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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Aug 02. 2024

선물주는 남편, 선물받는 아내

[선물 주는 남편]


공항 면세점에서 한참을 골랐습니다. 직원은 다른 디자인의 제품 몇 개를 더 보여주며 제품의 장단점을 설명합니다. 


직원이 목에 걸친 목걸이를 보면서 아내를 상상합니다. 출근할 때 아내를 떠올립니다. 아내가 출근할 때 자주 입는 옷을 생각하며 목걸이를 바라봅니다. 몇 벌 안 되는 아내의 출근복위에 추천해 주는 목걸이를 걸쳐봅니다. 


목걸이와 어울리는 아내의 귀걸이를 생각합니다. 이 목걸이와 어울리는 귀걸이가 있는지, 귀걸이와 목걸이가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다면 귀걸이까지 더 사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예산은 늘어나고 부담도 커집니다. 


귀걸이는 포기합니다.ㅠㅠ


직원이 추천하는 다른 디자인의 목걸이들을 바라봅니다. 아내가 가지고 있거나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은 제외했습니다. 실버, 골드, 로즈골드... 이렇게 3개의 제품이 남았습니다. 


실버 제품은 받쳐 입을 의상이 제한적입니다. 아내가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제품도 실버입니다. 직원도 실버 제품의 디자인은 조금 젋은층에서 선호한다며 은근히 나이 듦을 지적합니다.


골드 제품은 너무 뻔한(?) 디자인입니다. 목걸이 하면 떠오르는 흔한 디자인처럼 보입니다. 톡 튀는 매력은 없지만, 은은한 귀티가 보입니다. 아내는 순금 목걸이가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도 즐겨 착용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저도 선택하지 않는 게 맞다고 여겼습니다. 


나머지는 로즈골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펜던트가 고급스러운 아우라가 보입니다. 직원에게 걸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직원의 목에 걸린 제품을 보면서 아내를 상상했습니다. 아내의 이미지, 평소 즐겨 입는 의상, 그리고 아내의 호불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제품이 가장 잘 아내와 어울렸습니다. 포장을 부탁하며 케이스는 선물용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내가 좋아할 상상을 하며 비행기를 기다렸습니다.

[선물 받는 아내]


아내는 면세점 쇼핑백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합니다.


"여보! 면세점에 갔으면 전화 좀 주지 그랬어요!!  사고 싶은 가방이 있었는데...."


아내는 선물을 보고도 아쉬워합니다. 내가 뭔가 잘못한 느낌이 듭니다. 아내에게 혼나는 기분입니다. 선물을 주고도 즐겁지 않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의 필요가 중요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 싫은 건 아니에요."


이 말이 더 기분 나쁩니다. 싫은 건 아니라니.... 좋다, 고맙다..라고 말하면 되는 일입니다. 내 표정과 기분을 살피면서 싫은 건 아니라는 눈치 보며 하는 말이 내 기분을 더 상하기 만듭니다. 


"이 회사 제품은 신상출시 후 4-5개월만 지나면, 아울렛에 30-40% 할인을 하더라고요" 


평소, 아울렛에서 할인하는 제품들만 구매하는 아내에게 미안했습니다. 가끔씩 제값 주고 구매하는 신상제품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사지 못하지만, 이렇게 이벤트로 선물하며 미안함을 달랬습니다.  어차피 할인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아내의 말에 미안함은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내는 출근의상에 선물 받은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의상과 잘 어울립니다. 아내도 만족스러워합니다. 퇴근 후, 아내는 목걸이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와 부러움에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직원들의 목걸이 칭찬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러곤 마무리로 자신이 사고 싶은 가방 사진을 보여줍니다. 잘 보았다가 잊지 말라며 당부까지 합니다. 나는 아내의 당부를 다 듣고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다음 여행엔 제주도 보다 더 멀리 가면 가방을 사 올게요."


아내의 웃음소리는 그쳤습니다. 아내는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작동시킵니다. 아내가 내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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