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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승무원 Oct 29. 2020

올 A+를 받았어요

'부'의 기준

우리 과 작문시간엔 2주에 한 번씩 교수님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작문 숙제를 내는 시간이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있어  과제 자체가 얼마나 설레었는지 차마 말로 표현할  없을 정도다. 교수님은 글자 수 몇천 자 이상으로 기준을 정해주셨는데  당시 난 무슨 그리 쓸 내용이 많았는지 다른 친구들이 한 장 쓸   공책 세네 장을 써서 제출했었다. 쓸 말이 많았다 참.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글과 이야기는 힘이 있으니까.  배운 점, 느꼈던 점 나의 감정이 개입되어 있으니 , 교수 입장에서는 삐뚤삐뚤하지만 뺵빽하게 채워놓은 수많은 글들과  정성이 예뻐 보였나 보다.  


여러 글들을 썼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글은 '부'에 관련된 글이다. 어느 누군가는 물질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부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물질이 아닌 마음의 크기를 행복과 부의 기준으로 삼는다. 처음엔 나도 많이 벌고 많이 가져야 그게 행복한 삶인 줄 알았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벌고 싶을 만큼 꾸준히 벌었고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에 대한 금전적인 고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일하지 않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생겼으니까! 


 '부'의 기준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월 300을 버는 사람에겐  월 천만 원을 버는 상대가 부러울 수 있고 , 주 5일이라는 나의 노동과 맞바꾸어 월천을 번 사람에겐 그저  가만히 앉아 월세 받는 건물주가 부러 울 수도 있다. 이토록 상대적이라 완전히 소유함으로써 만족할 수는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돈이 많아도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 그 결핍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수없이 방황하며 불행해하는 사람도 많이 봤고 , 돈이 없어도 늘 작은 것에 만족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봤다. 그들은 가진 것도 없는데 가진 사람들보다 더 초롱초롱하고 반짝한 눈빛을 가졌다. 열정 , 자신감 , 행복 이런 것들은 꼭 무언갈 소유하고 가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닐까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엇' 이 뭘까. 정확히 ‘부’가 어떤 것인지 정의할순 없지만


'물질'보단 '가치'를 쫒는 사람이 되고싶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실제로 이 작문들은 절대 하루 만에 뚝딱 나왔던 글들이 아닌, 내가 느끼고 보았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수정하고  수정하여 만든 나만의 진짜 스토리였다. 그 정성과 재밌는 내용 이어서일까. 작문 숙제마다 항상  에이플을 받았고 심지어 선생님은 내가 쓴 글을 친구들 앞에서 매번 낭독해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들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말이다.  


나중엔 학교 작문대회까지 나를 강력하게 추천해주셨지만, 그 당시, 너무나 지원하고 싶어 했던  러시아 친구에게 양보해야 했고 결국 참가는 못하게 되었지만   작문대회 보다 매번 공책에 응원 코멘트와 함께 에이플을  달아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

당시 적었던 ‘부’ 라는 제목의 작문과제

나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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