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불안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가능하면 느끼지 않고 지나가고 싶었고, 빨리 정리해서 다시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이 문제인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 지쳤다.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는 감정을 이해하려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게 됐다. 이 감정을 없애지 못한다면, 적어도 이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는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나는 불안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기 시작했다. 빨리 지나가길 바라기보다, 지금 이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조용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불안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떤 날의 불안은 내가 너무 무리하고 있다는 신호였고, 어떤 날의 불안은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또 어떤 날은 내가 나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작은 경고 같기도 했다.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를 향해 돌아오게 만드는 질문에 가까웠다.
그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불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는지,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그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마음, 무심코 넘겼던 감정, 괜찮은 척 덮어두었던 생각들. 불안은 그것들을 다시 꺼내 보여주었다.
나는 원래 나 자신을 자주 돌아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바쁘게 하루를 넘기고, 주어진 일을 해내는 데에 더 집중했다.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까지 세심하게 살피지는 못했다. 그런 나를 멈춰 세운 것이 바로 불안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날들 속에서 불안은 갑자기 끼어들어 나를 돌아보게 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내가 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처음에는 그 멈춤이 불편했다. 흐름을 끊는 느낌이었고, 괜히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불안은 나를 멈추게 했고, 그 덕분에 나는 나를 보게 됐다.
물론 여전히 불안은 쉽지 않다. 마음을 흔들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작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만 해도 갑자기 그 감정에 휩싸여 가만히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가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살펴보려고 한다.
나는 불안을 통해 완전히 단단해진 사람은 아니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고민이 많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감정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자주 돌아보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나를 놓친 채로도 꽤 오래 살아갈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그게 때로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더 지키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해본다. 불안은 나를 더 힘들게도 했지만, 그만큼 나를 더 자주 돌아보게 했다. 그 덕분에 나는 나를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불안은 계속 찾아올 것이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감정이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불안이 스쳐 지나갈 때 조용히 멈춰 서서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어떤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