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래춘 Dec 28. 2024

바나나킥 여사

야식은 언제나 즐거워

  아내와 나는 야식을 좋아한다. 가볍게 과자를 자주 먹지만 치킨이나 족발에 술을 곁들여 먹기도 했다. 밤늦게 귀가를 하면 카톡으로 "뭐 먹고 싶은 거 없나요?"라고 묻는 게 예의처럼 되었다. 그러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점차 야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예전에 혼자 밤늦게 운동을 했다. 한 시간 훨씬 넘게 걸었는데 걷고 나니 속이 출출했다. 오랜만에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샀다. '오징어 땅콩',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해서 좋아하는 과자이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걷고 나서 야식을 먹는 게 꺼림칙했다. 아내랑 같이 먹으면 죄의식이 덜할 것 같았다.


  아내에게 과자 먹고 싶냐고 연락을 했다. 의외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났다. 과일 이름이 들어갔는데 영 떠오르질 않았다. 과자 코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보았다. 한참 후에 배가 불룩한 노오란 봉지가 눈에 띄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과자 '바나나킥'이었다. 집에 가서 혼자 과자를 먹으니 자기 것은 안 사 왔냐고 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 현관문에 두고 온 과자를 건네니 배시시 웃는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내 이름 뒤에 '바나나킥'이라고 적었다. 아내는 그때부터 바나나킥 여사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