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맞이할 때는 웃어야 합니다.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주 5일 써브웨이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전에 집안일을 끝내놓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남는 시간에 일을 나갑니다.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제적인 필요가도 조금씩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 아르바이트는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메뉴를 받아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틈틈이 주방에서 설거지와 가게 곳곳을 청소하는 게 저의 일입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손님을 상냥하게 상대해만 하기에 늘 웃게 됩니다. 주부아빠로 살면서 제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며 아내가 걱정을 했습니다. 웃은 얼굴이었지만, 찌푸리거나 인상을 쓰는 얼굴을 자주 보게 된다며 염려를 많이 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늘 인상을 쓰게 되었다며 달라진 얼굴의 원인을 아이들에게 돌렸습니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웃어야 합니다. 조금 높은 톤으로 '어서 오세요~'를 외쳐야 합니다. 음식을 드릴 때는 '맛있게 드세요~'를 말해야 하고, 가게를 나가는 손님에게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야 합니다. 매일 150여 명의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다 보니, 구겨진 얼굴이 펴지기 시작합니다. 찌푸린 얼굴이 웃는 얼굴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수시로 던지는 인사말 때문에 마음속에 있던 우울한 감정을 마주할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변화를 확인한 날부터 출근길이 가벼워졌습니다.
아르바이트 덕분에 아내와의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사실 몸은 조금 피곤합니다. 귀가하면 눕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저녁에 집에 오면 오늘 일하면서 만났던 손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반말로 주문하는 손님, 돈을 던지듯이 계산하는 손님, 다이어트 식단을 주문하면서 탄산음료를 리필해서 먹는 손님,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내도 직장에서 ㅐ로있었던 일들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나도 아내도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마주 볼 시간이 길어졌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아르바이트 단점도 있습니다. 가게에서 수시로 설거지를 하다 보니 손이 상했습니다. 급하거나 시간이 촉박해서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기도 합니다. 며칠을 이렇게 하다 보니 습진과 발진이 나타났습니다. 약을 발라도 또다시 설거지를 해야 하니 효과가 떨어집니다. 가렵고 거칠어지고 손바닥이 지금의 제 삶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퇴근 때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샌드위치 하나씩을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사장님께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식사를 챙겨주십니다. 저녁마다 샌드위치를 가지고 집으로 옮니다. 아이들과 아내는 오늘은 어떤 메뉴냐며 퇴근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합니다. 오늘 포장한 샌드위치를 소개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매일 저녁마다 샌드위치를 먹다 보니, 조금씩 배가 나옵니다. 오후 내내 서서 일하는 덕분에 자연스러운 다이어트가 될 줄 알았는데, 저녁마다 먹는 샌드위치 때문에 다이어트는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건강식단 위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가지고 옵니다.
4월 10일은 아르바이트 첫 월급날입니다.
아내와 단 둘이서 식사를 할지,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할지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지금....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은 평화롭고 따스합니다.
서둘러서 빨래를 돌려놓고 출근준비를 해야 하겠습니다.
모두들 봄날의 기운을 누리시길~~
PS : 오후 2시~5시(이 시간이 제일 한가합니다.) 사이.... 써브웨이 용산전자랜드점에 오셔서 주부아빠를 찾으시면,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