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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석 Jun 01. 2022

숙연한 우유니 사막

리마인드 세계일주 열여덟 번째 이야기

하늘과 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우린 열세 시간을 달리는 야간 버스에 몸을 싣었다. 그렇게 우유니 마을에 도착한 우린 한시라도 빨리 은하수가 수 놓인 우유니를 마주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투어를 신청을 했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에 모인 우리들은 가이드 에르난이 모는 오래된 사륜구동 트럭에 몸을 맡긴 채로 끝없는 어둠 속을 달리고, 또 달렸다. 


이내 포인트에 다다르자 우린 마치 미리 이야기가 된 것처럼, 머리 위와 그리고 발아래에 끝없이 수 놓인 은하수를 보며 숨죽여 감탄했다. 마치 이 비현실적인 시공간에서의 서로의 감동을 존중한다는 것처럼.


끝없이 수 놓인 별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은 이 우유니만의 특별한 순간 가운데 내게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광대한 자연 앞에서의 한 인간이 느끼는 깊은 숙연함이었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라고 명명했다. 

그도 이 광활한 우주 가운데 놓여있는 먼지 같은 지구를 보곤 이런 숙연함을 느낀 것일까. 


그는 우주가 끝없이 공허하고 광대한 무대 가운데라면, 지구는 그저 극히 작은 먼지 같은 무대라 하였다. 그리고 우린 바로 이 먼지 같은 작은 무대 한 구석에서 누군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를 시기하고 파괴하는, 그래서 끝내 유혈의 강을 흐르게 했다는 것. 


그 고요한 적막 가운데서 나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내 난 인간의 가슴 아픈 버릇이 오늘날 내게도 여전히 묻어있음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았던 모든 시간들. 


사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지금도 쉽지만은 않지만,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우리가 서로를 그토록 미워하고, 비방해도 우린 결국 이 작은 점 위에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작은 점 위에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 광활한 우주 가운데 놓인 우린, 아주 작은 생명체로써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이 드넓은 우주의 광대함을 견딜 수 있다는 것.


고요한 적막과 걸을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소리.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마침표가 찍어질 즈음엔, 저 멀리 새벽 여명이 눈부시게 밝아 오고 있었다.


강하고 그리고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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