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생활을 2년이 채 안되었을 때, 사직서를 내고 내가 원하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캐나다 이민을 실현하게 되었다. 왜 직장을 그만두고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을까? 다니던 직장도 괜찮은 근무환경이었고, 회사 사람들과도 친해서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예전부터 외국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 미국 팝송을 즐겨 듣고, 미숙한 영어실력으로 펜팔 친구를 만들어서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한 친구가 보내준 캐나다 동전과 단풍잎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나를 이곳 캐나다로 데려다준 것 같다.
캐나다에 유학생으로 처음 온 지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은 합법적인 영주권자로, 하지만 이곳 문화와 영어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내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직접 이곳에 살면서 이민에 대한 생각이 처음 오기 전과 달라진 것도 같다.
6년 동안의 삶을 빨리 감기 한다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처음에 낯선 땅에 왔을 때 많이 설레었던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을 안 하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많은 아시아 유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학점 만들기에 노력했으며 여러 나라에서 온 홈스테이 친구들과도 스시와 맥주를 먹으며 친하게 지냈다.
2년제 컬리지라서 시간은 빨리 갔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짧은 겨울방학, 다시 시험, 긴 여름방학, 다시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반복 그리고 졸업.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유학생들은 필사적으로 취업에 매달린다. 취업을 해야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고 합법적으로 살 수 있어야 여기 뿌리를 내려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학점만 높았지 인맥이 없어서 취업에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같이 공부하던 하지만 학점이 말도 안 되게 낮은 아이들이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열심히' 매진했던 이론 공부는 회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졸업 후 나는 얼마 안 되는 인맥 중 중국인 친구의 추천으로 공항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록 내 전공과는 다른 서비스 업이었지만 캐나다에서 (학업 중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한 걸 빼면) 처음 얻은 직업이고 페이도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보다 괜찮아서 만족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만난 같은 고향 여자 친구와 결혼을 했다. 신혼생활과 안정적인 직장, 편안하고 행복한 삶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무례한 공항 이용객들의 말, 뉘앙스, 예의 없는 태도 이 모든 게 마음이 약한 내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예전엔 캐나다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아닌 것 같다. 어디에든 있다. 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가진, 색안경으로 다른 인종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디에든 있다.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사람, 간접적인 뉘앙스로 말투와 표정으로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든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정말 친절하고 배려하는 사람들도 어디에든 있다. 여러분들이 이민을 온다면 이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다시 공부를 했고 지금은 원하는 대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로 일한 지 4개월이 넘은 요즘, 다시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내겐 9개월 된 아이도 있어 많은 시간을 보내주는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하고, 나 없을 때 혼자 육아하는 와이프도 많이 도와주고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남편이고 싶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면서 회사 업무도 정해진 시간 내에 잘 마무리해서 인정받는 개발자가 되어야 하는데. 브런치에 글을 정기적으로 올려서 많은 사람들과도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사진도 잘 찍고 싶고, 유튜브에 가족 일상도 올리고 싶은데, 잘 안된다 :-)
내가 너무 완벽을 바라는 건지, 위의 일이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한숨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캐나다에 오면 많은 좋은 장점들이 있다. - 아름다운 로키 산맥, 깨끗한 공기, 바비큐, 캠핑, 아이들 무상 교육 등.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로 이민하고자 하는 이유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 사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위의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감흥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내가 잘 안 되는, 스트레스받는 것들에 더 신경이 쓰이고, 사는 것에, 캐나다 사회 속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딜 가나 먹고사는 게 비슷하다고 했던가. 특히나 이민 1세대로 이민을 온다면, 영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 매진하게 된다. 이민을 고려한다면 캐나다 이민의 이점들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정말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오고 싶은지 깊게 고민하고 답을 구했으면 좋겠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고 모르겠다면, 한번 여기 와서 몇 개월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럼 한국에서 생각치 못한, 몰랐던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민을 결정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사실 나도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도 몰랐다.
생각이 여러 갈래로 흩어진 느낌인데, 요약하자면 이민은 여행과는 다르다. 이민은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이고 결국 생존이라는 문제 - 영주권과 직업 - 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여행은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 돈을 버는 것은 어렵지만 쓰기는 쉽기에 여행은 즐겁다.
정말 이민을 해야 한다는 결심과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나도 그랬고 주위의 여러 사람들도 그들이 고국에서 생각지 못한 기회들을 만들며 노력하고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정보, 그리고 타이밍 이 모든것들은 한국에서 고민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확고하다면 말이다. 막연한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 여행에 대한 향수를 생각하지 말고 존버할 마음가짐을 갖자.
혹시나 캐나다 이민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면 짧은 경험담과 생각들이 조금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