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도 태어날 땐 생고기였다

제육볶음의 완성된 모습을 떠올려 보자. 불판 위에서 윤기가 흐르는 고기와 매콤 달콤한 양념, 그리고 곁들여진 채소들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요리도 처음에는 소박한 생고기였다. 붉은빛의 날고기는 향도, 맛도 없고, 그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나 잘 손질되고 양념에 버무려져 뜨거운 불판 위를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가 좋아하는 제육볶음으로 변한다. 이 과정을 보고 있자면,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시작은 항상 다듬어지지 않은 생고기 같다. 실수투성이이고, 어딘가 부족하고, 때로는 지저분해 보인다. 스스로를 생고기처럼 초라하게 느끼는 것이다. 제육도 처음엔 양념 하나 없는 날고기였다는 걸 기억하자. 제육볶음이 되기 위해선 적당히 다듬고, 양념에 재워지고, 뜨거운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늘 스스로를 부족하게 여기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말과 행동을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내겐 왜 저런 멋진 양념이 없을까?" 하고 한숨을 쉬곤 했다.

제육볶음이 되기 위해서는 양념에 재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콤한 간장과 매콤한 고춧가루가 고기 속으로 스며들면서 맛이 완성되듯, 우리 삶도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조금씩 변해간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순조로운 건 아니다. 양념이 너무 과하면 맵고 짜서 부담스럽고, 양념이 부족하면 밋밋하다. 나도 한동안 양념을 거부했던 적이 있다. 새로 배우는 것이 두려웠고, 변화하는 환경이 무서웠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고 보니 그때의 불편함이 나를 조금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양념이 스며든 고기는 뜨거운 불판 위를 거쳐야 진정한 제육볶음이 된다. 불판 위의 고기는 달아오르는 열기에 시달리며 뒤집히고 눌린다. 그 과정을 거치며 겉은 노릇해지고 속은 부드러워진다. 우리의 삶에도 불판 같은 순간들이 있다. 실패, 시련, 고난. 그때는 뜨거운 열기가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열기 덕분에 나의 겉과 속이 더욱 단단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을 겪었을 때, 그 경험이 나를 넘어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련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불판이었고, 그 뜨거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로 익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제육볶음처럼 익어가는 중이다. 생고기 같은 날것의 모습으로 시작해, 다양한 양념과 뜨거운 열기를 거쳐 자신만의 맛을 완성해 간다. 그래서 지금 부족해 보이는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 아직 익는 중이니까. 중요한 건 과정 속에서 나의 고유한 맛을 찾아가려는 노력이다.

불판 위에서 뜨겁게 익어가는 제육처럼, 나의 삶도 매 순간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항상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음을 기억하며 삶이라는 불판 위에서 나만의 특별한 요리를 완성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