고 있을, 아직은 직무에 익숙치 않은 Junior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 문구로 글을 시작해 보았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필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탓에 입사 초기 회사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경영학, 산업공학을 전공한 동기들에 비해 경영 Mind도 부족했으며, 솔직히 고백하자면 학교 공부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PPT, Excel 등의 Software를 다뤄본 적조차 없어 동기들 사이에서도 역량이 부족한 신입사원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Gettyimages 인용

 

옆에 나란히 앉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사팀 동기는 일도 잘하고, 심지어 1~2년 선배가 하는 일보다 더 잘하는 경우도 있어 칭찬받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노라면 적잖이 주눅이 들곤 했었다. 물론, 이런 결핍과 열등 의식이 나중에 Executive MBA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는 순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과장으로 진급하기까지 약 8년 이상 동안 나 자신에게는 정신적으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열등의 시간이었다.

 

입사 후 6개월 정도가 지나기까지 같은 팀 동기에 비해 너무 역량이 뒤떨어 진다는 사실을 필자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심각해 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역량의 격차가 벌어짐을 느끼게 되면서 자괴감이 들무렵 선배와 심각하게 면담할 기회가 생겼다. 아니, 필자가 선배에게 면담을 요청했었다. 직장 생활이 잘 맞지 않는 것같고, 선배들이 나 말고 조금 더 똘똘한 후배를 신입사원으로 받았으면 업무 수행이 조금 더 수월했을텐데, 짐이 되는 것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른 동기들, 특히 인사팀에 같이 배치된 동기와 비교해 역량이 많이 뒤쳐지는 것같고, 같은 일을 지시 받아도 동기는 칭찬을 받는데, 나는 지적만 받는 것같아 내 역량을 Average 수준으로라도 끌어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상담했다.


Gettyimages 인용

 

필자의 사수였던 그 선배는 사람좋게 웃으면서도 필자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 모두를 인정했다. 역량이, 일하는 감각이 평균 이하인 것은 맞다고. ㅋㅋㅋㅋ 그러면서 위로라고 해준 말씀이 입사 초기 직장 생활 Mind가 딴세상 사람이었고, 직장 생활에 감을 잡지 못했으며, 우왕좌왕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좋아졌다고 했다. 오히려 입사 초기 워낙 역량이라고 할만한게 없던 바닥이었어서 역량 향상 속도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다며(?) 칭찬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농담까지 곁들였다. 그러면서 그 선배가 필자의 기억에 남도록 해주셨던 조언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니, 조급하게 맘 먹지 말라’였다.

 

선배와의 면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거창하게 인용했던건 아니었지만, 아주 담담하고, 별거 아니라는 듯이 툭 내뱉었던 그 조언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회사에서 공채로 채용한 이유는 남들만큼 할만한 Potential이 있다고 판단해서 선발했을테고, Start-line이 조금 뒤쳐져 있더라도 결국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른 사람들의 평균 수준에 이를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채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급하게 마음먹거나 경솔하게 미리 안된다고 겁먹지 말라며 어깨를 툭툭 쳐주시며, 그날의 면담은 마무리가 되었다.


 

Gettyimages 인용


사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일하다 보면 중간은 할거라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잘 따라가면 결국 잘하게 될거라고?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공채로 채용한데는 현재의 역량보다 Potential을 보고 선발한 것이니, 스스로 자괴감 갖거나 미리 포기하지 말라고? 어느 하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무책임한 말이라 생각했고, 혹여 지레 겁먹고 직장 생활을 포기할까봐 걱정되서(당시는 대체 직원을 새로 충원하는 것도 큰 일이었지만, 신입사원이 퇴사하면 업무를 가르치는 사수의 Leadership에 안좋은 평가를 했었다) 급하게 위로하고, 수습하는거라 생각했었다.


직장생활 20년차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돌이켜 보면 겨우 직장생활 6개월 해놓고 역량의 한계가 있다고 단정하며 선배에게 면담을 요청한 필자나 그걸 또 면담이라고 받아준 당시 대리였던 선배나 둘 다 귀엽기만 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선배의 충고대로 3~4년 꾸준히, 성실히 직장생활을 쫓아가다 보니, 결국 다른 동기들과 역량, 업무 성과가 비슷해 졌고, 그 이후로는 역량 부족 등의 고민은 깊게 하지 않았던 것같다. 그 선배의 무책임한 것처럼 들렸던 충고처럼 역량 부족은 그냥 ‘시간이 해결’해줬던 것이다.


Gettyimages 인용

 

팀장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다시 역량, 성과에 대한 경쟁 의식이 생기고, 좀 더 분발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지만, 이전까지 대리, 과장, 차장을 거치며 업무에 집중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을 뿐, 남들과 비교하고, 역량의 부족함을 고민하고 할 새도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묵묵히 업무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남들이 말하는 인사 분야 전문가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 앞에서 인사와 관련된 채용, 평가, 보상, 승진 등의 제도, 경험/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문가답게 얘기할 정도가 되었다.

 

극단적 역량 중심 사회가 된 요즘, 경력 같은 신입사원을 요구하는 요즘 세태에서 적지 않은 취준생들, Junior사원들이 직무 역량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취준생이라면 대기업 입사가 끝이 아니고, 이후 꾸준히, 성실히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 되어 있는지를 Check 해봤으면 좋겠고, 역량 관련해 고민이 깊은 Junior 사원이라면 너무 눈 앞의 것에 쫄거나 기죽지 말고, 긴 호흡으로 조금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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