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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욱 Apr 18. 2020

읽지 말고 '말' 하세요.

흔히 연기자들 사이에선 '쪼'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말을 할 때 모든 어미가 똑같이 나오게 되는 현상입니다.  인토네이션이 똑같이 흘러가게 되기 때문에 듣는 입장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한 말을 한다기보다는 '글'을 읽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설득력, 영향력이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흔히 많이들 가지고 있는 조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그랬는데요~/ " "그래 가지고요~/"  무조건 끝을 올려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했씁니다아아" "밥을/ 먹었씁니다아아/"처럼 올라갔다가 힘없이 길게 늘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말을 툭툭 뱉는 것처럼 어미를 뚝뚝 끊어서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어린아이처럼 들리게 됩니다. 마지막은 불친절하게 들리게 되지요. 그 외에도 무수한 조를 많이들 가지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주로 어떠한 '텍스트'를 읽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연기자의 경우에는 대본을 가지고 연기할 때 생기게 됩니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 말들을 설명해야 한다거나 또 조금이라도 긴장을 하게 되면 생기는 현상입니다.  


 왜 누군가는 힘 있는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물 흐르듯 청산유수로 강의를 하고 설득을 시키며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당신은 왜 그렇지 못할까요? 목소리를 크게 내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고 '읽지 말고 좀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해주세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듣게 되는 걸까요? " 


 이는 모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목소리에 힘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준비된 원고만 줄줄줄 읽게 되기 때문입니다. 호흡만 제대로 되었다면 코어 근육에서 받쳐주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방을 설득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목소리에 담기게 됩니다. '말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목소리에 담기게 되기에 했습니다.라는 어미의 끝까지 힘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처음 몇 마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무리 힘을 짜내려고 해도 들어가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힘없이 풀려나가는 말의 어미는 이리 춤을 추고 저리 춤을 추는 것이지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말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말을 끝내기 위해 억지로 힘을 주어야 하는 현상이 생겨납니다.' 그것이 바로 목소리에 생기는 '조'입니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사자성어를 목소리로 풀어보면 딱 위와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의 시작은 좋았는데 끝이 흐지부지 되는 현상입니다.  힘을 딱 주어 강렬하게 말을 꺼냈는데 끝이 흐지부지 되니 어느 순간 당신의 말의 의도는 사라지게 됩니다. 말을 듣는 입장에서는 '잉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당신의 주장이나 의견은 모두 말의 뒤쪽으로 실린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의 끝까지 당신의 에너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말은 '짚어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말을 흘려 듣더라도 당신의 의도가 담긴 '핵심 키워드'는 강조되어 상대방에게 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 한 문장이라도 의도를 확실히 전달하고자 한다면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평소에 말할 때는 이런 불편을 느끼는 일은 크게 없을 것입니다. 왜. 우리는 평소의 대부분의 경우에 '짧은 문장'으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짧게 몇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하는 딱 그 정도로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호흡은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 최소한의 말의 구실을 할 뿐입니다. 끝까지 말에 힘이 들어가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아래쪽에서 받쳐주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는 흉식호흡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어찌어찌 말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없는 힘을 억지로 짜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몸 전체는 경직되기에 몸 자체가 충실히 수행해야 할 울림통의 기능은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로 몇 마디만 말해도 오직 목으로만 소리를 내어야 하기에 성대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성대가 바로 가버리고 목이 쉬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힘없이 , 어미가 축축 늘어지는 목소리를 내게 되거나 , '조'에 대한 지적을 받아도 고칠 방법을 찾지 못해 로봇처럼 줄줄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죽어라 목이 쉴 때까지 이야기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혹은 ' 아예~~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넘어가시죠.'라고 하찮게 당신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입니다. 


 잘 쓰인 원고는 물론 중요합니다. 단어 선택부터 글의 구성도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원고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 그리하여 결국 '말'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요즘엔 무손실 음원이라 부르는 최고급 음원이 있습니다. 일반 MP3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음질을 자랑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음원을 튼다고 하더라도 싸구려 저출력 스피커로 틀어버리면 듣는 사람에게 무슨 감흥이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입은 곧 스피커입니다. 훈련만 하면 최고급 스피커가 될 수 있는데 왜 그 좋은 강의 내용과 그 좋은 메시지들을 놓치고 계신 겁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말'을 해야 합니다. 또 그러기 위해 당신의 호흡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일상생활만 겨우 가능하게 하는 의사소통'이 아니라 '명강의'를 할 수 있는 비결의 시작이 바로 호흡이기 때문입니다. 지루하게 축축 늘어지는 ,모든 문장이 똑같이 들리게 하는 '국어책읽기'가 아니라 '의도'가 명확히 살아있는 그리하여 듣는 사람을 설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말'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어려운 개념들도 알기 쉽게 또 동시에 재밌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말의 어미 하나 하나에 의도가 명확하게 살아있는 명연설도 가능해집니다.  '스타강사' 와 ' 명연설가'의 탄생의 시작이 바로 '호흡'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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