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통증에 대한 경험 이야기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미세한 통증과 함께 마무리한다.
통증에 시달리지 않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
사무직 직장인 13년 차. 하루 8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다.
서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에 익숙하고, 직립보행을 위해 다리와 척추를 쓰기보다는 키보드를 치기 위해 손목과 손가락을 더 많이 쓴다. 아마도 인간의 역사 이래, 손가락 근육의 발달은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발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러니하게, 손가락 근육의 발달량만큼이나 어쩌면 인류 역사상 손가락 통증 환자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뿐 아니라, 이로 파생되는 목, 어깨, 허리 통증 모두)
풀타임 사무직 직장인이 되기 전에는 학생의 신분으로 책상에 앉아 있었다. 의무교육 기간 총 9년(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 교육기간 8년(고등학교 2년,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을 치자면 예체능이 아니었던 나는 학창 시절에만 책상 앞에 총 17년을 앉아 있었다.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절(즉, 책상에 가장 오래 앉아있을 법한 시절)을 꼽아보아도 (고시 공부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일지 몰라도)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절에도 책상 앞에 내리 앉아 있던 시간은 8시간이 채 안되지 않았나 싶다. 여하튼, 직장생활과 학창생활을 통틀어 나는 서있는 생활보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생활을 더 많이 누린 1인이다.
그렇게 마흔 즈음이 되니, 알 수 없는 통증들이 몰려온다.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으니 근육이 긴장되면서 뻣뻣해지고, 뻐근하고 위축된 근육은 계속 수축만 할 뿐, 충분히 이완시켜 줄 수 있는 스트레칭의 기회가 만무하니, 어쩌면 이 통증들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해보려고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습관처럼 굳어진 안 좋은 자세를 고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초집중해서 업무를 할 때는 머리가 모니터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고 점점 더 구부정하게 앉아있고, PPT로 정교한 작업을 할 때는 마우스 양쪽을 미묘하게 수십 차례 클릭하느라, 손목 터널 증후군에 시달린다. 자연스레 목 통증과 어깨 통증을 비롯해 두통과 눈의 피로까지 방사통으로 확장된다. 이뿐이겠는가? 두 다리를 바닥에 90도로 세워 앉는 것은 어찌나 어려운지, 다리를 꼬고 앉아 의자에 엉덩이를 반만 걸쳐 앉는 등 상체의 무게를 가중시켜 허리에 부담을 주거나 골반의 정렬이 깨져 온몸 곳곳, 시시각각, 기분 따라 통증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있다.
30대 초반 즈음에는 통증이란, 남의 일이었다.
30대 후반 직장 선배들은 시시 콜콜 목, 어깨, 허리 등들이 아프다며 병원에 가는 모습을 목격했고, 40대 중반 선배들은 병가를 내면 50프로 이상은 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 때문이었다. 50대 선배들은 오십견 등으로 손을 머리 위로 올릴 수 없다거나 류머티즘 전조 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사 진단을 들었다고 했다.
30대 초중반 즈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극도를 달했을 때쯤 아주 반짝, 아주 잠깐 어깨가 아픈 정도여서 통증이 딱히 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마흔 즈음, 그러니까 2-3년 전부터 나도 선배들의 전처를 밟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라고 통증에서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온 통증은 손목터널 증후군이 아니었나 싶다. 며칠 간 극도의 PPT 작업과 문서 작업을 하면서 찾아왔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오른손의 둘째 셋째 손가락이 따끔따끔 거려 작업을 끝마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의원에 찾아가 침을 맞았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하였고 사무직으로 하루라도 키보드와 마우스와 이별을 한다는 것은 휴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구에 힘을 빌리기로 했었다. 대학원 시절 사용하던 버티컬 마우스가 생각나서, 기기를 바꿔봐야겠다 싶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던 것 같다. 손목터널 증후군 예방, 인체공학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니 수십 종의 마우스 종류가 목록에 떴다. 선택 장애가 왔었지만 주변인들의 추천과 블로그 후기를 보고 금세 유명 브랜드의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는 키보드와 마우스(상품명 M 모社 스컬프트 인체공학 데스크톱 키보드와 마우스) 한 세트를 구매했었다.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는 심리적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배송 후, 하루도 사용하지 않아 나의 손목은 말끔하게 괜찮아졌었던 것 같다. 10만 원이 훌쩍 넘었었지만, 그 값을 톡톡히 해내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한창 내 손목이 M 모社의 키보드와 마우스에 익숙해져 있을 무렵, 키보드가 고장이 났다. 1년간은 무상 A/S를 보장해준다는데, 고장 났을 때가 하필 2020년 4월 즈음 코로나 19로 중국에 공장들이 다 폐쇄했을 무렵이었다. 공장 폐쇄로 상품이 수입되지 않아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하는데 약 3개월 정도가 소요됐었다. 그 간 마우스는 M 모社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키보드만 일반 키보드로 대체했었다. 손목에 조금 무리가 갔었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손목 통증이 조금씩 발현될 무렵 A/S를 받아 다시금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기기의 힘에 나의 손목 통증은 완화가 되었다.
기기의 힘을 빌려 손목 통증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경험 덕에, 나는 사무직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한껏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기기들이 효과가 있으니, 속는 셈 치고 써보라고 권하고 있다.
통증에 시달리지 않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
직장인들이 겪는 (아니,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통증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어 졌다. 나는 여전히 업무강도와 나의 컨디션에 따라 여러 통증에 시달린다. 기기의 힘을 빌려 해결되었던 통증도 있고, 종종 양방과 한방 양 의학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손쉬운 맨손 스트레칭, 요가 등을 하면서도 그 통증을 해결하기도 한다.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 통증에 시달리지 않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할까? 한편씩 통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써나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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