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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Aug 09. 2024

뮤지컬 <비밀의 화원> 관람기

아내가 뮤지컬을 보고 나서 몇 일간은 집안이 행복합니다. 그럼 된 겁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무릎이 아픕니다.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머리끝 정수리까지 올라옵니다.

이젠 정말 몸을 조금씩 사리며 살아야 할 때인가 봅니다.


지난주..... 무릎통증으로 절뚝거리며 출근했습니다.

걷기는 참을만한데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면 아픔이 더 커집니다.

저녁마다 내일 출근을 염려하며 얼음찜질로 하루하루 견뎠습니다.


수요일 아침....

아내는 퇴근 후 정동 극장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꼭 보고 싶은 뮤지컬을 예매했다며 늦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절뚝거리며 걷고 저녁마다 얼음찜질하며 끙끙거리는 나를 보고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중간에 근처 병원에 다시 들렸습니다. 통증을 조금 줄일 수 있는 처방을 부탁했습니다. 약 기운이 조금 쏀 약을 받아서 먹었습니다. 절뚝거리는 걸음은 사라졌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일품이었습니다. 나도 아내 덕분에 오랜만의 문화생활을 즐겼습니다. 관객의 98%는 여성분들입니다. 가족전체가 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빠 몇 분 그리고 우리만 남성분들입니다. 원작 <비밀의 화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남자들은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공연관람을 끝낸 아내는 정동을 오랜만에 나왔다며 밤길을 조금 걷자고 제안합니다. 환한 저녁 달빛과 노란색 조명은 돌담길을 더욱 낭만스럽게 보이게 합니다. 아내는 즐겁게 걷으며 감각적인 가게들을 구경합니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는 내 무릎은 점점 더 힘겨워합니다.


밥 먹고 차까지 마시고 들어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아~주 조심스럽게 거절했습니다. 아픈 무릎을 핑계 삼아 제발 그만 걷고 집에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지금은 통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10여 일간 꾸준히 약 먹고 치료받았습니다. 뮤지컬 공연만 아니었으면 더 빨리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아내가 뮤지컬을 보고 나서 몇 일간은 집안이 행복합니다. 그럼 된 겁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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