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앞에 선 나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요리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기름이 달아오르고, 고기가 팬에 닿는 그 첫소리에 마음이 쿡 찔리는 것처럼,
냄비 앞에 서서 나는 언제나 조금 불안하다.
너무 익히면 질겨질까, 덜 익히면 속이 날 것 같고,
양념은 과하지 않게, 그러나 부족하지 않게, 그 경계는 늘 애매하다.

살면서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선택이, 이만큼의 속도가, 이 방향이 정말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시간은 지나고 있지만,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지금은 그냥 기다려야 하는 때인지,
아니면 무엇이라도 바꿔야 하는 순간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조리법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모든 것은 손끝의 감각에 달려 있다.
살짝 눌러보거나, 색을 보거나, 냄새를 맡는다.

삶도 그렇다.
우리는 무언가를 익히고, 버무리고, 식히는 일을 반복하면서
이게 나에게 맞는 온도인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확신 없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