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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10. 2023

별것 아닌 것들이 우리를 일으킨다

점심은 빵으로 대충 때우려 했는데 단골 빵가게가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한 블록 걸어서 옆동네 빵가게에서 식빵하나를 사기로 했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의 직원은 바코드를 찍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식빵 한 모퉁이를 눌러댔다. 찌그러진 식빵을 보니 등안쪽에 식은땀이 났다.


잼과 버터를 사 온다는 걸 깜박했기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식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식빵이 이렇게 맛없을 수 있구나 싶은 순간, 누군가로부터 조금은 무례한 부탁을 받았다. 거절하고 나면 신경 쓰이는 것이 힘들어서 부탁을 들어주기로 약속한다. 

굳지 못한 스스로가 한심하다. 

순식간에 엉켜버린 마음의 실타래는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마치 넘어진 적도 없는데 무릎이 까진 것처럼, 정확한 이유도 없이 기분은 땅바닥을 기었다.


모처럼 집에서 책이나 읽으며 쉬려고 했는데...


그러다 문득 얼마 전 한국에서 배송받은 책을 떠올렸다.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 아껴 읽는 책이다.

읽고 싶은 책이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에 복잡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소파에 기대 책을 읽는 시간이 매우 기대되기 시작했다.


삶을 지탱하게 하는 것은 인생의 크고 작은 이벤트가 아니다.

읽고 싶은 책 한 권, 시원한 바람 한점, 달콤한 디저트 같은  

소소한 것들이 우리를 위로하고 삶을 살아가게 한다.


별것 아닌 것들이 우리를 일으킨다.

별것 아닌 것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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