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가결을 보면서 든 생각
페이스북이 재미없어진 지는 좀 됐다. 이것저것 대체로 재미없지만 특히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떠오를 때면 너나없이 앞장서서 이러저러한 글을 쏟아내는 아저씨들이 너무 많다. 그중에는 정말 쓸모 있는 글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나 이렇게 똑똑하고 잘났어"를 과시하는 글이라 굳이 안 봐도 무방하다. 근데 뭐 나도 그런 아저씨들 중 하나이니 그들을 비난해 봤자 내 얼굴에 침 뱉기지. 특히 페이스북에는 분석하고 평가하는 글들이 넘쳐나는 반면 무언가를 도모하거나 제안하는 글은 별로 없다.
이번 계엄, 탄핵 사태에서도 다들 여러 분석들을 쏟아낸다. 잘 분석하는 일 또한 중요하고 비평의 중요성 또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좀 더 행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20대 여성들의 참여에 대한 분석도 좋고 응원봉과 K-pop 시위 문화에 대한 분석도 좋지만, 왜 20대 남성은 여성만큼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지 논쟁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문제는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은데 앞장서서 행동하거나 행동을 제안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뭐 그렇다고 나 또한 새로운 것을 제안할 만큼 아이디어가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구구절절 넋두리가 길어졌는데, 나도 이번 탄핵 집회에 대한 생각을 좀 정리해 놔야 나중에 '아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할 거 같다. 계엄과 군대, 군사주의, 양심, 불복종, 저항 이런 키워드로는 전없세 블로그에 글을 하나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패스하고, 아주 개인적인 잡감 또한 따로 쓸 거니 그것도 패스.
마지노선에 대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싶다. 이번 계엄시도를 겪으면서 확실히 한국 사회는 이제 시민들이 계엄이라든지 쿠데타처럼 군인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구나 싶었다. 만약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뜻대로 국회가 계엄해제를 하지 못했더라도 이 계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희생을 치러야 했겠지만 시민들이 이렇게나 완강하게 거부하는데 말이다. 한국사회의 마지노선은 확실히 군이 정치에 참여하거나 나라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선까지는 그어졌다고 느꼈다. 이 마지노선이 그어진 까닭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내 관심은 그게 아니니(분석하는 글만 많다고 투덜대기도 했고) 넘기자.
탄핵 가결을 보면서 나는 마지노선의 범위를 확장해내가는 것이 사회운동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마지노선을 어디에 어떻게 그을 수 있을까? 계엄령, 쿠데타, 독재 이런 것들 뒤에 우리는 어디에 마지노선을 그을 수 있을까? 차별금지법 제정은 마지노선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독재국가나 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마지노선이 될 수 있을까? 혹은 이런 것들을 마지노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가 "독재는 안 돼, 군인들이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돼, 쿠데타는 용납할 수 없어"와 같은 흔들리지 않는 사회적 합의를 만든 방식과는 또 다르겠지만, 분명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마지노선이 필요하고 그러한 새로운 마지노선을 어디에 어떻게 그어야 할지를 사회운동이 고민해야겠구나. 여의도에서 탄핵 가결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