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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말이 Feb 19. 2020

자신감을 부르는 주문

소심이의 일상 이야기

 나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과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 줄 알 때가 있다. 반대로 나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은 과하게 자신감이 없다고 얘기한다. 후자의 사람들이 나를 오래 봐온 만큼 정확하게 나를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인간관계에도, 취미로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활동들에서도 그다지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항상 남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왜 저렇게 못할까?’, ‘왜 저렇게 하지?’라는 평가가 내려질까 봐 늘 두렵다. 그런데도 나와 지낸 시간이 길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허세가 있는 사람으로 착각한다. 자신감 없는 나를 감추기 위해서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의식 같은 습관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자신감을 표현할 주제가 나오면 늘 없는 자신감을 억지로 끌어내어 말하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친구에게 ‘나 왠지 잘할 거 같은데?’라고 괜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면서는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조금만 하면 금방 끝낼 것 같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장난 섞인 말투로 가볍게 던지는 말이지만 나란 사람에게는 아주 큰 용기와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말들에 스스로 최면이 걸려 조금의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끈기와 노력을 가지고 하고 있다.


 대중에게 늘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가수나 연주가, 발레리나. 모델과 같은 직업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신인시절 무대에 오르기 전에 잘할 수 있다, ‘나는 멋있는 사람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올라가면서부터 무대에 대한 공포감도 사라지고 대중들에게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있었다는 경험담은 무수히 많이 들을 수 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혼자만의 각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내 각오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끔은 그렇게 허세를 부려놓고 결과가 좋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괜히 설레발을 놓은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또 누군가는 허세만 심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자신감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내가 지금 자신감을 필요로 하는 것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그 일에 더 추진력을 얻고, 해놓은 말이 있으니 한 번 더 꼼꼼히 준비해서 괜찮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긴장감이 될 수 있다면, 자신 없어하는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다독일 수 있다면 조금의 허세는 부려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은 시대에 있다. 수명은 늘어 노후대책은 부족하고, 심각한 취업난과 취업 후에도 이어지는 경쟁들. 그래서 준비할 것도 당장 해내야 할 것도 많은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혹여나 못해내면 어떤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낭비할 시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무엇이라도 시작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실패하더라도 언제가 그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과 분명히 마주칠 만큼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능력을 요구받는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역사상 가장 긴 기대수명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시작도 하기 전에 겁먹는 습관을 버리고, 허세라도 좋으니까, 근본 없는 자신감이라도 좋으니까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보자. 그러면 적어도 자신이 가진 능력은 온전히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자신감이 없어 스스로에게서 기회를 빼앗지 말자. ‘난 잘할 수 있다’고 속으로도, 밖으로도 외치다 보면 언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시작을 하고, 계속해나가야 만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허세로 보일지라도 자신감의 힘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보자. 어제의 나보다는 무엇이든 더 잘 해낼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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