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이희수의 이슬람』
이슬람은 여성의 상속권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유재산 소유권도 이슬람 초창기부터 인정하고 있다.(p351)
『이희수의 이슬람』, 이희수, 청아출판사
이슬람 여성, 억압과 현실
꾸란은 남녀 모두 알라의 피조물이며, 동등한 가치와 존엄을 가진 존재로 규정한다. 꾸란은 구약의 여성 창조 기원설(남자의 갈빗대 하나로 창조되었다)을 배격하고, 여성을 에덴동산의 유혹자로 다루지도 않는다. 남녀는 동격체로 창조됐고, 똑같은 죄를 함께 범하여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벌을 받았다고 기록한다.(그들이 진실로 회개했을 때 차별 없이 용서받았다고도 기록한다.)
꾸란은 여성의 재산상 모든 권리와 상속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상속의 부당한 탈취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꾸란 사회는 남녀 동등을 장려하는 차원을 넘어 그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에 비로소 가족법이 개정되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몫을 가지게 되었다.)
꾸란은 여성의 권리를 강력히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무함마드는 이를 강조했지만 현재 아랍 여성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 것 같다. 아랍인의 삶에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여성에게도 보다 관대하고 유연한 입장을 취했지만, 19~20세기 서구의 침략과 식민지 상황에서 여성들이 성적 희생양이 되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여성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여성 권리의 박탈로 이어졌다.
또한 이슬람법을 가부장적 부계 중심 구조에 근거해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다. 오늘날 아랍 세계의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 무함마드 시대보다 더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꾸란의 일부 내용, '남자는 여자의 상위에 있다'거나 '남자는 힘이 강해 여자의 보호자가 된다'라는 표현들은 남성이 전적으로 경제활동을 담당하던 시기에 남성의 책임 분량을 더 많이 요구한 항목이라는 것은 무시한 채, 문장 자체의 뜻에 국한하여 여성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
이슬람의 기본 결혼 제도는 일부일처이다. 다만 전쟁이나 기근 등의 특수 상황에서는 일부다처를 허용한다. 예를 들어 이슬람 초기 전투에서 많은 남성이 사망하자 남겨진 여성과 아이들을 구제하고자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성을 맞아들여 보호하도록 했다.(사냥과 약탈, 전쟁이 생존 수단이 되는 사막 오아시스에서 여성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일부다처제는 애초부터 일정한 조건 아래서만 허용되고 또 가능한 혼인 제도였다.(문제는 이슬람의 인류애적인 초심을 버리고 아랍 국가 일부에서 남성이 사회적인 신분을 과시하거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처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일부다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확산될 전망이다.)
빈번하게 사막을 횡단하는 고되고 위험한 교역으로 의식주를 유지하는 오아시스 유목 사회에서는 남성만이 전사이고 생산자이다. 여성은 아이를 출산하는 기능 외에 소비자 역할만 하는 부차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그래서 철저한 부계 중심, 가부장적, 남아 선호 관습이 유목 사회에서 생겨났다. 여아 살해 관습도 성행했다. 이슬람이 소개되면서 이 관습은 겨우 금지됐다.
꾸란에 명시된 여성 권리 규정은 억압적 현실의 중동-이슬람 여성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남성 중심적 해석에 따라 원전의 의미는 심각하게 훼손된 듯 보인다.('명예살인'이라는 잔혹한 종족 관습을 이슬람의 종교적 행위로 간주하는 등의 무지도 큰 문제다. 그러나 명예살인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배교 행위이다.)
*명예살인: 제도화된 결혼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여성이 순결을 잃었을 때 가문과 부족 공동체의 명예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여성을 제거하여 손상된 명예를 회복한다는 논리(가족이 반대하는 남자와 사랑을 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은 가족의 손에 의해 살해당함)
이 책에는 《쿠쉬나메》라는 고대 페르시아 서사집에 대한 소개 내용이 나온다. 중동-이슬람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꽤 오래전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드라마 <대장금>의 신드롬급 시청률(이후 <주몽>, <해신>, <상도> 등의 다른 사극들도 인기를 끌었다.)과 BTS 공연의 흥행 등을 놓고 볼 때 중동-이슬람 지역과의 문화 교류에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 소개된 이슬람의 역사와 문화, 이슬람의 현실에 대해 읽다 보면 식민시대를 경험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연민과 유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에 존재하는 이슬람과의 교류 흔적을 보며 이슬람이 의외로 우리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깊이 있는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자주적이고 지혜로운 외교로 나라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래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중동-이슬람과의 관계도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전적으로 휘둘리지 말고 우리 나름의 관점으로 교류의 영역을 긍정적으로 넓혀가면 좋겠다.
이 책 『이희수의 이슬람』을 중동-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 『이희수의 이슬람』을 총 4회에 걸쳐 정리해 보았습니다. 본편을 마지막으로 정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