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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12. 2023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산책길 이야기

싱가포르의 도심은 늘 자연을 곁에 둔다.

그것이 나무 몇 그루와 식물 몇 가지로 꾸며진 도심공원 정도로 생각하면 섭섭하다.

날것 그대로의 정글이 도심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


근처에 오래된 기찻길을 정비한 산책길이 있다.

산책길 초입을 따라 걷다 보면 열대우림이 우거진 곳으로 이어진다.


저녁형 인간인 터라 아침잠이 많다.

아침마다 게을러지는 습관적 무기력에서 벗어나고자 이 길을 걷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적도의 태양이 내려앉은 레일로드

걷다 보면 산책 나온 원숭이 가족을 만나기도 하고, 풀에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오는 도마뱀과 마주하기도 한다.

길을 가로지르는 도마뱀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걷는다.

산책나온 원숭이 가족

30분쯤 걷다 보면 길은 다시 도심으로 이어진다.

플루메리아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산책은 끝이 난다.  

어떤 꽃나무는 꽃잎을 한 장씩 떨궈내지 않는다.

플루메리아는 꽃을 그대로 바닥에 떨궈내는 나무 중 하나다.

덕분에 바닥이 온통 꽃밭이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향기를 맡았다.

어떤 섬유 유연제도 향수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침공기를 품은 꽃향기. 

플루메리아 꽃말, 당신을 만난것은 행운입니다


자연을 느낄 때면, 나 역시 지구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럴 때면 고민이나 걱정 따위는 사소한 것이 되어 버린다. 넓고 넓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아주 별것 아닌 것들에 상처받지 말아야지.

살아 숨 쉬는 길을 걷다 보면 그저 살아가는 자체가 행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플루메리아의 꽃말처럼...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행운이라면,

그래, 오늘도 한번 살아보자.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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