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구청에서 실시한 명사특강에서 은희경 작가를 만났다. 그때 은희경 작가는 구청 로비가 도서관이라며 놀라면서 우리를 부러워했다. 2018년부터 우리 구청의 로비는 '책마루'라는 열람 전용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우리 구청에서는 도서관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을 한다. 정규 도서관이 7개, 스마트 도서관이 5개, 작은 도서관이 16개나 있다. 스마트 도서관은 지하철역에 있어 찾기가 쉬우며 24시간 도서대출과 반납이 가능하여 편리하다. 작은 도서관은 주민센터 내에 설치를 하여 이용하기가 쉽다. 도서관이 모두 26개나 있다. 말 그대로 도서관 천국에서 살고 있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보고 싶은 책을 언제든 볼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도서관 앱에 관심도서로 설정을 해 놓는다. 집 근처 도서관에 재고가 없으면 다른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 도서가 모두 대출 중이면 '대출 예약'을 해 놓는다. 해당 도서가 반납이 되면 자동으로 연락이 온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는 대출 경쟁이 워낙 심해서 보고 싶을 때 보기가 힘들다. 최근에 보고 싶은 책이 세 권 있는데 오랫동안 대출을 못하고 있다. 양귀자의 《모순》,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그리고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가 그 책들이다.
동네 산책을 하다가 작은 도서관에 들렀다. 세상에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책, 세 권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심마니가 산삼을 찾은 양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소설가의 신작 에세이 집도 있었는데 작은 도서관은 대출가능도서가 3권이라 포기를 했다. 어느 도서관에서나 반납이 가능한 정규 도서관에 비해서 작은 도서관은 빌린 곳에서만 반납이 가능한 불편이 있다. 그래서 도서 검색을 할 때 정규 도서관 위주로 하다 보니 작은 도서관에 책이 있을 줄 몰랐다.
책 세 권을 들고 집으로 오는 데 가슴이 쿵쿵거렸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책 세 권이 핫팩보다 더 뜨겁게 몸을 데워 주어서 하나도 춥지 않았다. 그토록 찾아 헤맨 파랑새는 머리맡에 있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책도 가까이에 있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