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준
우리 과 작문시간엔 2주에 한 번씩 교수님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작문 숙제를 내는 시간이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있어 그 과제 자체가 얼마나 설레었는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교수님은 글자 수 몇천 자 이상으로 기준을 정해주셨는데 그 당시 난 무슨 그리 쓸 내용이 많았는지 다른 친구들이 한 장 쓸 때 난 공책 세네 장을 써서 제출했었다. 쓸 말이 많았다 참.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과 이야기는 힘이 있으니까. 배운 점, 느꼈던 점 나의 감정이 개입되어 있으니 , 교수 입장에서는 삐뚤삐뚤하지만 뺵빽하게 채워놓은 수많은 글들과 내 정성이 예뻐 보였나 보다.
여러 글들을 썼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글은 '부'에 관련된 글이다. 어느 누군가는 물질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부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물질이 아닌 마음의 크기를 행복과 부의 기준으로 삼는다. 처음엔 나도 많이 벌고 많이 가져야 그게 행복한 삶인 줄 알았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벌고 싶을 만큼 꾸준히 벌었고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에 대한 금전적인 고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일하지 않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생겼으니까!
'부'의 기준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월 300을 버는 사람에겐 월 천만 원을 버는 상대가 부러울 수 있고 , 주 5일이라는 나의 노동과 맞바꾸어 월천을 번 사람에겐 그저 가만히 앉아 월세 받는 건물주가 부러 울 수도 있다. 이토록 상대적이라 완전히 소유함으로써 만족할 수는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돈이 많아도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 그 결핍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수없이 방황하며 불행해하는 사람도 많이 봤고 , 돈이 없어도 늘 작은 것에 만족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가진 것도 없는데 가진 사람들보다 더 초롱초롱하고 반짝한 눈빛을 가졌다. 열정 , 자신감 , 행복 이런 것들은 꼭 무언갈 소유하고 가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닐까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엇' 이 뭘까. 정확히 ‘부’가 어떤 것인지 정의할순 없지만
'물질'보단 '가치'를 쫒는 사람이 되고싶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실제로 이 작문들은 절대 하루 만에 뚝딱 나왔던 글들이 아닌, 내가 느끼고 보았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수정하고 또 수정하여 만든 나만의 진짜 스토리였다. 그 정성과 재밌는 내용 이어서일까. 작문 숙제마다 항상 올 에이플을 받았고 심지어 선생님은 내가 쓴 글을 친구들 앞에서 매번 낭독해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들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나중엔 학교 작문대회까지 나를 강력하게 추천해주셨지만, 그 당시, 너무나 지원하고 싶어 했던 한 러시아 친구에게 양보해야 했고 결국 참가는 못하게 되었지만 그 작문대회 보다 매번 공책에 응원 코멘트와 함께 에이플을 달아주신 교수님께 더 감사하다.
나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