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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록 Nov 05. 2024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2부)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농경과 목축이라는 식량 생산 방식은 총과 균과 쇠의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p132)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2부 : 식량 생산의 기원과 확산     

식량 생산은 총균쇠의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식량 생산은 수렵·채집에 비해 단위면적당 훨씬 많은 인구가 먹고살 수 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군사적 이점까지 갖게 된다.


식물의 작물화와 동물의 가축화는 정주형 생활방식을 정착시켰고, 더 많은 식량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동물의 가축화는 정복 전쟁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대 전쟁 당시 말은 지프나 탱크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고, 말에 멍에를 씌우고 수레를 연결한 전차는 혁명적인 전투 장비였다.) 또한 가축과 함께 병원균이 진화하여 유럽이 남아메라카,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남부, 태평양의 섬들을 정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남북아메리카에서 유럽발 전염병에 저항력이 없는 원주민의 95퍼센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량 생산은 세계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독자적으로 시작되었고, 이웃한 일부 지역은 핵심 지역으로부터 식량 생산 방법을 배웠다. 식량 생산을 먼저 시작한 이점을 누린 지역은 다른 분야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분이 확연해지고, 이들의 지속적 투쟁관계가 형성되었다. 


식량 생산에 적합한 지역에 살면서도 농경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 들여오지도 않으며, 끝까지 수렵·채집을 고집한 종족은 결국 도태되었다. 식량 생산을 먼저 시작한 이들에게 구조적으로 착취당하는 형상이 되었다.(지금 이 시대는 새로운 무엇에 착수해야 하는 시기일까.)     

  

때때로 인간의 선택은 불가피한 상황의 압박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런 선택의 결과가 최종적으로 이로운 자리를 선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역시 인간사 ‘운칠기삼’인 것인가. (유럽 남동부와 중부에서 식량 생산을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그곳에서 수렵·채집민으로 살기에는 땅이 풍요롭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식량 생산을 먼저 시작한 종족들은 총과 균과 쇠의 획득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인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기나긴 충돌의 역사를 이어오게 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시베리아 원주민이 수렵·채집을 하며 살던 지역에 유럽의 농경민과 목축민이 들이닥쳐 그 수렵·채집민을 살상하거나 감염시키거나 몰아냄으로써 결국에는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의 가축화에도 적용된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에서 파생되었다. 이토록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니, 참으로 놀라운 법칙이다. 톨스토이는 위대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행복한 가정의 요소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불행한 가정이 되듯, 가축화를 위한 필수 요소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가축화는 이룰 수 없다.(가축화의 필수 요소는 식습관, 생장률, 인공 번식 문제, 짐승의 성격이나 성향, 사회구조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춘 후보 동물군이 유라시아에 가장 많았고,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유라시아가 총, 균, 쇠를 앞서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세계 제패는 결국 우연히 주어진 환경의 축복일 따름이라는 말인데, 그들은 왜 그리 배타적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대륙인들에게 잔인했나. 이런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할 것 같다. 하느님이 왜 유라시아에 그토록 풍성한 자연을 주셨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선택받은 인종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런데 실제로 저자의 주장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유라시아가 아니라 유럽만을 따로 떼어내 논리를 전개하는 게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의 시작점인 얄리의 질문(뉴기니의 지역 정치인인 얄리는 새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뉴기니에 머물던 저자에게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질문을 한다.)은 사실 '유럽과 백인'에 관한 질문이었기에. 그러나 인류 역사의 출발지인 서남아시아와 중국을 제외시키면 저자의 주장이 매끄럽게 통용되기 어려우니 유라시아로 뭉뚱그려 말한다는 느낌이 든다.(아시아가 부상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고, 아시아 역시 유럽에 착취당한 땅인데, 유럽과 한 덩어리로 묶어 취급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싶다.)  

             

2부에서 가장 기발하게 느껴진 부분은 10장의 <드넓은 하늘과 기울어진 축>의 내용이다.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는 땅의 모양이 남북 방향이고, 유라시아는 동서 방향이다. 대륙의 축 방향은 작물과 가축, 발명품의 확산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유라시아의 경우 동일한 위도대의 폭이 가장 길어 작물과 가축군의 신속한 확산이 가능했고, 남북방향 축인 대륙들은 위도 차에 따른 기후와 질병의 다양성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지금’,  ‘이것’을 이룬 것은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유럽이 세계 역사를 리드하게 된 데는 심지어 땅덩어리 모양까지도 도왔다는 말인데, '될놈될'인 건가. 유럽은 태생적 풍요로움으로 그동안 누릴 만큼 누렸으니, 이제 후발주자에게도 나눴으면 한다.(지금 유럽의 정체(停滯)와 아시아의 약진이 눈에 띄지만, 과연…)


*총균쇠 2부(132~309쪽)의 내용을 마음에 남는 부분을 위주로 거칠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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