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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08. 2023

우산 없이도 비를 맞지 않은 날


싱가포르에서 일기예보는 무용지물이다.

맑았다가 갑자기 후드득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적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기도 한다.

약속이 있는 날이면 고민이 시작된다.


우산을 챙길 것인가, 말 것인가.


비가 올 듯 말듯한 하늘이었지만,

오전에 한차례 쏟아부은 까닭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우산이 없는 날에는 비가 하루에 두 번도 내리나 보다.

버스 안에서 억수로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며 500그람 남짓의 우산이 무겁다고 놓고 온 것을 후회했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5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이 정도 비라면  주머니 속 물건까지 홀딱 적셔 버린다는 걸  안다.  

일단 핸드폰을 가방 깊숙이 넣고 뛸준비를 할 즈음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며칠 전 이사 온 이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한국말을 하는 나를 보고 한국분이시냐며 먼저 말을 걸어주던 미소가 예쁜 다정한 인연.

덕분에 비를 맞지 않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함께 할 이웃이 생겼다.


하늘조차 불확실한 세상이다.
우산 없이 비를 맞을 수도 있지만
비 오는 날 우연히 누군가 우산을 씌워 주기도 한다.
가끔은 인색하지만 가끔은 행운도 따르는,
삶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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