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죽음 받아들이기

애도 101

by 박재석

총기사건, 교통사고,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하루에도 수많은 목숨들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어린이 병원과 대학병원 일반 중환자실에서는 치료 중인 환자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모든 죽음이 다 감당하기 녹록지 않지만, 뜻밖에 찾아온 죽음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병원 채플린의 가장 큰 임무 중에 하나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환자 가족들이 그들의 슬픔을 잘 표현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 일입니다.


2019년 9월,

37살 제인(가명)은 헤로인을 과다 복용해 뇌사에 이르렀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그의 10대 아들과 9살 된 남동생, 엄마, 남자 친구 등이 병실을 지켰습니다. 저마다 슬픔 속에 호흡기를 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인의 엄마의 표정이 굳어 있습니다. 앞선 저와의 만남에서 아주 절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털어놨습니다. 지난해 아들이 총기 자살을 하고, 이어 딸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제인이 죽으면 아마도 남은 두 아이들도 내가 죽기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절망감이었습니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녀의 답은 예상보다 간단했습니다. "기도입니다. 기도하며 살았고, 앞으로도 기도하며 살 것입니다." 신에게 화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제인의 엄마는 다시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이렇게 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싱글 맘으로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교에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러다 마약을 하고 오늘과 같은 비극적인 결말이 생긴 거죠." "난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어요. 미안한 것은 아이들이 어릴 때 휴가 한 번 제대로 근사하게 보내지 못한 거예요."


먼저 떠난 아들도 엄마가 일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지역 갱단에 가입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도소와 집을 오가며 방황하다가 교도소에서 험한 일도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윽고, 제인의 호흡기가 제거되고 의사가 들어와 사망 시각을 알렸습니다. 곁에 있던 남자 친구는 오열했고, 조금 떨어져 있던 제인의 10대 아들도 흐느꼈습니다. 제인은 곧장 수술실로 옮겨져 이식이 가능한 장기를 기증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전에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아빠를 모두 비극적인 일로 잃어버린 제인의 십 대 아들의 마음은 어떻까?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자신의 엄마가 비극적인 일로 일찍 세상을 떠나지만, 그녀의 장기로 환자 세 명을 살리게 됐다는 소식에 위안을 얻는 눈치였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하나님을 믿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엄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살아난다고 하니... 엄마가 천국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9 살 난 제인의 막내 동생도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누나가 숨을 거두고 수술실로 옮겨지는 순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과연 이 아이는 자신의 형, 누나 셋을 이렇게 떠나보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이 힘든 순간을 헤쳐 나갈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저 자신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어린이 병원도 함께 맡고 있다 보니 이 아이에게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꼭 안아주며 호주머니 속에 있던 막대사탕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누나는 떠나고 없지만 아픈 환자 세 명을 살리고 떠난 사실도 알려 주었습니다. 그는 기도해도 누나가 살아나지 않아서 하나님께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곁에 있던 막내 누나와 엄마가 손을 꼭 잡아 주며 안아 주었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저도 안아주며 언젠가 꼭 이 고통의 이유를 알게 해 달라고 나도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뜻밖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저마다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이는 기도로, 어떤 이는 음악으로, 어떤 이는 친구와 가족들의 위로와 술의 힘을 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사랑하는 사람의 뜻밖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하늘의 평안이 고통 속에 있는 분들께 임하시길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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