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용 서류 심사를 할 때 보면 예전보다 중고 신입사원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 같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바로 퇴사하면 경력사원으로 인정받을만큼의 경력이 미천해 재취업이 어려웠고, 신입사원으로 입사 지원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재취업이 어려워 회사 다니기 싫어도 꾹 참고 몇 년을 버텼었다. 그런데 최근의 Trend를 보면 신입사원 퇴사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을까?
필자의 지난 과거를 쭈욱 돌이켜 보면 신입사원 때만 퇴사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직장 생활하는 내내 지긋지긋한 직장을 퇴사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이 늘 지배했기에 괴롭히던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하는 장면을 꿈처럼 그리고 있었을 뿐, 신입사원 때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질 않는다. 그냥 철 없을 때라, 사회생활 초년생이라 적응이 어려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었겠지 하고 웃으며 남의 일처럼 회상할 뿐이다.
사회생활 초년생들 중 종종 묻는 것이 있다. ‘몇 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야 경력사원으로 이직이 가능해요?’, ‘1년 6개월 회사생활 했는데, 경력사원으로 입사지원이 가능한가요?’와 같은 질문들을 종종 받곤 한다. 이 같은 질문들을 하는 입장에서는 오죽 답답하고, 회사 생활이 싫었으면, 그게 아니면 얼마나 맘에 안드는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면 이런 질문을 할까 싶으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이 힘들어 퇴사했겠지만, ‘이제 갓 대학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보다는 6개월 또는 1년이라도 회사밥을 더 먹어본 내가 낫겠지’라고 막연히 위안삼고 싶을거다. 하지만 입장을 조금 달리해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나 회사에서 2~3년 Orientation 하다 그만둔 신입사원이나 직무를 수행하는데는 별반 차이를 못 느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은 새로운 마음 가짐이라도 있고, 열정이라도 있지 회사 입사하자마자 2~3년 내 퇴사한 사람들은 긴장감만 떨어져 있어 직무 역량도 애매하고, 새로운 일을 배워보고자 하는 열의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피면접자가 내성이 약해 우리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될까 우려해 채용을 망설이게 된다. 그럼 대기업에서는 몇 년의 경력을 경력사원으로서 필요한 경력이라고 볼까? 채용 시장에서 가장 많이 구인하는 직위는 과장/대리급이다. 회사 경험이 6년에서 10년 사이쯤이 가장 직장 생활을 열정적으로 활발히 할 때인거다. (필자도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때 한 번 이직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 보면 채용 시장에서 경력사원으로 인정받을만한 연차는 아마도 6년차에서 10년차? 12년차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지금 당장 퇴사하고 싶은 독자들의 열망을 반영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경력사원이 가능한 경력 기간을 산정하더라도 3년 이내의 경력은 사실상 채용 시장에서 매력이 없을 뿐더러 그 정도의 경력을 채용하느니 신입사원을 채용하는게 낫다고 볼 정도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채용 시장에 뛰어든 퇴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본인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해 회사에서는 2~3년간의 경력에 대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경력같은 신입사원을 선발할 수 있으므로 회사도 이득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단순 셈으로 치면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회사에 입사해 3년간은 직원들이 직무 숙련도를 높여 회사의 이윤을 창출한다기 보다 회사가 Professional로 성장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투자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이나 회사 3년 내 퇴사자나 인식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기간을 최대한 축소하고, 교육 투자 금액을 최소화 해 조기에 생산성을 높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자니 피면접자의 학습 능력이 서류 전형 대상이 되어 학력, 학점, 영어 성적 등을 심사한다. 그런데 아무리 학력이 좋고, 학점이 높다고 해도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퇴사한 경력이 있고,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된 사람이라면 그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곧 퇴사하지 않을거란 믿음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채용 시장도 결국은 재화를 사고 파는 인간 시장일 뿐이라는 냉정한 관점에서 보면 Skill의 희소성, 대체 불가능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어야만 개인이 조직에 끌려가지 않고, 개인이 시장을 이끌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몇 년을 직장에서 일을 해야 담당자,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고, 한창 일에 재미를 느끼는 대리, 과장이 일에 대한 열정, 숙련도, 관심도 등에 있어 최대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역산을 하면 몇 년 정도 다녀야 안심하고 퇴사를 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가 계산될 것이다.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은 있어야 타사로 이직을 보다 쉽게 생각할 수 있을거고, Max 12~15년 사이까지는 취업 시장에서 몸값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처럼 어느 수준 이상의 직무 역량과 지식을 채우고 나면 역량이 더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열의가 식으며 직무 지식과 역량이 감퇴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경력이 많아질수록 몸값이 높아지진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1~2년차 직장인들의 경우 경력사원으로의 재취업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보면 되고, 중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기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질 것이다. 이직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낯선 환경은 우리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해주고, 불편하다. 더군다나 이전의 환경이 자유분방한 대학 생활이었다면 숨막힐 것 같은 직장 생활은 낯설고, 불편한 정도를 넘어 당연히 그만두고 싶을거다. 그런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현재의 환경이 불편하고, 지겹고, 힘들다 생각하고, 최소 5년 이상 묵묵히 참고, Stress 관리하며 버티다 보면 서서히 직장 생활이 익숙해져 퇴사하고픈 마음이 깨끗이 사라질 수도 있고, 외부 시장에서 몸값이 높아져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도 가능할 것이니 젊은이들이여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참고, 또 참으며 직장 생활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