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
대학병원 중환자실 14번 병실에서 굉음이 들립니다. 심정지를 알리는 코드블루 싸인입니다. 순간 담당 간호사와 레지던트, 호흡기 치료사 등 의료진 10여 명이 그 방으로 몰려듭니다. 저는 당신 그 옆 병실에서 방문을 마치고 막 나오던 순간이었습니다. 다른 병실 환자 가족들이 놀라 병실 밖으로 몇 분 나와 계셨습니다. 상황을 설명드리고 병실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중환자실 간호사 매니저도 나와서 그 병실 앞에 가림막을 치는 것을 도왔습니다. 저는 환자 가족들이 병실에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담당 간호사 말이 수형자여서 교정국 직원만 있고 환자 가족들은 없다고 했습니다. 코드 블루 대응팀 펠로우가 가슴압박, CPR 교대를 지시하자 대기하고 있는 남자 간호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환자의 가슴을 압박합니다. 곁에 간호사 슈퍼바이저 제니퍼가 시간을 측정하며 대응 과정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 다른 병실 간호사들도 가슴 압박 CPR을 위해 병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소생시키려는 의료진들의 노력은 5분 가까이 긴박하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는 제 가슴이 다 오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5분이라는 시간도 까마득하게 느껴졌졌습니다. 이윽고, 맥박을 체크하는 기계를 보고 있던 한 간호사가 맥박이 돌아왔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순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습니다. 저의 입에서도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의료진들이 남아 환자를 안정화시키는 시술을 하는 동안 저는 CPR 하느라 수고한 간호사들과 다른 의료진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줬습니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막대사탕도 원하는 스태프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매니저가 '제이가 있어서 기적이 일어났다'라고 느스레를 떠는 바람에 순간 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긴 했지만 그게 어디 내 기도 때문이었겠습니까? 기도해도 돌아 가시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요. 담당 간호사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교도소에서도 심정지가 와서 이곳에 온 환자라고 했습니다. 외로운 인생길 끝에 그래도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해 주는 의료진과 채플린이 있다는 것이 이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퇴근하기 전에 잠시 상념에 잠깁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제 인생을 잠시 돌아봅니다. 제 인생에도 코드블루와 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정말 심장이 멈춘 것 같은 상황... 잘 다니던 언론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계획과 달리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어 겪어야 했던 많은 어려움들... 비자 문제, 경제적 문제, 개인적 신앙 문제 등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문제들은 항상 제 곁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 가운데 견디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친구, 이웃, 교회, 일터가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꺼져가는 등불 같았고, 다 꺾어진 갈대 같았던 내 인생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주시고 힘든 병원 일 가운데도 작은 쉼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