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소록 Nov 07. 2024

아름다운 도서관/서점에 가고 싶다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  독립서점 『물결서사』

책이 좋았다.

점심시간, 아이들이 운동장 가득 뛰어놀 때 혼자 교실에 남아 책을 읽었다.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창을 타고 넘어오고, 하얗게 쏟아지는 볕은 운동장을 채우고 아이들 머리 꼭대기에서 반짝였다.


나는 교실에 혼자 앉아 학급문고(교실 뒷편에 아이들 숫자만큼의 책이 한 줄로 꽂혀있었다.)에서 전날 읽다 덮어둔 책을 펼쳐 이제 막 전개되는 이야기 끝을 따라 달렸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도 쨍한 볕도 잊은 채 떨리는 심정으로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험로에 끼어들었다.


어느날 학급문고보다 더 많은 책이 꽂힌 '도서관'의 존재를 발견했다. 도서관 청소 당번으로 배정된 것이다. (도서관은 고학년의 청소 영역이었다.) 도서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 오래 묵은 책내음과 내려앉은 정적에 둘러싸여 묵묵히 책등을 보이며 꽂혀있던 책, 책들. '도서관'을 처음 만났던 날의 흥분과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연화정 도서관

나무 그림자가 비치는 호수 위로 평일 낮 공원의 고적함이 내려앉았다. 추적대는 가을비를 작은 우산으로 가린채 번잡함이 가라앉은 나무 사이를 걸었다.


오랜 인연의 사람과 함께 전주 덕진 공원에 자리한 한옥 도서관 연화정에 들렀다. 나무향이 그윽했다. 단아한 한옥은 호수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는데, 창가 자리에 앉으니 그림 같은 바깥 풍경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물그림자를 내다보며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책의 도시' 전주의 멋진 도서관을 소개하는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 전주 여행 때는 다른 도서관도 가보고 싶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98896


브런치 작가님들이 쓰신 서점이나 도서관 소개 글을 가끔 찾아 읽는데, 이국의 고풍스런 서점과 광대한 도서관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많다. 그런 장소들을 볼 때면 부러움과 질투의 마음이 인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전주에서 들른 또 한 장소는 '물결서사'라는 멋진 이름의 책방이었다. 선미촌이라는 음습한 과거를 안고 있는 동네의 골목에 위치한 자그마한 서점이다.(과거에 이 골목은 사창가였다고 한다.)


비가 와서 동네 분위기는 칙칙했지만, 아담한 공간에 소박하게 자리한 책들과 그 책을 지키는 주인장의 환한 웃음이 꿉꿉한 마음까지 밝혀주었다.


밝은 표정의 주인장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최근에 읽은 책 몇 권을 추천해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읽을 책이 생겨서(더구나 책방 주인장께 추천받은), 마음이 빠듯하게 채워졌다.


'물결서사'라는 멋진 이름이 이 골목에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 환한 웃음의 주인장이 이 소박한 서점 안에서 책과 더불어 언제까지나 우리를 기다려준다면 참 좋겠다.(부디 지치지 않기를...)



(* 아래 블로그 글은 독립서점 '물결서사'에 관한 내용과 사진이 예뻐서 허락을 얻어 공유합니다.) 


https://blog.naver.com/seeyu97/223571047681


매거진의 이전글 배꽃, 그늘지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