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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Apr 05. 2022

워라밸이냐 자유냐 그것이 문제로다

  큰맘 먹고 올해는 부지런히 글을 쓰면서 독자들과 활발히 Communication 하기로 마음도 먹었고, 그렇게 되도록 몇 몇 독자분들께서 동기부여도 해주셨는데, 부끄럽게도 몇 번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이게 다 핑계겠지만, 회사 업무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 집에 오면 멍때리거나 TV에 넋을 잃거나 건강을 유지하려고 산책, 운동하고는 곯아 떨어지는게 저녁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새로이 건설되는 대기업의 인사팀장이란 역할이 녹록치 않긴 한 것같다. 이직을 하며 절대 여유를 갖고, 덜 하더라도, 못하더라도 느긋하기로 했었는데, 어느 수준에서 타협을 할지 또한 상당히 어려운 기준이다.

Gettyimages 인용


  요즘 경력사원 면접 본다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거의 세 달에 걸쳐 300명 가까이 되는 피면접자를 1:1로 만나다 보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간 힘든게 아니다. 최근에는 핵심 실무자까지 이직을 해 혼자 다 하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채용 공고 내고, Q&A에 일일이 답해주고, 서류 심사를 하고, 인적성 검사도 Setting/진행하고, 합격/불합격 통지를 일일이 개인별로 하고, 면접 Schedule 잡고, 화상 면접, 대면 면접도 일정 조율하고, 화상면접 회의방 개설하는 등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업무를 진행할 여유가 없다.


  그런데 이 정신 없는 와중에 그나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모든 Process를 혼자 다 처리하다 보니, Interview Skill이 어마 무시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쟁이, 면접관들이 흔히 무용담처럼 말하듯 ‘나는 3분만 대화 나눠보면 그 사람 견적이 나와!’ 같은 호기로운 허풍은 쏙 들어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면밀히 관찰하고, Detail을 집요하게 파고 들다보니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이나마 보이게 되었고, 입사지원서, 인적성 검사 결과, 피면접자의 눈빛, 말투, 표정 등을 모두 Data화 시켜 조금 더 통계, 확률에 가깝게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더 어렵고, 파악 안되는게 사람 마음이긴 하더라)

Gettyimages 인용


  몇 백명을 면접 보다 보니,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는데, 다양한 Data들을 분석한 결과 Work & Life Balance, 소위 워라밸을 추구하며 직장 생활을 해 온 사람과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고, 학습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선배들과 끊임없이 직무 관련 Communication을 해 본 사람들은 Detail이 분명 다르다. 전문 면접관이 Detail하게, Deep하게 직무 관련 탐침 질문을 해도 막히지 않고 술술 답하고, 본인이 그 일을 하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오히려 수면 밖으로 끄집어 내 질문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기회를 만드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A라는 현상 겪어 봤어요?’, ‘어떻게 대처하셨어요?’ 라고 질문을 하면 경험하고, 학습해 본 피면접자는 A라는 현상에 대해 추론해 보고, 책을 통해 학습하고, 전문가에게 문의한 내용들을 이야기 하고, 가장 적절한 Solution을 찾는 Process와 결론까지 이야기를 한다. 


  반면, 근로를 시간과 돈의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주어진 근무 시간만 때우고,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생활해 온 사람들은 Detail이 없고,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틀에 박힌 얘기만 한다. 정말 일을 열심히, 몰입해서 해 본 직무 전문가는 피면접자의 답변만 듣고도 피면접자의 직무 Level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본인이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한건지, 주변 경험자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우고, 들은건지도 단박에 파악이 된다.

Gettyimages 인용


  몇 몇 지원자들은 자기가 일하느라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할 직무 Detail들을, 이론적 Background를 말하는걸 듣고 있노라면 하루 속히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간과 관계 없이 본인이 궁금한거는 끝까지 찾아내려고 밤낮 가리지 않고, 해결될 때까지 잡고, 물고 늘어진 사람들이다. 요령과 지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건 한정적인 반면, 실제 겪고, 경험하고, 스스로 고민해 봐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런 Detail과 집념, 열정을 위해서는 워라밸을 포기했을게 뻔히 보여 그런 분들을 회사로 영입해 조금이라도 조언을 받고, 함께 일하고 싶어진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자유’란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해 본다. John Stuart Mill의 '자유론'까지 생각을 뻗어나갈 필요는 없겠지만, 어릴적에는 ‘내맘대로 하는거’, ‘구속받지 않는거’ 정도로 단순하게 답을 했다면 40대가 넘어선 나이에서 생각하게 되는 자유는 ‘나 스스로 느끼는 편안함’,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할 때 외부 제약이나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말도 ‘내가 원하는 직업을 내 의지에 따라 내가 원하는 시기에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 일을 정말 하고 싶고, 이 직장에 반드시 입사하고 싶으니 제발 저 좀 잘 봐주세요’가 아닌, ‘당신 회사에서 이런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바로 그 적임자이니, 나한테 뭐를 해줄거요? 나도 당신 회사가 마음에 드니 재미있게 그 일을 하는데, 나도 최선을 다 해볼게요’라고 할 정도가 되면, 이미 직업에 있어서도 자유로운게 아닐까?

Gettyimages 인용


  필자가 Junior일 때는 ‘얼른 업무를 배워 밥벌이 해야지’라는 정도로 일을 대했었다. 어차피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회사에 입사해 일을 하고 있다면 하루 빨리 내 일을 찾고, 익숙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일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러나 신세대 Junior들은 워라밸에서 개인적인 중요 가치를 Setting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이고 뭐고 간에 내 시간 좀 가졌음 좋겠네’, ‘내가 원하는 생활을 하고, 행복하기 위해 돈벌이로 직장을 다니는건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가 그 다음 세대였을지도 모르는데, 현명하고, 합리적,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고 방식이 결국 몇 년 후 닥치게 될 Job Market에서 자기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글이 길어지며 잔소리처럼 되어버렸지만,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아주 단순하다. 면접을 보다 한 지원자의 경력을 듣다 보니, 정말 고생했겠다는 안쓰러움이 느껴지면서도 저 지원자는 저 자산과 경험으로 평생 먹고 살겠네 하는 부러움이 들었기에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속담처럼 사회 초년생, 또는 Junior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브런치 글에서 독자들을 위해 꼰대 같은 잔소리를 적어 보았다. 공부야 학교에서 선생님들께서 가르쳐 주시는거 열심히 외우고, 연습하면 되지만, 일은 뭘,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할까요? 라고 물어볼 사람들이 있을 것같다. 열심히 하고 싶어도 뭘, 어떻게,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모를 신입, Junior들이 대부분일 거다. 그런데 사실 직무별로 노력하는 방식이나 정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도깨비 요술 방망이처럼 말을 해줄순 없겠지만, 사무관리직의 경우는 만족하지 말고, 끊임 없이 생각하고, Detail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개선에 개선을 다하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고, 현장직의 경우는 현장에서 직접 겪고,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직접 성과로 피드백을 받는게 조만간 다가올 시간에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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