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갇힌 취미, 책의 향기를 다시 느끼려 한다.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책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 책이면 다 좋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읽는 시간이 아까운 글도 많습니다. 점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오 하려면 깨달음을 줄 만한 좋은 책을 찾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저>,
* 돈오점수: 삶의 진리를 단번에 깨친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불교의 사상
어느 순간부터 휴대폰 속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업무를 할 때도 휴대폰은 늘 곁에 있다. 단체 채팅방의 알림에 신경이 곤두서고, 업무 보고와 공유는 모두 작은 화면 안에서 이루어진다. 혹시라도 메시지를 놓쳐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휴대폰은 단 한순간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컴퓨터보다 휴대폰으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금융 업무도 휴대폰으로 처리하니 은행에 갈 일이 없다. 영화관도 멀어졌다. OTT 플랫폼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니 TV조차 켤 필요가 없다. 특히 유튜브는 무서운 채널이 되어간다. 모든 지식이 유튜브 속에 있고, 세상의 궁금증을 선생님이 아닌 유튜브가 해결해 준다. 빈 시간이 사라졌다. 잠깐의 틈만 생겨도 어느새 유튜브가 켜져 있다.
아이들에게 유튜브 세상은 현실이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나오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설령 그것이 거짓이라 해도, 자신이 보고 즐기는 콘텐츠가 세상의 사실이 되어간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지혜와 책 속 지식은 외면받고, 유튜브 속 이야기들만이 진실이 된다.
세상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알고리즘 속 확증편향 시스템이 사람들을 각자의 틀 안에 가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만든다.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에만 시간을 쏟으며 한쪽 극으로 조금씩 기울어간다.
수시로 휴대폰으로 물건을 산다. 구매 클릭의 쾌감에 빠져 물건은 집에 쌓여가고, 삶은 더욱 부족함에 허덕인다. 결국 휴대폰이 삶의 승자가 되어간다. 하지만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승자가 아니라 휴대폰에 종속되어 가는 존재가 될 뿐이다.
하루가 휴대폰 화면 속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고, 영상을 보며 하루를 연다. 자연이 주는 아침의 기운 대신 기기에서 나오는 소음과 전자파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람이 편해진다는 것은 자연과 멀어지고, 관계와 멀어지며, 사색과 멀어진다는 뜻이다.
휴대폰이 생기면서 편안함은 극대화되었다. 움직이고, 활동하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 없이 휴대폰의 편안함에 푹 빠져 더 이상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번거롭고 귀찮은 과정이 있어야 오히려 발전이 있고 건강해진다. 발전은 스스로 사색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때, 도전과 시도가 생겨날 때 이루어진다.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든,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든 막상 먹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을 수도 있고, 겪어보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모든 과정들이 지나가야, 이렇게 달달하고 짭짤한 나만의 맛이 완성되는 거니까. <드라마 단짠오피스>
휴대폰 속 나는 아바타다. 아바타는 진짜 내가 아닐 수 있다. 그저 내가 믿고 싶은 나일 수도 있다. 이제는 멋진 말로 포장한다. 페르소나라는 용어를 쓰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자신의 형태로 포장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취미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휴대폰이 손안에 하루 종일 존재하면서 책 읽는 취미도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다.
책을 읽고 싶어 신간을 기다리고, 종이신문의 서평을 찾아가며 책 리스트를 종이에 적던 시절이 있었다. 도서관에 가면 책 냄새가 좋아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내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그 시간들. 그 틈에 스마트폰의 괴물은 존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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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는 늘 두 권의 책을 무겁게 들고 다녔다. 지하철을 타면 무조건 책을 펼쳤다. 책이 좋아 서울에서 수원까지 왕복으로 지하철을 타고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무겁게 사들고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긋고, 내 생각을 낙서하며, 삶의 철학을 혼자 고민했다.
이제 그 자리를 편안하고 쉽게 접하는 휴대폰 화면이 차지하고 있다. 어느새 내 취미는 조금씩 사라지고, 더 많은 시간이 스마트폰 속으로 빠져들었다.
회사 일을 마치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번거로운 활자 대신 유튜브 화면에서 편안함을 찾았다. 시력은 더 나빠지고, 머릿속 생각은 더 적어지고, 자극적인 썸네일에 이끌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화면에 빠져들었다. 피곤함은 더 가중되고, 잠에 들었다가 다시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하루가 휴대폰으로 시작해서 휴대폰으로 끝난다. 이렇게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나를 보며 반성한다. 취미를 잃어가는 내 모습이 두렵다.
취미가 사라지고 있다.
어느새 귀찮고 번거로운 것들을 등한시하며, 사색할 빈 공간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자성이 든다. 의도적으로 책을 집에 사두지만,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스마트폰의 클릭이다.
책 속 활자가 아무리 귀찮고 번거로워도 뇌의 노폐물이 줄어드는 느낌이라면,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뇌의 노폐물이 쌓여가는 느낌이다. 이건 상대적 느낌일 수도 있지만, 활자 시대의 기쁨을 휴대폰이 빼앗아가고 있는 듯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유튜브 제목들을 보다 시간만 흘러가고, 정작 내가 무엇을 알고 싶고 보고 싶은지도 모른 채 끌려간다. 책의 활자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고 하나하나 알아가는 번거로움의 과정에서 나오던 희열. 책 속 빈 공간에 나만의 활자로 생각을 쓰며 작가의 고집을 느끼던 순간들.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작은 메모에 적어 다니며 외우고, 한 번 더 살피며, 그 문장들을 삶에 녹이려던 시간들. 나를 소개할 때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라고 서슴없이 말하던 기억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내 곁에서 사라지는 느낌이다.
편안하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번거롭게 책을 들고 힘들게 활자를 읽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지만, 나를 너무 놓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취미가 사라질수록 삶의 풍요는 줄어든다. 특히 책의 향기를 잊고 유튜브 보는 게 취미가 되어가는 현실이 오히려 취미가 사라지는 역설이 되었다. 지금 시대는 취미가 없어지는 시대다. 휴대폰과 AI를 통해 취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하지만 책의 향기에 취해 역사와 삶을 배우고, 방황의 굴레에서 조금씩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미숙한 행동들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를 찾아가던 그 과정들이 그립다.
취미를 다시 복원시키려 한다.
책의 향기에 다시 빠져보려 한다. 회사 일로 피곤하다는 핑계를 벗어두고, 책의 향기에 취해보려 한다. 활자 속에 담긴 철학들을 다시 들춰보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의 관계와 비움에 대한 철학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취미를 되찾겠다는 마음, 책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꺾지 않으려 한다.
취미를 부활시키려 한다. 화면 속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책 속에 담긴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번거롭고 귀찮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다시 찾아가려 한다. 나는 취미를 다시 찾으려 한다.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深思 心知其意).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는 뜻입니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라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촉수를 모두 열어놓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짜증을 낼 것이냐, 또 다른 하나는 비를 맞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삶의 환희를 느낄 것이냐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