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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밀의 화원> 관람기

아내가 뮤지컬을 보고 나서 몇 일간은 집안이 행복합니다. 그럼 된 겁니다

by 주부아빠

조금만 무리하면 무릎이 아픕니다.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머리끝 정수리까지 올라옵니다.

이젠 정말 몸을 조금씩 사리며 살아야 할 때인가 봅니다.


지난주..... 무릎통증으로 절뚝거리며 출근했습니다.

걷기는 참을만한데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면 아픔이 더 커집니다.

저녁마다 내일 출근을 염려하며 얼음찜질로 하루하루 견뎠습니다.


수요일 아침....

아내는 퇴근 후 정동 극장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을 예매했다며 늦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절뚝거리며 걷고 저녁마다 얼음찜질하며 끙끙거리는 나를 보고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중간에 근처 병원에 다시 들렸습니다. 통증을 조금 줄일 수 있는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약 기운이 조금 쏀 약을 받아서 먹었습니다. 절뚝거리는 걸음은 사라졌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일품이었습니다. 나도 아내 덕분에 오랜만의 문화생활을 즐겼습니다. 관객의 98%는 여성분들입니다. 가족전체가 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빠 몇 분 그리고 우리만 남성분들입니다. 원작 <비밀의 화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남자들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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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관람을 끝낸 아내는 정동을 오랜만에 나왔다며 밤길을 조금 걷자고 제안합니다. 환한 저녁 달빛과 노란색 조명은 돌담길을 더욱 낭만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아내는 즐겁게 걷으며 감각적인 가게들을 구경합니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는 내 무릎은 점점 더 힘겨워합니다.


밥 먹고 차까지 마시고 들어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아~주 조심스럽게 거절했습니다. 아픈 무릎을 핑계 삼아 제발 그만 걷고 집에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지금은 통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10여 일간 꾸준히 약 먹고 치료받았습니다. 뮤지컬 공연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아내가 뮤지컬을 보고 나서 몇 일간은 집안이 행복합니다. 그럼 된 겁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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