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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의지혜 Aug 21. 2021

70대 부모님께 스마트워치를 사드린 이유

디지털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으시도록

70대이신 우리 아빠랑 엄마는 비교적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시는 편이다. 엄마는 요리 레시피나 주방 기기 등 필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검색해서 찾아보시기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실 때도 맛집 검색을 해보시며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신다. 백종원 레시피를 찾아보시고는 주말에는 이 음식을 해보자고 하시기도 한다. 아빠는 외국어 앱 등을 활용해서 영어, 일본어 단어 등을 꾸준히 외우신다거나 회화 공부를 하신다던 가, 모바일 스캐너 앱을 활용해서 필요한 문서들을 주고받기도 하신다. TV를 보시다가 더 알고 싶으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등이 있으시면 곧잘 찾아보신다. 그 외 뱅킹 등 젊은 사람들만큼은 아닐지라도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활용하신다. 

                                          

Photo by CardMapr.nl on Unsplash

엄마 친구들 중에는 스마트폰을 전화 기능 외에는 잘 활용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맥도널드 같이 키오스크 주문이 일상화된 곳에서는 주문하는데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도 하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젊은 사람들조차도 시간이 걸리고, 40대에 접어든 나 또한 디지털 주문보다는 사람을 상대로 주문을 하거나, 상담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르신들은 오죽 불편하실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주문을 받고, 사람이 사람을 상대할 때만큼 인간적이지는 않겠지만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주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엄마는 일어나자마자 엘지유플러스 인공지능 클로바와 대화를 한다. “헤이 클로바, 오늘 날씨는 어때?” 클로바가 오늘 날씨를 알려주면 나에게 “오늘 날씨 들었지? 우산 챙겨!” 라며 클로바를 십분 활용하신다. KT 기가지니를 사용하다가 LG유플러스로 갈아탔을 때는 지니랑 클로바를 비교하며 어느 게 더 말을 잘 알아듣는다느니, 목소리 톤을 어떻게 해야 잘 알아듣는다는 둥, 지니는 이렇게 해도 알아들었는데 클로바는 못 알아듣는다는 둥 문장 구성을 어떻게 해야 대답을 하는지 엄마와 아빠의 경험치를 알려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Photo by Kevin Bhagat on Unsplash

나보다 집에 더 오래 계시는 부모님 두 분이 인공지능 클로바와 대화를 하시는 것을 보면 일상은 이미 많이 변하였고 디지털 기술과 AI는 이미 일상의 한 부분으로 가능한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 조성해 드리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르신들의 고독사나 외로움을 해결하는데 디지털 기술 활용도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노인 복지의 정책적 대안으로도 떠오르는 요즘, 엄마랑 아빠가 건강하시고 아직은 새로운 문물을 잘 받아들이고 배우시고자 하실 때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마트워치를 얼마 전에 사드렸다.      


(사실 계기는 – 스마트워치를 내가 한번 사용해볼까?라는 마음으로 검색을 시작했었던 것이라고 살포시 고백하지만) 제품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사실 나보다 부모님을 사드렸을 때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삼성 갤럭시 워치와 아이폰을 두고 비교하였을 때, 부모님 두 분은 삼성 갤럭시폰을 사용하고 계셨기 때문에 갤럭시 워치로 결정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갤럭시 워치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혈압측정” 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을 드시는 두 분은 혈압 체크를 수시로 하시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를 통해 누릴 수 있는 건강 모니터링, 낙상 감지 기능은 향후 자식인 나에게도 유용한 기능일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갤럭시 워치로 혈압 체크를 하려면 한 달에 한 번은 일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 보정을 하고 워치에 입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워치를 찬 상태에서 혈압측정 앱을 가동해서 혈압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 두 분이 스마트워치를 수시로 차고 있도록 습관화하시도록 하는 것이 1차 도전과제인데, 한 단계 더 나아가 혈압체크를 스마트워치 안에서 구동시키도록 하는 것을 루틴화 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과제일 거라 생각은 했다.      


스마트워치를 부모님께 사드릴 거라 했을 때 주변에서 보였던 반응은 “과연 70대 부모님이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실까?”, “안차고 다니시면 사드리나 마나잖아” 등들... 주변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한 부분도 시계를 안차고 다니셨던 분들이 시계를 차고 다녀야 하는 상황 자체가 거추장스럽다 생각하면 어쩌지였다. 나도 스마트워치를 사용해보지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약간 걱정이 되긴 했었지만,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나보다도 인공지능 기가지니랑 헤이클로바랑도 친해지셨었으니) 하루라도 젊으실 때 이런 기기들이랑 친숙 해지시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구입을 강행했다.     


선물을 해드렸을 때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두 분 모두 너무 좋아하셨다는 것이다. 혈압측정 기능이 있다는 것도, 동네 산책을 나갈 때 더 이상 핸드폰을 들고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도, (가장 슬림한 모델로 선택해서인지) 거추장스럽다고 하시지도 않았다. 비록, 혈압 보정을 3-4주에 한번씩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일상화되시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생각보다 엄마와 아빠는 스마트워치를 좋아하신다. 그리고 잘 활용하신다. 새로운 기기의 기능을 엄마와 아빠가 서로 알콩 달콩 알려주시는 모습도 좋다. 뭐랄까 - 스마트워치를 사용하시니 본인들 스스로 조금 힙해졌다는 기분도 누리시는 것 같다. 

                   

Photo from Adobe Stock

70대 부모님의 새로운 배움을 촉진하고, 소통의 주제가 되어주기도 하고 10년, 20년 후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부디 바라지만)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일상생활이 불편해지셨을 때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드렸었다. 그리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올해 한 소비 중에 잘한 소비 중에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도 디지털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나만 최신폰이나 최신 기기 사려고 하지 말고 앞으로는 부모님의 생활도 더 기울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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