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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굼벵이 May 03. 2024

옆에 있어주는 게 사랑이 아닐까

남편이 맞아주는 오늘들

남편은 요즘 운동을 한다. 산책로가 잘 조성된 집 부근 하천에서 걷고 뛰고. 시간은 저녁을 먹고 조금 지나 서다. 다 먹고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지는 것 같다고.


지난 4월에는 일이 많았고(정리수납컨설팅) 야근도 많았다. 주로 밤 11시 전후에 퇴근했다. 집에서 먼 곳으로 일을 나가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야근을 안 해도 퇴근은 보통 저녁 9시 이후.


남편은 몇 시에 퇴근을 하든 항상 집에 있다가 현관에 나와 반겨준다. 그리고 오늘 어땠는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을 간다. 밤늦게 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걱정된다. 일찍 갔다 오지 그랬냐고 하면 얼굴은 보고 나가야 할 것 같았다고 한.


그래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12시가 다 되어 퇴근한 날이 있었다. 그날 남편은 아예 운동을 못했다. 나는 늦는다는 연락은 꿈도 못 꿨다. 야근을 하게 되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다. 일이 끝나면 얼른 집에 오기 바쁘고, 오는 길에는 오늘 했던 업무 관련 내용을 톡으로 보내느라 분주하다.


연락도 못하고 기다리게 한대다 운동도 못 가게 해 미안했다. "나 안기다려도 되는데.. 편한 시간에 운동 다녀오지"말했다. 남편은 "나 없는 집에 들어오면 썰렁할 것 같아서.. 내가 있어줘야 할 것 같아. 퇴근하고 빈 집에 들어오면 좀..."이라고 말한다. 평소 이런 마음으로 기다렸구나.


늦는다는 연락을 못한 지난 하루하루가 모두 미안해졌다. 아무리 바빠도 톡 하나는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연락을 못한 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반성했다. 그리고 내가 썰렁한 집에 들어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사랑해' 세 글자보다 더 크고 깊은 사랑을 느꼈다.


사랑은,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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